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끔했다. 사랑은 착각일 뿐이라고 생각하게 됐던 건 내가 너무 슬퍼서였을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믿어야 나의 슬픔이 성립되니까. 인지부조화를 피하기 위한 믿음이었나 보다.
고대 그리스인들은 사랑을 그냥 '사랑', 'love'로만 표현하지 않았다고 한다.
스트로게(storge)는 부모가 자식에게 느끼는 것과 같은 타고난 사랑,
에로스(eros)는 육체적인 관계에 기반한 열정적이고 로맨틱한 사랑,
루두스(ludus)는 아이들끼리의 장난스러운 혹은 가벼운 연인 사이의 사랑
필리아(philia)는 우정
프래그마(pragma)는 인내하며 아량을 가지고 서로 타협하는 성숙한 사랑,
필로티아(philautia)는 자기애,
아가페(agape)는 아무것도 바라지 않는 무조건적이고 이타적인 사랑
이렇게 사랑을 다양한 모형으로 구분했다.
내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사랑'은 어느 정도의 틀을 갖추고 있었다. 무조건 상대방의 행복과 안녕을 바라고, 큰 것부터 사소한 것까지 희생하며 서로를 위해주는 것? 그런 걸 real love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그런데 조건을 따져보고 만나는 식의 실용적인 연애도 사랑의 모양 중 하나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 건 나 스스로에게 꽤나 충격이었다. 그것도 사랑이 될 수 있겠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