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박한얼 Haneol Park Jan 28. 2022
아침 6~7시에 일어나면
밥 한 숟갈 먹고
새 모이주고
강아지 모이주고
닭 모이주고
이러다 보면 그냥 한나절 가는 거지
그게 내 일과니까
솔직한 얘기로
아침 일찍 먹지도 않아
10시 좀 넘으면 아점으로 김칫국이고 된장국이고 한 그릇 끓여서 밥 한 숟갈 먹고 나면
낮에 한 서너 시 돼서 술 한잔 하고
집에서 할 일 없어도 부지런히 청소하고
저기 앉아서 고서나 좀 읽다가
답답하면 나가서 한 바퀴 돌아보고
매일 다람쥐 쳇바퀴 돌리듯이 그렇게 사는 게
노인네 하루 일과지 뭐
아무것도 없어
그게 노인네의 하루야
같이 먹고 할 사람이 없으니까
저녁은 뭐 먹는지 마는지
출출하니까 간단히 냉동 떡갈비 데워서 뭐
소주나 한 잔 하고
그러면 테레비나 틀어놓고 보다가
하루 가는 거지 뭐
다른 거 있냐?
아무것도 없어
할아버지한테 배울 건 아무것도 없어 이제는
노인네 생활이 배울 게 하나도 없어
그래서 요즘 서예도 집적거려 보고
아니면은 복지관에 입학을 해서
출퇴근을 하면서 오락이나 해볼까
별 생각 다 하지 뭐
그런데 뭐 겨울에 날씨는 추운데
코로나니 어쩌니 해서
사람 만나는 것도 두렵고 그러니까
에잇 집에 있는 게 편하겠다 그래서
집에 둘러앉아있다 이렇게
오 근데 오늘따라 왜 이렇게 피가 잘 통하냐?
손주하고 한 잔 먹으니까 기분이 좋아서 그런가
손등에 핏줄이 탁 서네
평소에는 핏줄이 다 납작하게 있었는데
오늘 유난해 보인다?
혈액순환이 이렇게 쫙쫙 그냥
내 핏줄이 이렇게나 설 수가 없잖아
어이구 참
조물주가 인간을 희한하게 만들었어
어떻게 이렇게 만들었을까
이게 핏줄이 안 서면 죽는 거거든
이게 피가 다 통하는 거거든
여기에 피가 안 통하면 손을 움직이겠어?
참 신기한 거야
뼈다귀만 남아있는데도
피가 다 이렇게 돌아다니잖아
핏줄은 여전히 있잖아
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