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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흰머리 소년 Jan 08. 2023

머피의 법칙은 없다

토스트는 왜 잼을 바른 쪽이 바닥으로 떨어질까?

A는 바쁘게 아침 식사 준비를 하고 있다. 토스트에 잼을 발라 식탁에 올려 두고 잠시 냉장고 문을 여는 사이 식탁에 올려 두었던 토스트가 바닥에 떨어진다. 그런데 하필 잼을 바른 쪽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반대쪽으로 떨어졌다면 주워 올리면 그만이지만 잼을 바른 쪽이 바닥에 들러붙는 바람에 아침 식사는 고사하고 바쁜 시간에 청소까지 해야 할 판이다. 


오늘따라 아침부터 왜 이렇게 재수가 없냐고 투덜거리며 집을 나선다. 우리는 이런 상황을 ‘머피의 법칙’(Murphy’s law)이라고 한다. 세상 대부분의 일은 좋은 쪽보다는 안 좋은 쪽으로 일어나는 경향이 있다는 의미이다. 지각하는 날엔 엘리베이터가 늦고, 세차하면 비가 오는 등 우리가 일상에서 만나는 머피의 법칙은 무수히 많다. 


그런데 머피의 법칙은 존재하는 것일까? 전문가들은 우리가 머피의 법칙이라고 생각하는 대부분의 사건은 재수가 없어서가 아니라 확률 또는 심리학 이론으로 충분히 설명될 수 있다고 말한다. 안 좋은 일이 자주 생기는 것은 발생 확률이 높은 일이 자주 일어나는 것이거나 우리가 그렇게 느낄 뿐이라는 설명이다. 아침에 바닥에 떨어졌던 토스트 얘기로 돌아가보자. 잼 바른 쪽이 바닥에 떨어진 것도 확률이 높기 때문이 아닐까? 만일 확률 때문이라면 재수가 없었다고 느꼈던 마음이 조금은 위안을 받을 수 있지 않을까? 


이 궁금증에 대한 답을 찾아보려고 직접 토스트를 떨어뜨리는 실험을 한 사람이 있었다.  영국의 수학자이자 과학자인 로버트 매튜스(Robert Matthews)는 토스트에 버터를 발라 무려 9,821번에 걸쳐 식탁 높이에서 떨어뜨려 어느 쪽이 먼저 바닥에 닿는지를 분석했다. 그 결과 6,101번은 버터 바른 쪽이, 3,720번은 버터를 바르지 않은 쪽이 바닥에 먼저 떨어졌다. 버터 바른 쪽이 바닥에 닿을 확률은 62%로, 반대의 경우에 비해 1.6배나 높다. 실험 결과도 놀랍지만 버터 바른 토스트를 식탁에서 떨어뜨리는 동일한 실험을 만번 가까이 수행한 과학자의 의지가 더욱 놀랍다. 

그는 실험의 결과가 나타난 이유로 중력, 식탁의 평균 높이, 빵의 크기, 빵이 떨어지는 각도와 회전 등을 제시했다. 그의 분석에 따르면 토스트는 식탁 높이에서 반 바퀴 돌고 바닥에 떨어진다. 버터를 바른 쪽이 바닥에 닿게 되는 셈이다. 실험 결과로 보면 버터 바른 쪽이 바닥에 떨어지는 것은 재수가 없기 때문이 아니라 통계적으로 발생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우리가 머피의 법칙에 사로잡히는 또 하나의 이유는 선택적 기억 때문이다. 선택적 기억은 우리가 경험한 것 중 일부만을 선택해서 기억한다는 의미이다. 우리에게 중요성 없다고 생각되는 정보는 기억하지 않고 의미가 있다고 판단되는 정보만 기억하는 방식이다. 예를 들면, 내가 타려는 버스가 제 시간에 도착했을 때는 당연하게 받아들여 해당 정보는 기억에 남겨 두지 않지만 아쉽게 버스를 놓쳤을 때는 아쉬움이 커 기억에 오래 남겨둔다. 다음에 버스를 또 놓치게 되면 머피의 법칙 때문이라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우리가 중요한 일에 대해 갖는 심리적 부담감도 우리를 머피의 법칙에 사로잡히게 만든다. 우리는 중요하고, 긴급하고, 복잡한 일을 접하면 실수하면 안된다는 생각에 긴장하게 되고 이 긴장은 우리를 부자연스럽게 만든다. 결국 실수가 잦아지고 일을 망치는 경우가 많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중요한 일을 앞두고 있을 때는 자기 자신도 눈치채지 못하도록 평상시와 같이 생각하고 행동해야 한다. 


재수가 없어 생겼다고 느꼈던 일은 따지고 보면 확률과 심리학으로 설명이 되는 일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사람들은 일이 원하는 방향으로 풀리지 않고 꼬이면 머피의 법칙을 생각한다. 운을 넘어 안 좋은 일은 나에게만 닥친다는 자괴감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있다. 바쁜 아침 토스트의 잼 바른 쪽이 바닥에 떨어진 것은 그럴 확률이 높기 때문이고, 세차한 다음 날에 비가 오는 것은 기상조건이 그랬을 뿐이다. 이 사실을 인지하는 것만으로도 재수 탓을 하던 찜찜한 기분이 한결 나아지고 위안을 얻을 수 있다. 


우리는 통계를 재수로 오해하는 경우가 많다. 확률적으로 일어날 가능성이 더 높은 일이 일어났음에도 우리는 재수가 없어 그렇게 된 것이라고 생각하고 그것을 운명과 잇대려고 한다. 우리가 일상에서 겪는 일도 이와 비슷하다. 우리가 겪는 일 중 잘 안 풀리는 일이 있으면 우리는 재수가 없어서 그렇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그 일은 통계적으로 안되는 확률이 높은 일일 가능성이 많다. 재수가 없는 것이 아니라, 원래 그런 것이다. 머피의 법칙이라고, 운이 없다고 부정적으로 판단할 게 아니라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수용해야 한다. 


안 좋은 일은 결국 일어난다는 부정적인 이미지로 각인되어 있는 머피의 법칙을 기가 막히게 반전시킨 영화가 있었다. 2014년 개봉한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영화 '인터스텔라’였다. 주인공인 전직 우주조종사 쿠퍼의 딸 이름은 '머피' 이다. 머피의 법칙을 연상시키는 머피라는 이름을 딸이 좋아할리 없다. 딸은 늘 아빠에게 이름에 대한 불만을 토로한다. 여느때처럼 이름에 대해 불평하는 딸에게 쿠퍼는 이렇게 말한다. “머피의 법칙은 나쁜 일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야. 일어날 일은 반드시 일어난다는 거지." 


'일어날 일은 반드시 일어난다'는 표현으로 바꾸는 순간 머피의 법칙이 갖는 부정적 이미지는 

이루고자 하는 일은 반드시 이루어진다는 긍정적 자기 암시로 바뀐다. 우리는 일상에서 많은 선택을 하고 그 결과를 안고 살아간다. 그리고 그 결과가 좋지 않을 때는 그저 운이 나빠서 그런 것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그 일은 단지 발생 확률이 높기 때문에 자주 일어나는 것이고 나타날 때가 되어 나타날 뿐이다. 피해의식에 사로잡히거나 운명을 탓할 일이 아니라 미리 대비하는 지혜를 가져야 할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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