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e (포즈)'라는 넷플릭스 드라마를 보았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1980~1990년대 트랜스여성들의 이야기를 담은 내용이다. 처음으로 HIV라는 면역결핍 바이러스가 발견되고 확산되던 때에 약이 개발되기 전까지 그 시기를 버티고 이겨나가는 그들의 험난한 과정도 엿볼 수 있다. 혐오와 편견이 만연하던 시절 그들의 삶을 매우 진솔하게, 더 나아가 노골적이기도 할 정도로 매우 진하게 표현하고 있는 작품이다. (18금이다.) 어떻게 저런 대사를 각본으로 썼는지 감탄스러운 대사들이 많았는데, 가장 인상 깊었던 건 이거다.
"진정한 예술이란, 가공된 것을 즉흥적이여 보이게 만드는 거야."
생명력이 넘치는 드라마였다. 끼 넘치고 당당한 외면과 당당해야만 버틸 수 있었던 그 이면의 수많은 상처들과 극소수자로 살아간다는 것의 고통을 보고, 더 넓은 이해적 시각을 갖게 된 것 같다. 내용이 굉장히 드라마틱해서 눈물과 콧물을 다 뺐다. 꼭 LGBTQ만이 아니라 인간이라면 누구나 공감할만한 이야기들도 많았다. 그 시대의 유행이나 패션, 사건들을 보는 재미도 있었고 트랜스젠더를 사랑하게 된 그들의 연인 이야기까지도 표현하고 있어서 내용이 다채로웠다.
주인공들은 서로 힘든 상황이 닥칠 때마다 긍정적인 태도로, 현실은 고통스러운 것만이 아니라 버틸만한 가치가 있다는, 적응적인 믿음을 얻도록 도와준다.
어쩌면 서로의 입장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있기에 가능한 일이 아니었을까?더불어, 혐오와 차별이 낳는 끔찍한 일들도 보여준다. 관계 맺은 남자에게 살해되는 인물도 나오는데 그의 친구들이 이런 말을 한다.
"그런 사람들은 우리가 트랜스젠더라서 싫어하는 게 아니라, 트랜스젠더를 좋아하는 자신이 싫어서 우리를 죽이는 거야."
처음에는 감정선이 이해하기 어렵게 느껴지는 부분들도 있었지만 우리 모두 성별을 불문하고 누구나 여성성, 남성성을 동시에 가지고 있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뭐든 인정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 실제로,양성성이 조화로운 가정의 아이가 창의력과 소통 능력이 월등하다고 한다.만약 편견이나 혐오가 아예 없는 세상이었다면 난 과연 어떤 정체성을 가지고 살게 됐을지 문득 궁금해지기도 했다.
이 작품의 주인공 '블랑카'라는 인물은 나중에 에이즈 병동의 간호조무사가 되는데, 에이즈 환자인 자신을 돌봐주었던 간호사와 같이 일하게 된다.
"넌 재능이 있어, 블랑카. 모두 널 사랑하잖아. 특히 환자들... 주변에 긍정적인 사람이 있는 게 얼마나 드문 일인지 알아? 이해해주는 사람 말이야."
그리고 블랑카는 대답한다.
"나 같은 사람이 답이 될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어."
블랑카도 에이즈 진단을 받았지만 잘이겨내며 살아가고 있었고, 그렇기에 같은 에이즈 환자들의 입장을 진정으로 이해할 수 있었다. 저 대사에서 긍정적이라는 것은 근본적으로 '이해'가 뒷받침되어야 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몰이해적 긍정은 무책임한 끄덕임이고, 무조건적인 긍정은 본인이 만든 환상 속에 갇히는 것이다. 그러나 어떤 상황이나 사람을 진정으로 이해하는 마음에서 비롯된 긍정은 현실적으로도 진짜 '힘'이 된다.반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마음에서는 부정만이 느껴질 것이다.권력이나 돈뿐만 아니라 이해와 긍정도 '진짜 힘'이 된다는 걸 새삼 깨달았다. 특히나 이 드라마 속 주인공들도 권력이나 돈 한푼 없이 시작한 팍팍한 삶을 나름대로 좋은 결말로 이끌어가기 때문.
블랑카는 결국 간호사가 된다. 인정받으며 돈도 벌 수 있게 되었다.긍정적인 생각은 실용적인 기술이다. 그래서 긍정적인 생각은 돈이 된다. 진정한 긍정은 이해력과 존중할 줄 아는 넓은 마음에서 비롯되는 힘이다. 그 어떠한 불행도 이겨낼 수 있게 해주는 이해와 긍정이란 힘을 더 키우고 싶다. 이건 내가 별안간 드라마를 보다 긍정적임이그저 비현실적인 것만은 아님을 알게 된 계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