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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수 적다고 교육받을 권리마저
적어야 하는가?

-이포초등학교 하호분교 교사 임덕연

by 까미노

이포초 하호분교는 작은 학교다. 작은 학교라고 하니 아주 작은 학교를 상상할지 모르지만, 제법 큰 작은 학교다. 전교생이 36명이나 되는 6학급이다. 두 학년 합쳐서 학생수가 9명이 안 되면 흔히 복식이라고 부르는 한 학급으로 편성되는데, 하호분교는 모두 9명이 넘어 6학급으로 편성되었다. 하호 학교는 작지만 배움이 강한 학교, 작지만 나눔이 아름다운 학교, 작지만 성장이 알찬 학교로 학부모, 학생과 선생님 모두 학교에 대한 자부심과 자긍심이 높다.


6.jpg 학년군 문화예술 수업으로 교실 전체를 사용하여 하호 옆 남한강가 삶을 표현하고 있다. ⓒ 하호 2017


하호분교는 몇 년째 6학급을 유지하고 있지만, 매년 학급수가 줄어들까 걱정한다. 학부모도, 학생도, 교사도 모두 복식학급이 되는 것을 걱정한다. 심지어 복식학급이 되면 전학을 시키겠다는 학부모도 있다. 아마 하나 둘 전학을 가면 썰물처럼 학생들이 빠져나가 하루아침에 학교가 없어질지 모른다. 학교가 없어진다는 것은 두려움이다. 마을에서도 우리 지역에 학교가 없어진다는 것은 큰 걱정거리다.


지난해 12월에 1학년 신입생이 몇 명 들어올지 모르지만, 면사무소에서 통보해 준 취학예정 아동수를 고려하여 예상되는 학급을 5학급으로 교육청에 보고했다. 두 학년 합쳐 9명이 되지 않는 것이다. 학부모도 걱정이고, 선생님들도 걱정이다. 그러나 걱정만 하고 있을 수 없어 무슨 일이라도 해야 했다. 학교 소개 홍보물을 만들어 인근 유치원에 갖다 드리기도 하고, 학부모 설명회를 하기도 했다. 복식이 된다는 소문으로 더 전학을 가지 않을까 걱정도 되었다. 그야말로 집토끼와 산토끼를 함께 잡아야 할 처지다. 이런 현상은 학생 수가 고만고만한 요즘 시골 작은 학교들이 다 같이 하는 걱정이다.


3.jpg 생태감수성을 기르는 수업으로 촛불과 나뭇가지로 원을 만들고 이야기 나눔을 하고 있다. ⓒ 하호 2017

"혁신 교육 8년차에 다시 재지정을 받은 하호분교는 그동안 좋은 선생님들이 좋은 학교, 작지만 강하고 멋진 학교를 만들기 위해 애쓴 흔적이 많다. 인근에 구멍가게 하나 없어 과자, 컵라면, 사탕 등 인스턴트 군것질을 하지 않는 학교다. 대신 감자 날 때 감자 쪄 먹고, 고구마 날 때 고구마 쪄 먹고, 땅콩 볶아먹고, 학교 옆 밤나무에서 주운 밤으로 군밤을 해 먹는다. 직접 지은 쌀로 떡해 먹고 밥해 먹는다. "


이처럼 흙마당에서 뛰어놀고, 건강한 먹거리 환경으로 아토피가 있는 아이가 전학 오기도 한다. 전학년 함께 다모임을 하고 생일을 축하해주는 생활 공동체를 이루어 또 다른 인성교육을 한다. 전교생이 모두 다 알고 지내고, 선후배 우정이 돈독하다. 학교 텃밭이 많아 함께 농사짓기를 한다. 농사짓기 한 것으로 김장 담그기, 떡해 먹기, 간장 담그기 등도 하고, 조상의 슬기가 배어 있는 24절기 공부도 때 맞춰 한다.


선생님들은 먼저 '하호교사들이 아이들을 성심껏 잘 가르친다'는 소문이 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하호 아이들이 행복하다는 소문과 신나게 생활한다는 소문이 나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했다. 학부모들이 만족도가 높은 학교라고 남들이 다 부러워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광주, 양평 지역 선생님들이 근무하고 싶어 하는 학교처럼, 자녀를 보내고 싶은 학교처럼 하호학교를 그렇게 만들고 싶었다.

5.jpg 전교생이 풍물을 배워 5월 모내기 전에 신나는 풍물놀이 한 판을 하고 있다. ⓒ 하호 2017


올해는 선생님들이 작심하고 교육과정을 재구성하여 발도르프 철학과 방법으로 가르쳐 보려고 마음을 모았다. 2월 매우 바쁜 시기에 새 학년 새 학기 연수를 자체적으로 진행하였다. 발도르프 교육에 경험이 많은 강사 선생님을 모시고, 3일 동안 매일 6시간씩 공부를 했다. 열린 연수를 하여 인근 양평에서 몇몇 선생님이 찾아와 함께 공부했다. 멀리 평택에서 오신 분도 계시고, 배움을 찾아 이천에서 오시기도 했다. 선생님들이 열심히 공부한다고 학부모님이 보러 오시기도 했다. 선생님들이 열심히 공부해서 가르치고 싶다는데 돈 없다고 하지 말라고 할 수 없다며 교장선생님이 긴급하게 추경으로 경비를 마련하여 연수비를 마련해주셨다.


사람들 수가 적다고 교육받을 권리마저 조금 주어서는 안 된다. 나이 많은 사람들이 많고, 아이를 낳고 기르는 사람이 조금 산다고 하여 행복할 권리가 제한받아서는 안 된다. 사람이 많이 산다고 해서 더 많은 권리를 가져서는 안 된다. 그러할진대 왜 사람이 적게 사는 지역의 학교여서, 학교 다니는 학생이 적으니 부족한 것을 참고 살아야 하는가. 경기 교육은 '단 한 명의 아이도 포기하지 않는다'라는 모토를 세우고 있지만, 현실에서는 작은 학교를 그저 통폐합 대상 학교로만 보는 것은 아닌지. 도시에 있는 화분이든, 시골에 있는 화분이든 돌보지 않고, 물 주지 않고 햇빛 받지 않으면 죽고 만다. 잘 자라지 않는다. 시골에 산다고 조금 못생기게 커도, 조금 안 예쁘게 커도 되는 것이 아니라 모두 다 행복하게 자라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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