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흰머리 소년 Oct 18. 2020

인류문명, 모두 끓는 물이 만들었다

산업혁명, 무인자동차. 사실은 모두 끓는 물이 만들었다

 

난로 위에 있는 주전자에서 뿜어져 나오는 하얀 수증기를 보고 있으면 왠지 모를 따뜻함을 느끼게 됩니다. 지금은 난로도 보기 쉽지 않고, 난로 위에 물이 끓고 있는 주전자는 더욱 보기 쉽지 않게 되었습니다. 이제는 예전처럼 주전자에 미리 물을 끓여 두지 않아도 필요할 때 언제든지 뜨거운 물을 구할 수 있기 때문이지요.      


그런데 주전자에서 물이 끓을 때 나오는 이 수증기가 인류 발전의 토대가 되었다는 사실 아세요? 지금 우리가 누리고 있는 인류 문명은 대부분은 끓는 물이 만드는 수증기 덕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우리는 인공지능이 사람보다 바둑도 잘 두고, 운전도 잘 하는 이른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산업혁명의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 보면 컴퓨터와 인터넷의 발명으로 시작된 3차 산업혁명, 그 이전에는 전기의 발명으로 시작된 2차 산업혁명, 그리고 더 이전에는 증기기관의 발명이 가져온 1차 산업혁명이 있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증기기관을 최초로 발명한 사람을 제임스 와트(James Watt)로 기억하고 있지만, 사실 증기기관을 최초로 발명한 사람은 토머스 뉴커먼(Thomas Newcomen)이라고 하는 영국의 발명가였습니다. 1705년 그가 최초로 발명한 증기기관은 상하 피스톤 운동 형태로 광산에서 발생하는 물을 퍼올리기 위한 펌프에 적용되었습니다. 그 후 60여년이 지난 1765년, 우리가 알고 있는 제임스 와트는 기존 토머스 뉴커먼의 증기기관을 개량해 현재와 같은 모양의 증기기관을 만들었습니다. 기본적인 원리는 물을 끓여 발생하는 수증기의 압력을 이용해 장치를 회전시키는 것이었습니다.      


[ 증기기관과 James Watt, 출처 : 위키백과 ]



액체 상태의 물은 기체 상태의 수증기가 되면 부피가 1,244배나 늘어나고 온도 증가에 따른 부피 증가까지 고려하면 1,500배 이상으로 증가합니다. 이렇게 엄청나게 늘어난 부피는 팽창하면서 압력을 만들어 내고, 이 압력을 운동 에너지로 바꾼 것이 바로 증기기관입니다. 이 운동 에너지를 회전력으로 바꿔서 기차의 바퀴에 적용한 것이 증기 기관차였지요. 


증기기관에서 얻은 회전력을 바퀴에 적용해 증기 기관차를 만들었던 인류는 그로부터 100년쯤 지난 1860년대에 그 회전력을 발전기에 적용하기 시작합니다. 바로 전기를 만들어내기 시작한 것인데요, 프랑스의 발명가 제노브 테오필 그람이 만든 인류 최초의 발전기를 시작으로  2차 산업혁명을 가져오게 됩니다.      

증기기관과 발전기가 완전히 다른 영역에 있는 발명품 같지만, 증기에 의한 운동 에너지를 회전력으로 바꿔서 무엇인가를 회전시킨다는 원리는 같습니다. 전기는 산업의 쌀이라고 할 만큼 산업발전에 중요한 요소이고 특히, 4차 산업혁명에 있어서는 없어서는 안 될 핵심 에너지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 제조업의 에너지원 중 전기가 차지하는 비중이 절반 가까이 되기 때문에 전기 없이는 AI를 비롯한 첨단산업 뿐만 아니라 산업 자체가 가동을 멈출 수 밖에 없는 상황인 것이죠.      


전력을 생산하는 발전의 종류에는 화력, 원자력, 수력, 풍력, 태양광 등의 방법이 있지만, 우리나라 전력생산의 65% 가량은 석탄과 천연가스인 화력에 의존하고 있고, 그 다음으로 원자력이 30% 가량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나머지 5% 정도의 전력을 수력, 풍력, 태양광 등이 만들고 있습니다. 전력생산의 거의 대부분을 화력과 원자력 발전은 물을 끓이는 방법만 다를 뿐 수증기의 힘으로 발전기를 돌리는 원리는 똑같습니다. 화력 발전은 화석연료를 태워 그 열로 물을 끓이는 것이고, 원자력 발전은 핵분열 과정에서 발생하는 열을 이용해 물을 끓이는 것이죠. 그 외 발전 방식은 수증기를 이용하지는 않는데요, 수력 발전과 풍력 발전은 수증기 대신 물과 바람이 발전기를 돌리고, 태양광 발전은 태양광 패널이 태양광의 광전효과에 의해 전기를 만들어 냅니다.      


증기기관이 만들어지면서 시작한 1차 산업혁명은 인류 문명에 혁명을 가져왔고, 전기가 발명된 이후에는 혁명을 넘어 예전에는 상상하지도 못했던 새로운 세상을 만들었습니다. 

생각해 보면 인류의 발전을 가져온 증기기관과 전기를 발명한 바탕에는 모두 끓는 물이 있었습니다. 다른 것이 있다면 무엇으로 물을 끓일 것인가, 그리고 수증기가 만드는 힘으로 무엇을 돌릴 것인가만 다를 뿐이죠.     

난로 위에 놓인 주전자가 뿜어내는 하얀 수증기 덕분에 덕분에 인류는 지금의 문명을 누리고 있는 것입니다.           

이전 09화 라면이 먼저냐, 스프가 먼저냐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