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 잘못 들어 짧게는 몇 미터에서 길게는 수백 미터를 다시 되돌아온 적이 있다. 출발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상황이면 되돌아오는 것이 크게 부담스럽지 않지만 20km를 넘게 걷고 있다가 이런 상황이 닥치면 진짜 주저앉아 울고 싶다.
까미노엔 노란 화살표, 조개무늬그림, 보도에 박아 놓은 문양 등 어지간해서는 길을 잃어버리지 않게 정말 세심하게 표시가 되어 있다.
그런데 어째서 중간에 길을 잘못 들어 동절기엔 절대 넘지 말아야 할 피레네산맥을 넘다 조난당하여 사망하는 순례자가 한해에 몇 명씩 나온다고 한다. 나도 이번에 생장에서 발카로스로 안 가고 길을 잘못 들어 피레네를 넘다가 새벽 2시가 되어 론세스바에스에 도착한 한국인을 만난 적이 있다.
오늘도 출발하고 나서 두 번이나 다른 길로 갔다가 다시 돌아왔는데 이런 일이 발생하는 주원인은 '감'때문이다. 익숙해질수록 자신의 감을 믿게 되고, 그게 확신으로 변한다. 확신은 기대를 수반하니 결과가 예상과 다를 때에 그 데미지가 상당하다. 그래서 걷다가 길이 맞는지 긴가민가 하면 재빨리 길안내 앱을 실행시켜 확인해야 한다.
이제 반백의 인생을돌아보니 감 때문에 도전했다가 실패하거나 감 때문에 쓸데없는 곳에 시간과 돈을 허비했던 일이 부지기수였다.
그럴 때 까미노를 알려주는 지도(앱)처럼 인생 선택의 순간에길잡이를 해줄 수 있는 사람이 한 명이라도 있으면 좋겠다. 그렇다면 지금보다는 훨씬 후회하는 빈도수도, 함께 찾아오는고통과 손해도줄어들지 않을까. 한편나는 누군가의 길잡이로서 역할은 하고 있는가 되돌아보게 되는 하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