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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흰머리 소년 Nov 29. 2020

무지개와 해를 사진 한 장에 담을 순 없을까?

무지개는 정말 잡을 수 없는 걸까?

무지개를 보고 있으면 왠지 좋은 일이 생길 것 같은 막연한 기대감과 어린 시절 동심을 느끼게 합니다. 어렸을 적 ‘국민학교’ 교과서에 실렸던 《무지개》라는 소설에는 평생 동안 무지개를 잡으러 나섰던 소년의 이야기가 담겨 있었습니다. 소년은 주위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무지개를 잡기 위해 평생을 헤매지만, 결국 무지개를 잡는다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을 깨닫고 여정을 포기하게 됩니다. 그런데, 무지개 잡기를 포기하는 순간 소년의 검은 머리는 하얗게 되고 얼굴에는 수많은 주름이 잡힌 노인이 되어 버렸다는 내용입니다. 


소설 속 소년처럼 무지개를 잡으러 산을 넘을 정도는 아니었지만, 어렸을 적 무지개는 정말 신기함 자체였습니다. 학교 과학시간에 무지개는 물방울에 의해 햇빛이 굴절되기 때문에 생긴다고 배웠지만, 무지개가 뜰 때면 무지개가 시작되는 곳으로 달려가 보고 싶은 충동을 느끼곤 했습니다. 


무지개는 물방울이 빛을 굴절시켜서 생기는 것이기 때문에 이것을 쉽게 이해하기 위해서는 프리즘에 대한 기억을 소환할 필요가 있습니다. 햇빛을 프리즘에 통과시켜 보면 아무 색깔이 없는 것 같았던 빛이 다양한 색깔로 구성되어 있고 색깔마다 휘는 정도가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물방울도 프리즘처럼 빛의 진행방향을 꺾거나 반사시킵니다. 비가 그치고 나면 공기 중에는 많은 물방울이 떠다니게 되는데, 이 물방울이 마치 프리즘처럼 빛을 굴절시키게 되죠. 동그란 물방울은 삼각형의 프리즘에 비해 빛을 굴절시키는 각도가 훨씬 크기 때문에 빛은 진행방향에서 138~140° 정도 꺾여서 거의 반대방향으로 되돌아오게 됩니다. 꺾이는 각도는 색깔에 따라 조금씩 다르기 때문에 우리는 빨주노초파남보의 선명한 일곱 색깔 무지개를 볼 수 있는 것이죠. 무지개는 물방울에 의해 햇빛이 꺾이면서 다양한 색깔로 우리 눈에 비쳐지는 것이기 때문에 보는 사람의 위치에 따라서 각기 다른 모양의 무지개를 보게 됩니다. 


물방울에 의해 햇빛이 140° 정도 반대방향으로 꺾여서 우리에게 돌아오면서 무지개가 만들어지기 때문에 우리는 해를 등지고 서야 무지개를 볼 수 있습니다. 무지개 위치는 해의 위치에 따라 달라지는데, 해가 우리 등 뒤의 지평선 근처에 있을 때 무지개는 우리 눈앞 40° 정도의 높이에 있게 됩니다. 무지개에 대한 이미지를 검색하면 무지개 위로 햇님이 빙긋 웃은 그림을 자주 볼 수 있는데요, 사실 이 그림은 과학의 눈으로 보면 불가능한 구도입니다. 해를 등지고 서야만 무지개를 볼 수 있기 때문에 해와 무지개를 동시에 볼 수 있는 방법은 없거든요. 만일 여러분이 카메라를 이용해 무지개와 해를 사진 한 장에 담으려고 한다면 이건 마치 무지개를 잡으려고 시도하는 것과 비슷할 겁니다. 



[ 무지개가 생기는 원리 ]

무지개의 위치와 크기는 해의 위치에 따라 달라진다고 했습니다. 무지개는 우리가 해를 등지고 섰을 때 우리 눈앞 40° 높이에 만들어지기 때문에 해의 고도가 높아질수록 무지개는 높이가 점점 낮아집니다. 일출 직후 또는 일몰 직전 해의 고도가 낮을 때 가장 크고 뚜렷한 무지개를 볼 수 있는데요, 우리가 주로 등하교길이나 출퇴근할 때 무지개를 만나게 되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입니다. 

지상에서 볼 수 있는 무지개는 모두 반원형인데요, 지상이 아닌 하늘로 올라가면 완전한 원형의 무지개를 볼 수 있을까요? 물론입니다. 여러분이 만일 지평선의 장애를 받지 않는 비행기에서 무지개를 만난다면 완전히 동그란 원 모양의 무지개를 볼 수 있습니다.               


무지개는 순우리말입니다. 무지개의 어원을 찾아보면 물을 의미하는 ‘믈’과 문을 의미하는 ‘지게’가 만난 ‘믈지게’라는 단어에서 출발합니다. 우리 조상들은 무지개를 물이 만든 문으로 생각했던 것이지요. 정말 기막히게 멋진 표현이지만, 무지개가 물에 의한 현상이라는 것을 이미 오래 전부터 간파하고 있었다는 사실이 놀랍습니다. 영어 문화권에서는 비를 의미하는 'rain'과 활을 의미하는 'bow'를 결합해 rainbow로 표현했습니다. 이 역시 멋진 표현이네요. 


나라마다 무지개를 표현하는 단어는 조금씩 다르지만, 그 의미는 소설 《무지개》에서 그랬던 것처럼 꿈을 의미합니다. 필자가 예전 ‘국민학교’ 때 배웠던 《무지개》라는 소설은 지금도 초등학교 교과서에 실려 있다고 합니다. 아마도 어린이들에게 무지개로 상징되는 꿈을 포기하지 말라는 교훈을 주기 위함이겠지요? 지금은 아득해져 버린 어렸을 적 꿈을 한번 더듬어 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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