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청 후 언제 찾으러 오라는 안내장이 편지로 날아온다. 찾으러 갈 때에도 한국 운전면허증과 여권, 안내장을 지참해야 한다. 독일 운전면허증을 받으면 한국 운전면허증은 반납해야 하므로 이때 반납하기 전에 꼭 사진을 찍어두어 한국 운전면허증 갱신 날짜를 확인해야 한다.
그 이유는 한국 운전면허증을 갱신 날짜에 맞추어 갱신하지 않으면 취소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취소되었다고 해서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독일 운전 면허증을 이미 발급받았기 때문에 역으로 한국에 가서 독일 운전면허증을 보여주면 한국 운전면허증 2급을 새로 발급받을 수 있다. 만약 1급이었다면 1급의 경우에는 필기시험을 치르고 70점이 넘으면 1급 운전면허증을 새로 발급받을 수 있다.
대학교 3학년 때쯤 막연히 무언가에 도전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다. 그 당시에는 너도 나도 할 것 없이 누가 더 많은 스펙을 쌓나의 경쟁이었다. 마침 나는 전공과 조금이라도 관련된 자격증을 취득하기로 하고 이미 1종 보통 운전면허가 있었지만 대형면허에 도전하기로 했다. 유아교육을 공부하고 있었기에 언젠가 유치원이나 어린이집 차량 버스를 운행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막연한 생각을 했던 것 같다. 그리고 남들이 하지 않는 도전을 해보고 싶었던 마음도 있었다. 그 길로 곧장 대형운전면허를 취급하는 운전면허학원 여러 곳에 전화문의를 했고 그중에 기간도 짧고 대형면허만 취급하는 학원 한 곳을 선택해서 갔다. 수강생 중 나를 제외한 다른 분들은 모두 현업 택시기사 혹은 이직준비 중인 중년의 남성들이 대부분이었다. 나만 혼자 여자인 데다 어린 20대 여학생이었다. 운전강사 역시 중년의 아저씨였는데 상당히 말이 거칠었다. 수강인원은 나를 포함 총 12명이었는데 운전 강사는 자기는 단 한 명도 탈락자를 배출한 적이 없었는데 그 기록이 깨질 거 같다는 말을 나를 쳐다보면서 했다. 시작도 전에 황당한 발언에 어이가 없었는데 괜스레 오기가 생겼다. 강사가 설명하는 말 중 50% 이상이 내가 알아듣지 못하는 말들이었다. 당최 내가 알아듣지 못하자 짜증을 내기도 했다. 후까시를 넣으라는데 그게 뭔 소리인지, 이빠이 제끼라는데 뭘 이빠이 제끼라는건지 등등.. 나는 다른 수강생이 어떻게 하는지 잘 보고 눈치껏 따라 할 수밖에 없었다. 연습을 하고 시험을 보게 될 버스는 당장이라도 산산이 분해될 것처럼 간신히 버스의 모습과 최소한의 기능을 하고 있었다.
