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bahnnap May 12. 2024

〈엉덩이즘〉



361. 수치심의 근원을 궁금해하고 그 배경을 알아보는 건, 단순히 변명하거나 어물쩍 넘어가려는 태도와 다르다.





  26살의 나이로 세라 바트먼이 사망한 이후 유럽에 만연하게 된 흑인 여성과 섹슈얼리티의 연상 관계는 백인 여성들로 하여금 버슬이라는 일종의 뽕을 유행시켰다. 미국에서는 20세기 초반 플래퍼라는 보다 자유롭고 완곡한 곡선을 가진 여성 패션 스타일이 등장했다. 두 트렌드가 대표하는 여성성은 정이든 반이든 모두 흑인성과의 관계를 중심으로 위치했으며, 또한 자신의 실루엣을 통제해야 한다는 젠더 의식에 책임이 있었다.

 트월킹은 흑인과 퀴어 공동체라는 그 근원이 분명한 문화로서 저항의 의미를 담고 있다. 그 춤은 노예무역의 요충지에서 발원하여 허리케인의 영향으로 미국 전역으로 퍼져나가 마일리 사이러스의 2013년 VMAs 무대에서는 철저히 희롱되기에 이른다. 해당 무대에서 줄곧 뻔뻔하고 뻣뻣한 그는 곰 인형을 등에 업은 댄서들과 차마 봐주기 힘든 트월킹을 펼친다. 그 문화의 정신은커녕 표현형조차 어설프게 표방했거니와, 섹슈얼한 흑인이라는 고정관념에 기댄 손쉬운 이미지의 반전 따위를 원한 것이었다. 그야말로 최악이었다.





이전 04화 〈편지가게 글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