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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ahnnap May 03. 2024

〈새들의 집〉


 212. “아유, 동네 시끄럽게 하지 말고 가세요. 자기 힘으로 집 한 켠 마련 못하는 사람이 이래라저래라 무슨 성인군자라도 되는 것처럼....... 안 가면 영업 방해로 경찰 부를 거예요.”


 재밌게 읽었다. 끊이지 않고 연속되는 사건들이 참 버라이어티했다. 사실고증이 잘 되어있는데 장르소설로 분류돼야 한다고 느낀다는 건, 지금 이 사회가 대단히 혼란하다는 방증일  수 있을까. 〈시선으로부터〉와는 달리 인물보다는 사건으로 저글링을 하면서도 이 책은 균형감을 잃지 않고 속도를 높이며 현재의 한국을 이야기로 담았다.


 인용한 부분에서 나오듯이 이야기는 부동산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키워드는 갭 투기, 전세사기 등이 있고 가두리, 초품아, 천떼기 등의 말들도 등장한다. 은주 씨와 그녀의 딸 지안은 지방의 넓은 집에서 살다가 (서울 내 위치한) 초월시의 10평 남짓한 공작성운아파트로 이사를 온다. 은주 씨는 출산 및 육아로 경력이 단절되었다. 그녀가 부동산 투자에 발을 들이게 된 계기는 첫째로 서울에서 생활하는 데 드는 비용으로 커버할 수 없던 지안이의 학원비 걱정이었다. 둘째로는 거주 중인 집이 자가인지 전세인지, 신축인지 구축인지에 따라 서로 대하는 태도가 달라지는 초월시 사람들이었다. 은주 씨는 상처 입은 자신과 지안이의 더 나은 미래에 보상하기 위해 시세차익을 위한 부동산 투자의 규모를 점점 키워나간다. 불확실한 소문과 둔한 이기심에 뿌리내린 부동산 투자는 일련의 사건들로 한 번 크게 휘청거리고 결국 은주 씨는 겨우 눈먼 질주를 멈추게 된다.


 부동산 얘기만으로 구축됐다면 지루했을 서사는 다른 소재들과 버무려져 쭉쭉 뻗어나간다. 제목처럼 초월시에는 새들이 가득한데, 집에 대한 인간의 집착이 멋진 둥지를 만들려는 새의 습성과 병치되어 직관적인 비유로서 기능한다. 아파트로 둘러싸인 칙칙한 서사의 배경과 대조되는 알록달록한 이미지를 표지와 함께 제시하여 무겁지 않고 오히려 경쾌하게 읽을 수 있었다. 특히, 지은 지 오래된 공작성운아파트가 있던 터가 신원미상의 시체들을 몰래 묻던 곳이라 근방에 새들이 많이 살게 되었단 설정이 매력적이었다.


 다른 소재로는 이 사회의 비교하는 문화에서 초래된 알맹이 없이 과열된 교육열이 있었다. 작품의 메인 빌런이 흑화하게 된 것도 그 때문이었고 은주 씨가 부동산 투자에 입문한 것 역시 그 영향이 컸다. 생명에 들러붙어 지겹도록 맥이 안 끊어지는 맹목적인 상승의 욕망은 두 인물의 삶에서 수단이 차지하는 비율이 목적 비율을 압도하게 했다. 이는 누군가에게 토막 살인되어 발견된 어느 투기꾼에게서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이것이 좋았던 건 부동산 문제를 독립된 현상이 아닌 이 사회를 사는 시민의 심리에 근거한 복합적인 것으로 그려냈기 때문이다. 작가는 부동산을 사고팔면서 그것이 과연 정당한 투자인지 파렴치한 투기인지 내적갈등을 겪는 은주 씨를 통해 몇 줄의 대사로 자신의 입장을 압축하지 않았고, 난 그게 마음에 들었다. 아무래도 그 입장은 마지막 장의 제목으로 나타난 듯하다.


 그 안에 살 생각도 없으면서 일단 집을 사들이고 보는 은주 씨의 모습에서 뚜렷한 목적 없이 서평단을 신청하는 내 모습이 겹쳐 보였다. 그런 의미에서 어떤 측면에서의 발전은 어떤 측면에서의 퇴행을 의미하는 게 아닌가 생각이 든다. 사실 인용한 부분은 화제성을 끌어보려는 의도에서 계산된 것이고 내게 가장 인상적인 문장은 99p에 있었다. 작가는 해당 주제에 착수해 미세한 골격을 짜기 위해 얼마나의 조사가 필요했을까 궁금하다. 제법 클래식한 책이 될 것 같다. 그리고 조금 더욱 더 약삭빨라져야 하지 않을까, 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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