그렇게 고역스러운 일주일의 교육 시간이 끝나고
드디어 시험 당일이 되었다. 시험 보는 순서는 제비 뽑기로 진행이 되었다. 내가 1번을 뽑자 운전 강사는 다 틀렸다는 표정을 짓고는 1번이 합격해야 줄줄이 합격한다면서 나보고 번호를 바꾸라고 했다. 나는 끝까지 무례한 운전 강사 보란 듯이 내가 1번으로 시험 보겠다고 말했고 운전 강사는 에잇 틀렸네 하며 내 뒤에서 구시렁거렸다. 그러든지 말든지 나는 운전석에 올랐고 '내가 후까시 이빠이 넣고 단번에 합격하는 걸 보여주겠어!'라는 마음으로 시동을 걸고 출발했다. 한 코스 한 코스를 무사히 통과 후 결승전을 지나자 "합격하셨습니다."라는 멘트가 나왔고 저 멀리 운전 강사가 함박웃음을 지으며 두 팔 벌리고 나를 향해 걸어왔다. 나는 자연스레 무시하고 옆으로 지나갔고 운전 강사는 "학생! 내가 학생 합격할 줄 알았어!!"라고 소리쳤다. 어이가 없었지만 그러려니 하고 마지막 수강생의 시험이 끝날 때까지 기다렸다. 시험 결과는 총 12명의 수강생 중 9명이 합격했고 3명이 탈락했다. 택시기사를 했던 2분과 이직을 준비하는 중년 아저씨 1분이 탈락하셨다. 그때마다 운전 강사의 표정을 살폈는데 의외라는 듯한 표정을 지었고 자신만만하던 태도는 점점 쭈그러들어가는 듯하더니 막판에는 인상을 팍 썼다. 제대로 가르쳐주지도 않았으면서 돈 참 쉽게 버는 직업이다 싶었다. 대형면허를 따러 오는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이미 운전면허가 있는 사람들, 운전 경력이 있는 사람들이 오기 때문에 가르치기 쉬웠을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운전 강사의 태도는 너무 불쾌했고 내가 만약 탈락했다면 어땠을지 상상도 하기 싫었다. 하여튼 난 후련한 마음으로 합격증을 거머쥐고 뒤도 안 돌아보고 나왔다.
한국에서 대형면허가 있으니 독일에서도 대형면허 수준으로 교환될 줄 알았는데 2급(독일 기준)으로 교환이 되었다. 2급은 suv, 승용차, 택시 등을 운전할 수 있다. 독일 버스는 한국 버스보다 더 길어서일까? 모르겠다. 또 어떤 이는 한국에서 2급 운전면허인데 1급면허자와 같은 걸로 교환받기도 했다. 역시 복불복 케바케나라 쌉인정!
**주의 사항**
독일에서 운전면허증 교환 시 한국 운전면허증을 제출하게 되어 있는데 이 때 한국 운전면허증에 적혀져 있는 적성검사 기간과 갱신 기간을 꼭 미리 체크해두시기를 바랍니다. 물론 해당 기관에서 카톡이나 우편으로 갱신 한달 전에 알려주긴 하지만 이걸 놓치거나 연락을 받지 못했을 경우에는 자칫 놓쳐버릴 수 있습니다. 제가 이런 경우였는데요, 해외 거주시 갱신기간에 맞추어 대사관에 방문하면 쉽게 처리될 일을 날짜 확인을 못하는 바람에 한국에 방문하여 이것때문에 방문한 건 아니지만, 면허취소 후 1년 이내에 1급 필기 시험을 치뤄야했으므로 취소된지 7개월만에 운전면허 시험장에 방문하여 필기시험을 다시 보았습니다. 1종대형과 1종은 70점 이상이면 합격이고 시험문제는 20년 전과 조금 달라진 부분이 있어서 시험보러 가기 전에 모의고사 문제를 보고 갔었습니다. 종이시험을 치뤘던 옛날과 달리 컴퓨터로 시험을 치르고 영상문제도 있었던 점이 새로웠습니다. 그 밖에도 새로워진 한국 운전면허증은 앞면은 한국어 뒷면은 영어로 기입되어 있으며 모바일운전면허증도 함께 발급신청을 할 수 있었습니다. 필기시험 접수 시 사진 3매가 필요한데 운전면허 시험장에 사진기계가 있어서 포샵은 못하지만 사진관에 가는 번거로움을 줄일 수 있었습니다. 사진을 찍어서 신청서에 붙이면 간단한 적성검사(시력, 청력, 색맹)를 하고 필기시험장으로 이동합니다. 필기시험 접수비 만원, 사진촬영비 만원, 운전면허증 발급비 만원, 모바일운전면허증 추가 발급비용 오천원 이렇게 다해서 3만5천원 들었습니다. 하여간 기간을 미리미리 확인해서 이런 일이 생기지 않도록 주의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