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늦은 걸 왜 후회해

고장난 시계

by 박한얼 Haneol Park


할아버지가 부지런할수록 행복해진다고 말씀해주셨었는데, 요즘에야 그 의미를 알 것 같다. 방청소, 과제, 공부, 독서, 잔업무처럼 하기 싫은 사소한 일들을 부지런하게 해치워버리면 오히려 스트레스가 풀린다.

하기 싫은 걸 해야 스트레스가 풀린다니, 인간은 심리마저 모순적이다.


작은 스트레스들도 많이 쌓이면 정신적 외상을 일으킬 수 있다고 한다. 꼭 큰 충격이 아니더라도 사소한 부정적 경험들이 반복되면 트라우마가 되거나 정신병리적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우린 해소되지 않은 감정이든 쌓아둔 할 일이든 작은 거라고 무시하거나 미뤄두지 말고 그때그때, 바로바로 처리를 해주어야 한다.


반대로 좋아하는, 내게 빠른 만족감을 가져다줄 수 있는 것들이야말로 미뤄두면 오히려 좋은 것 같다. 예를 들어 치킨이나 떡볶이가 너무 먹고 싶다면, 나는 나 스스로에게 이렇게 말해 준다. "그냥 내일 먹어. 좋은 건 미뤄도 좋아! 좋은 일이 일어나기 전까지 기대하고 있는 게 행복하잖아." 그래서 나는 먹는 걸 내일로 미뤄두었다. 내일이 기대된다. 고작 떡볶이 하나 때문에. 그래서 이게 요즘 나의 좌우명이다. '좋아하는 건 미루고, 싫어하는 건 빠르게!'





그런데 백날이면 백날 항상 저 좌우명을 실천하면서 살 수는 없었다. 우리는 손가락 하나 까딱하는 것만으로 세상을 볼 수 있게 됐다. 그 화면 속 세상은 밌는 드라마, 웹툰, 음식 같은 것들로 리를 유혹한다. 재밌고 맛있는 게 얼마나 많은지... 하기 싫은 일들을 놓아버 때가 있다. 린 이렇게 뭐든 빨리 해결, 만족되지 않으면 참지 못하는 유아 퇴행적 인류가 되어가고 있다. 성격은 또 얼마나 급해졌는지, 원하는 걸 당장 해버리고는 생각보다 별로였다며 실망하기도 하고 너무 성급했거나 너무 미뤄버려서 원했던 기회를 놓칠 때도 있다. 인생은 소확행, 타이밍인데! 이래서 인내심이 중요하다. 인내심은 행복한 결말을 불러와줄 가능성을 높여준다.


인간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혹은 이렇기도 저렇기도 한 모순덩어리다. 그런 인간인 내가 내 욕심 탓에 실수해버린, 이미 지간 일을 크게 후회 적이 있다. 별명이 부처님일 정도로 무던한 성격인 친구에게 회되는 일과 고민을 이야기했데, 그 친구에게서 이런 말을 들었다.



"이미 늦은 걸 왜 후회해. 후회해서 뭐하니."


어이없지만 나의 모순을 단숨에 해결해주는 말이었다. 남의 일이라고 쉽게 말하는데... 쉽게 말하는 게 맞을 때가 있다. 쳇, 한 발자국 떨어져서 봐야만 보이는 것들이 있을 테니까.


'그땐 그렇게 해버렸는데... 지금은 후회돼.'


'음... 어쩌라고.'인 것이다.


당장 타임머신이 발명될 것도 아닌데 지나간 일 후회해서 무엇할까. 과거를 통해 교훈을 얻고, 현재에 만족하고, 미래를 준비하면 되는 . 과거는 생각하면 할수록 멈춰버린 시간 속에 갇히는 것 밖에 안 된다. 굳이 고장난 시계가 될 필요는 없다.


어차피 그 일은 지나갔고, 앞으로 안 그러면 되는 것이고, 지금이 그렇게 나쁜 상황인 것도 아데 뭐. 다 괜찮아, 또다시 용기를 내서 좌우명 실천이다!




keyword
이전 14화그냥 너 편한 대로 생각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