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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ahnnap Mar 21. 2024

〈토마토마토마토〉


48. 창가에 죽 늘어선 화분 위에서 토마토 잎들이 낭창낭창 흔들렸다.


 이런 게 어린이의 마음이구나, 어린아이를 위한 마음이구나. 꼭 연극 대본과 같이 쓰여서 서사에 필요한 필수적 요소들을 정갈하게 갖추고 있었다. 글은 그림과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도록 그것만으로도 머릿속에서 장면을 그릴 수 있게 한 문장 한 문장 쓰여 있었다.

 생각해보면 성인 독자를 위한 문학에서는 의성어나 의태어를 마주한 기억이 많이 없다. 그걸 쓰는 게 너무 촌스럽고 직접적이라 그런 걸까, 아님 아예 작가들이 쓸 생각조차 하지 못해서 그럴까? 인용한 부분을 포함해서 오르락내리락, 사뿐사뿐, 성큼성큼, 화르륵과 같은 의성어가 적재적소에 쓰여있는 것이 읽기에 좋았다.

 실제 교사 분께서 쓴 책이라 그런지 요즘 아이들이 쓰는 말투와 학교 활동의 디테일이 반영돼있었다. 그걸 언뜻언뜻 발견하는 게 신선하고 재밌었다. 모둠과 분단이라는 말을 오랜만에 접했다. 대학교 1인용 책걸상은 둥그런 모양인데 초등학교 책걸상이 네모날 필요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안 그래도 천진한 아이들을 관리하는 선생님 입장에서 생각하면 아무래도 굳이 큰 예산을 들여서 바꿀 것 같지는 없을 것 같기도 하고. 선생님이 어린이날을 맞은 반 학생들을 위해 간식을 포장했다는 부분에서는 이거 초과근무 아닌가, 그런 일이 있을 때 집에서 혼자 다 하실라나 생각했다. 그리고 책 속 아이들 사이 언쟁이 있을 때 선생님이 개입하는 타이밍에 있어서, 꼭 서사의 진행을 위해서가 아니라 생각해보면 선생님들은 처음부터 나서진 않았던 것 같다는 게 떠올랐다. 특수한 경우가 아니면 가능한 늦게 개입하는 것이 원칙인가 보다.

 이야기 자체도 재미있었다. 원래는 타인의 외면과 내면의 비대칭성에서 비롯된 오해라고 할 수 있는 오래된 주제가 마스크라는 장치를 매개로 타인의 외면과 나의 내면 사이의 오해로 바뀐 것이 작가의 입장에서도 재미있었을 것 같다. 쉽게 말해서 ‘마기꾼은 사실 사기를 친 적이 없다’는 것이 서사의 큰 줄기였다. 너희들도 이런 걸 느끼는구나 싶었다. 초등학생이 할 법도 하지만 그 나이 또래답지 않은 성숙한 대사나 처신을 보며, 어른일 수밖에 없는 동화책 작가란 자신이 어렸을 때 갖고 있지 못했던, 혹은 현재 어른으로서 희구하는 것을 아이-인물을 통해서 구현하는 건가 생각도 들었다. 아니면 선생님으로서 정말 이든이 같이 성숙한 아이를 만날 수 있었던 걸까? 어린아이가 3일 동안 휴대폰 만지는 걸 까먹을 정도로 아플 수도 있다는 것을, 학급친구 중 한 명을 놀리는 분위기 속에서 쉽게 동조하지 않고 주춤대며 망설일 수 있다는 것을, 비밀이란 게 없는 상태일 수 있다는 것을 새삼 알게 됐다.

 그 중에서 나는 팔꿈치에 별이 그려진 옷을 눈치 보지 않고 입을 수 있다는 게 제일 멋진 점인 것 같다. 그림에 대해서, 어린이를 위한 그림이란 과연 따로 있는 걸까 생각했다. 완성된 형태만을 놓고 봤을 때는 줄거리와 그림이 완벽하게 하나로 어울리는데, 어떻게 그 책에 어울리는 그림을 그려줄 사람을 찾을지 생각했다. 그리고 그 과정 속에서 작가와도 디자이너가 그림에 대해 피드백을 주고받을지에 대해 궁금했다. 단순히 표지를 정하는 수준의 사안이 아니니까.

 아무래도 문학이 아니고서는 책에서 열 살 남짓한 어린아이가 학교와 교실 바깥에서 존재하는 게 흔한 일은 아닐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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