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흰머리 소년 Jun 06. 2022

「퇴사하겠습니다」를 읽고

회사는 졸업하는 거다. 그러러면 회사에 다니는 동안 준비해야 한다. 


그런거였구나. 책 띠지에 있는 저자 사진의 헤어스타일이 아프로헤어라는 것이고, 그 머리 스타일이 퇴사로 이어지는 나비효과가 된 거 였구나. 인터넷을 검색해 봤더니 이 책이 2017년에 출간되면서 일본과 우리나라에 퇴준생(퇴사 준비생) 열풍을 몰고 왔었다고 한다. 난 왜 이제야 알게 된 걸까?


책을 읽고 난 내 느낌은 베스트셀러가 될 만한 내용은 아니라는 거다(내가 너무 건방진가?). 이 책이 직장인들에게 인기가 있었던 이유는 직장인들이 하고 싶지만 할 용기가 없었던 일을 저자가 대신해 준 것에 대한 일종의 대리만족 때문인 듯하다. 저자는 독자를 대신해 다니던 대기업을 쿨하게 그만두고, ‘위험한’ 회사 울타리 바깥 생활을 우여곡절을 겪어가며 헤쳐나간다. 


책은 저자가 퇴사를 하기로 마음 먹게 된 계기부터 퇴사한 이후의 삶을 에세이처럼 풀어가고 있다. 그래서 퇴사를 준비하는 지침서로 책을 집어 들었다면 실망하기 십상이다. 단지 퇴사를 하면 이런 일들이 내게 닥치겠구나 정도의 참고서로 활용하면 적절할 듯하다. 


저자는 아사히신문사 기자생활을 하다가 50살이 되는 해 특별한 계기없이 회사를 그만둔다. 책은 저자가 회사를 그만두는 과정, 그리고 퇴직하자마자 겪게 되는 ‘위험한 회사 울타리 밖’ 상황을 묘사하고 있다. 무직이라 월세 얻기도 힘들고, 신용카드 발급은 더 어렵고, 감당하기 버거운 수준의 보험료 등등. 일본의 상황이지만 우리나라와 너무나 닮아 있다. 


퇴사 이후의 삶에 대해 가느다란 줄도 세 가닥만 모이면 튼튼해지듯이 회사라는 굵은 동아줄 대신 세상의 이곳저곳에서 발견한 가느다란 줄을 몇 개 붙잡아 살아가고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그리고 저자는 퇴사 이후 회사 인간이 아닌 무직의 중년으로 겪게 되는 사회의 편견에 대해 이렇게 꼬집는다.  회사에서 성실히 일하는 사람들이 우리 사회를 지탱하고 있는 것은 분명 맞는 말이지만 회사에서 일하지 않는 사람들도 분명 사회를 지탱하고 있다고.


저자는 퇴사 이후 무직의 ‘비회사 인간’으로 겪게 되는 여러가지 사회에 대한 불만을 배설하듯이 쏟아낸다. 회사의 이익구조를 비난하고, 아베노믹스를 비판하는 등. 일부 공감되는 부분도 있지만 전반적으로는 공감하기 어려웠다. 마치 실직자들의 술자리 푸념처럼 주제가 정돈되지도 않았고 논리도 부족하다. 특히 자신이 몸 담았던 직장을 원고료를 싸게 준다는 이유로 ‘악덕기업’으로 매도하는 건 아니지 싶다. 


회사 의존도를 낮추라는 조언은 공감되는 부분이었다. 부업을 하라는 의미가 아니라 전반적인 생활을 점검해 회사 없이도 스스로 해결할 수 있도록 준비하라는 의미다. 회사는 나를 만들어가는 곳이지 내가 의존해가는 곳이 아니라고 강조한다. 그걸 알게 되면 회사만큼 멋진 곳도 없고 그 준비가 끝나면 우리는 언제든 회사를 그만둘 수 있게 된다고 저자는 말한다. 


작가의 이전글 『공간의 미래(유현준 저)』를 읽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