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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한얼 Haneol Park Nov 06. 2023

나의 운명을 사랑해!

오늘의 생각 #63



롤모델이 있다는 건 한 편으로 독이 될 수도 있는 것 같다. 더 생산적인 삶을 살려고 노력하는 동기를 주지만, 동시에 좌절을 안겨기도 한다. 저렇게 멋진 사람이 되고 싶어! 하며 동경하고, 그렇게 어른이 된 나는 그 사람처럼 될 수 없다는 걸 깨달았다. 행복과 불행이 다른 말이 아닌 것처럼, 성공과 좌절은 같은 곳에 있다.


내가 나를 사랑하고, 사랑하는 사람들을 사랑하는 것 말고는 아무 의미가 없다는 것. 내 꿈을 이뤄주는 건 나 자신 뿐이라는 것. 나는 내게 일어난 모든 안 좋은 일들에서 이런 것들을 배웠다.


나를 사랑하는 게 가장 어렵다. 내 운명을 사랑하는 게 말도 안 되는 일인 것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그런데 Love myself 라는 게 사실은 대단하게 포장할 것도 아니고, 그냥 별 거 없는 것 같다.

내가 싫어하는 내 부족하거나 찌질하거나 답답하거나 못난 모습도, 내가 좋아하는 나의 개성 있고 매력적인 모습도, 내가 안쓰러워하는 내 불쌍한 모습도, 내가 감사히 여기는 타고난 부분도 다 그냥 나라고 인정하고 그때그때 내가 어떤 감정을 느끼고 있는지 잘 느껴주고 이해해 주고 보살펴주는 것. 그것만 하면 된다. 내가 원하는 게 뭔지, 내가 진짜 싫어하는 게 뭔지 잘 알아야 하는 이유는 내가 행복해지는 일만 해도 되기 때문이다. 어떻게 사람이 하고 싶은 것만 하고 살아. 하기 싫은 것도 참고 해야지! 그게 어른이지! 라고 말하는 나는 법을 잊어버린 펠리컨 같은 사람들의 말에 나는 동의하지 않는다. 내가 행복해지는 일이라는 것은 어렵고 고난이 계속되어도 그 일을 사랑하기 때문에 모든 걸 감수하고 자연스럽게 해 나가는 것이다. 그건 절대 무책임한 게 아니고, 그거야말로 진짜 내 삶을 행복하게 만들 권리를 나 스스로 책임져주는 것이다. 하지만 어떤 선택을 하든 나는 존중한다. 모든 일이 세상에 필요한 일이고 그래서 멋진 일임을 알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뭐가 좋은지, 뭐가 싫은지의 기준은 오직 나에게만 통하는 거라서, 남들의 이런저런 말들, 가십거리들, 가치관들, 호불호들, 조언과 충고들은 하등 쓸모없다. 다 자기에게만 통하는 것을 남에게 강요하는 식이라던가 자기도 자기가 진짜 뭘 원하는지 모르는 불안함에 우둔한 맹목으로 이리저리 휩쓸려 다니는 사람들의 말일뿐이다.

그래서 남들 눈치 보고 살지 말라는 말이 있는 것 같다. 개인의 삶은 지문 같은 거라서 비교도 충고도 함부로 할 수 없는 독보적인 흔적이다. 세상에 하나뿐인 삶들을 살아가는 수십억 개의 별.


내가 나의 롤모델에게 많은 영향을 받았음을 부정할 수는 없다. 하지만 이제 과거로 훌훌 털어버려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좋아하고, 동경하고, 행복했으면 좋겠고, 사랑하지만 나는 이제 나만의 빛을 내야 한다. 환경에서 유전자까지 모든 부분에서 우린 서로를 따라 할 수 없다. 모든 이들에게 각자 자기만의 삶의 형태가 있다. 그 누구의 것도 비난하거나 추앙할 수 없다. 삶은 있는 그대로 그것일 뿐이다. 세상에 결과란 사실 존재하지 않는다. 모든 게 이야기이고 흘러가는 과정일 뿐이다. 나라서 가장 잘할  있는 것들, 나라서 적성이 아니고 못하는 것들, 나라서 겪을 수 있었던 일들, 나라서 기대되는 무궁무진한 즐거움과 각오하고 있는 어려움들, 나라서 가질 수 있었던 소중한 추억들, 나라서 만날 수 있었던 사랑하는 인연들, 나라서 느낄 수 있었던 모든 쾌락과 좌절과 슬픔들, 나로서 타고난 그 모든 우울과 분노를 사랑한다. 나는 내 운명을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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