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bahnnap May 03. 2024

〈새들의 집〉


 212. “아유, 동네 시끄럽게 하지 말고 가세요. 자기 힘으로 집 한 켠 마련 못하는 사람이 이래라저래라 무슨 성인군자라도 되는 것처럼....... 안 가면 영업 방해로 경찰 부를 거예요.”




 아파트로 둘러싸인 칙칙한 서사의 배경과 대조되는 알록달록한 이미지를 표지와 함께 제시하여 무겁지 않고 오히려 경쾌하게 읽을 수 있었다. 특히, 지은 지 오래된 공작성운아파트가 있던 터가 신원미상의 시체들을 몰래 묻던 곳이라 근방에 새들이 많이 살게 되었단 설정이 매력적이었다.


 생명에 들러붙어 지겹도록 맥이 안 끊어지는 맹목적인 상승의 욕망은 두 인물의 삶에서 수단이 차지하는 비율이 목적 비율을 압도하게 했다. 이는 누군가에게 토막 살인되어 발견된 어느 투기꾼에게서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이것이 좋았던 건 부동산 문제를 독립된 현상이 아닌 이 사회를 사는 시민의 심리에 근거한 복합적인 것으로 그려냈기 때문이다.


작가는 부동산을 사고팔면서 그것이 과연 정당한 투자인지 파렴치한 투기인지 내적갈등을 겪는 은주 씨를 통해 몇 줄의 대사로 자신의 입장을 압축하지 않았고, 난 그게 마음에 들었다. 그 입장은 마지막 장의 제목으로 나타난 듯하다.


 어떤 측면에서의 발전은 어떤 측면에서의 퇴행을 의미하는 게 아닌가 생각이 든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