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초반 때는 아직 10대 티를 못 벗어나서 개성 있고 싶지만 동시에 조금이라도 남들이 날 이상하게 볼까 봐 겁이 났다.
이제 만 23, 내년이면 한국 나이로 25이니 뺄 수도 없이 중반이 되었는데 요즘은 마음가짐이 조금 다르다.
내가 지금 좋아하는 것들은 내게 잘 어울려서, 혹은 잘 맞아서 좋아하고 있는 것들이 대부분이다.
어느 정도 사회적으로 영향을 받은 부분이 있겠지만 그마저도 나인 건 어쩔 수 없다.
시행착오들을 겪고 찾아낸 나의 favorite으로 무장되어있는 내 삶을 남들이 좀 이상하게 보면 어때? 애초에 우린 모두 이상한 걸.
남들과 다르면 어때? 남들과 비슷하면 어때!
나이가 들 수록, 아니, 만족과 여유를 경험할수록 점점 내가 그토록 갖고 싶었던 개성이 스스로 느껴지고 실제로 드러나기도 하는 것 같다.
얼마 전에 카페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던 중 할아버지 손님들께서 이렇게 말씀하시는 걸 들었다.
"우리 같은 할아버지들 앉아있으면 장사 안 되죠? 바깥 자리에서 조용히 마시고 빨리 갈게. 커피 2잔 주세요."
커피가 라떼인지 아메리카노인지, 따뜻한 건지 아이스인지 말씀하시지도 않았는데 사장님은 계산을 뚝딱 하시곤(따뜻한 아메리카노였다), 그런 거 아니라고 편하게 앉으라고 하셨다.
사장님께 여쭤보았다.
"사장님, 나이 든 게 죄도 아니고 왜 저런 말씀을 하실까요?"
"그렇게 생각하는 마음은 예쁜데, 실제로 매너 없는 어르신 분들 엄청 많아. 후줄근하게 입으시곤 이쑤시개로 이빨 쑤시면서 다리 꼬고... 카페 이미지만 안 좋아져."
"그렇긴 하죠..."
"어르신일수록 깔끔한 옷이나 정장 입고 와서 젠틀하게 드시고 가면 얼마나 멋있는데."
나이가 들수록 품위와 개성의 간격이 커지는 것 같다. 한 편으로는 내가 할아버지라면, '커피 하나 먹겠다고 내가 옷까지 갖춰 입고 가야 해?!'라는 억울한 생각이 들 수도 있을 것 같다. 나이가 들 수록 커지는 멋짐과 추함의 간극. 품위가 있으면 많이 있고 없으면 많이 없고. 나이 먹는다고 철드는 거 아닌 것처럼 나이 먹는다고 개성과 매력이 저절로 드러나진 않는 거겠지. 더 노력해야겠지...
'나는 내가 좋고 내 삶 주변의 모든 것들이 좋아.
싫은 것들은 여전히 존재하지만, 없애려고 노력한다고 해서 없어질 거였음 애초에 나타나지도 않았어. 사라지지도 영원하지도 않아. 내 삶의 일부, 좋아하는 수밖에!'
그래서 저게 요즘 나의 마음가짐이다. 그럼에도 남들과 다르고 싶으면서도 다를까 봐 겁이 나는 것처럼, 나이 먹는다고 철드는 게 아닌 것처럼 개성은 뭔가 모순적이다.
15세기 유럽, 산업혁명이 일어나 장사에 성공한 사람들은 일명 부르주아들이 되었는데 그들은 평민 출신 주제에 넘치도록 늘어난 부에 다른 사람들에게 혐오를 당했다고 한다. 그렇게 질시받고 화려하게 살면서 또 귀족은 아니니 자신의 정체감, 남들과는 다르다는 것을 사람들에게 알리고자 화가들의 그림을 샀다고 한다. 나의 안목은 역시 남들과 다르다는, 그리고 그렇게 작품성 있는 그림을 살만큼 여유가 있다는 부와 개성의 상징이 필요했던 것이다.
역시... 모순적이다.'자기'만의 개성이 필요하다면서 '남'의 작품을 통해 자기만족을 얻다니! 앞 뒤가 안 맞으면서도 답을 알려주고 있는 것만 같다. 개성이란 결국 자기만족이라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