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류의 나라에 온 걸 환영해

by 바카

선진국으로 알려진 독일은 생각보다 더 아날로그 시대를 살아가고 있었다. 아마 선진국에 대한 개념부터가 달랐던 것 같다. 내가 생각하는 선진국의 개념은 한국에서 정의된 것으로 앞서가는 디지털 시대였다. 하지만 독일은 서류를 굉장히 중요시 여겼고, 스마트 도어록을 사용하는 한국과 달리 열쇠를 더 신뢰하는 문화였다. 또한 모든 일처리는 원본 서류로 진행되었는데, 무인 발급기와 인터넷 발급이 가능한 한국에서 살다가 이러한 시스템에 적응하려고 하니 ‘내가 이렇게나 인내심이 없는 사람이었나’ 하는 생각이 저절로 들었다. 알다시피 한국인은 워낙 빨리빨리 문화라서 독일의 이런 느림 시스템이 더 힘들었던 것 같다.


독일에 처음 오면 주민 센터에서 전입 신고하듯이 시청에 거주지등록 신청을 해야 한다. 그 외에도 이것저것 신청하고 받게 되는 서류량이 어마어마하다. 이것을 함부로 했다가는 큰코다친다. 독일에서 서류는 굉장히 중요하며 무엇보다 원본을 중시하는 나라이기 때문이다. 내가 당사자일지언정 나와 관련된 원본 서류 없이는 일처리가 불가하다. 고로 독일에서 받게 되는 첫 번째 우편물은 원본에 해당되기 때문에 꼭 잘 보관해야 한다. 그 외 서류도 10년은 보관하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이곳은 보관에 미쳐있기도 하다.


처음에는 이해가 되지 않았다. 한국에서는 주민 센터 혹은 무인기와 인터넷으로 발급해도 모두 원본으로 취급이 가능했고 내가 원할 시 언제든지 서류를 재발급할 수 있었다. 그러나 독일에서는 무조건 첫 번째 서류가 원본이고 특히 압인이나 직인이 찍힌 서류에 한해서만 원본으로 인정해 주기 때문이다. 만약 원본에 대한 사본을 제출하게 될 경우 이 사본이 원본에 대한 사본이 맞다는 것을 공증을 받아서 제출해야 한다. 그래서 처음에는 이런 서류 작업을 하는데 시간이 많이 걸렸고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 한국처럼 날 잡고 공공기관을 돌면서 바로 일 처리를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예약의 나라라는 다른 명칭이 있는 독일답게 무조건 예약제로만 일을 처리할 수 있다. 뭐 하나 처리를 하려고 하면 예약하고 기다리고 방문하고 거절 당하고 다시 준비하고 다시 예약하고 다시 방문하고를 반복해야만 했다.


나는 이런 줄도 모르고 처음에 날아오는 우편물을 소홀히 보관했다. 그러다 보니 서류가 필요할 때마다 집구석구석을 다 뒤지면서 진땀 뺀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당연히 한국시스템인 줄 알았기 때문에 내가 필요하면 언제든지 재발급을 할 수 있을 거라고 안일하게 생각했다. 한국에서 충분히 서류를 떼왔지만 일을 처리하다 보면 독일 현지에서 서류를 추가요청 할 수도 있다. 그러면 한국에 직접 방문해서 발급받거나 부모님께 위임장을 작성하여 부탁해야 하는 번거로움과 귀찮음이 발생했다. 이런 일이 생길 때마다 답답했지만 로마에 왔으면 로마법을 따라 하니 별다른 수가 없었다. 만약 독일에 올 준비를 하고 있는 분이 있다면 한국에서도 되도록이면 압인이나 직인이 찍힌 원본 서류를 준비하시기 바란다. 간혹 한국 서류가 필요할 때가 있는데 그때마다 인터넷 발급해서 대사관 가서 공증받는 시간과 돈, 에너지를 절약할 수 있다. 그리고 얼마를 살든지 간에 스트레스를 줄이기 위해서는 내 인생에 관련된 모든 서류를 준비해 오는 것이 좋다.


*파일 정리 팁!

독일은 서류의 나라답게 다양한 파일철이 있다. 파일철은 두껍고 튼튼한 걸로 사용하시는 것이 오래오래 사용하기 좋고 속지 있는 것을 추천한다. 그리고 파일을 카테고리별로 분리하여 네임택을 붙인다. 분류는 예를 들어 크게 시청 관련 서류, 보험서류, 학교서류, 직장서류 집 서류, 자동차 서류 등으로 하면 되고, 가족이 있다면 위와 똑같은 파일철을 가족 수대로 만들어서 정리하시면 좋다. 그러면 가족 누구라도 필요한 서류를 손쉽게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시간이 지나 오래된 서류는 또 따로 분류하여서 이케아에서 파는 저렴이 파일보관함에 착착 넣어서 뒤집어놓으면 깔끔하게 보관할 수도 있다.


*한국에서 준비해 오면 좋을 서류

1. 예방접종 증명서 영문(아이 병원 등록, 학교 등록 시 필요함.)

2. 학교졸업증명서(고등학교, 대학교, 그 이상) 국문, 영문(학력인증절차 혹은 취업 시 학력을 증명할 때)

3. 학교성적증명서(고등학교, 대학교, 그 이상) 국문, 영문(학력인증절차 할 때)

4. 수능점수증명서(이건 하실 수 있으면 하시고, 15년 이상 되신 분들은 전산기록이 남아있지 않을 수 있으니 준비 안 하셔도 됩니다.)

5. 가족관계증명서 국문(거주지등록 시 필요, 학교 등록 및 그 외)

6. 자격서류 국문, 영문(자격인증절차 및 취업 시 필요)

7. 한국 운전면허증(독일 면허증 교환 시 한국 운전면허증 제출. 국제운전면허증은 독일면허받기 전까지만 사용하므로 필요시 국제운전면허증도 가져오시면 되세요)

8. 그 외 내가 필요하다 생각하는 서류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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