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선 글에서 초등학교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지금 시대의 교육 철학과 가치를 제대로 알아야 한다고 말씀드렸습니다. 하지만 지금 시대의 교육 철학과 가치는 너무 추상적이어서 개인마다 인식하고 판단하는 정도가 모두 다릅니다. 초등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선생님들도 각각 중요하게 생각하는 철학과 가치는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이러한 것들을 문서화해서 공표하는 작업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그렇게 해야 모든 교사가 어떤 기준을 잡고 그것을 근거해서 교육을 실현할 수 있습니다. 모든 교사가 일련의 교육행위를 할 때 기준으로 삼는 그것이 바로 ‘교육과정’입니다.
현재 초등학교에서 운영하는 교육과정은 ‘2015 개정 교육과정’입니다. 2015년 9월에 교육부장관이 고시하여 시행한 문서입니다. 제 7차 교육과정까지는 대대적인 개정 작업이 진행되었지만 2007 개정 교육과정부터는 수시 개정 절차를 거쳐서 교육과정을 개편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제 7차 교육과정 이후 2007 개정 교육과정, 2009 개정 교육과정, 2015 개정 교육과정의 순서로 교육과정이 개편되었습니다.
그렇다면 교육과정은 무엇일까요? 「2015 개정 교육과정 총론 해설서」를 참고해서 교육과정을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오늘날 학교에서 이루어지는 교육과정은 학생이 경험하는 총체 또는 학교가 제공하는 경험의 총체라는 광의의 의미로 정의해 볼 수 있다. 그렇지만 학교에서 계획하고 실천하는 교육과정은 의도적이고 계획적인 행위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의도적이고 계획적인 행위는 달성하고자 하는 교육 목적 및 목표를 포함한다. 즉, 학교에서 계획하고 실천하는 교육과정은 학교의 교육 목적 및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교육 내용 또는 학습 경험을 선정하고 조직하고 실천하고 평가하는 제 행위를 가리키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의도적이고 계획적인 학교 교육에 적용하고자 하는 교육과정은 ‘교육 목표와 경험 혹은 내용, 방법, 평가를 체계적으로 조직한 교육 계획’으로 정의할 수 있다.
또한, 교육과정은 법령에 근거하여 마련되고 실천된다는 점에서 법제적 의미를 지닌다. 우리나라의 경우 초․중등학교 교육은 ‘교육기본법’과 ‘초․중등교육법’에 따라 운영하도록 규정되어 있다. 교육기본법 제2조에는 우리나라의 교육 이념이 제시되어 있다. 초․중등교육법 제23조 제2항에는 초․중등학교 교육과정의 기준과 내용에 관한 기본적인 사항을 교육부 장관이 정하도록 규정하고, 시․도 교육감은 이에 근거하여 지역의 실정에 적합한 기준과 내용을 정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또한 학교는 초․중등교육법 제23조 제1항에 의거 학교 교육과정을 운영하여야 한다. 이와 같은 관련 법령에 근거하여 국가에서는 초․중등학교 교육과정을 고시(공포)하여 시행하고 있다. 이렇게 문서화된 국가 수준 교육과정은 ‘제7차 교육과정’ 혹은 ‘2007 개정 교육과정’이라는 명칭을 부여해 왔으며, 2015 개정 교육과정은 2015년 9월 23일에 개정 고시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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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개정 교육과정에서는 인간상을 구체화할 뿐만 아니라 학생이 학습한 것을 가지고 무엇을 할 수 있는가를 ‘핵심역량’으로 제시함으로써 교육과정의 의미를 보다 체계화하였다.
교육과정 해설서를 보면 교육과정의 수준이 나뉘어있습니다. 우리나라는 본래 국가수준의 교육과정만을 운영했으나 교육과정 운영의 자율성이 강조되면서 학교 수준의 교육과정까지 문서화가 되었습니다. 학교에서는 더욱 분권화를 시켜 학년, 학급별로 교육과정을 만들어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는 실제로 교육과정을 운영하는 주체를 교사로 설정하고 교사에게 더 많은 자율성과 책무성을 부여함으로써 교사가 다양한 교육과정을 자기주도로 운영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시스템이라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2015 개정 교육과정 해설서에 나와 있는 ‘학교 수준 교육과정’에 대한 설명을 읽어보면 이러한 의도를 파악할 수 있습니다.
국가 수준에서 학교 교육과정의 모든 것을 결정하는 중앙집권적 교육과정 체제에서의 교사의 역할은 위로부터 부여받은 교육과정을 단순히 실행하는 것으로 한정되었다. 이때 학교와 교사의 역할은 국가가 제시한 교육과정을 받아 학생들에게 어떻게 하면 잘 가르칠 것인가에 국한된 것이다. 그러나 교육과정 결정의 분권화와 교육과정에 대한 학교의 자율성이 지속적으로 확대되어 오면서 교사의 역할이 종래와 같이 교육과정 실행자 및 사용자, 교수자에만 한정되지 않고 교육과정에 대한 의사 결정자로도 확대되었다. 즉 교육과정의 최종적 실천자인 교사가 바로 교육과정의 최종 결정자이자 개발자로 자리매김된 것이다.
따라서 교육의 실천자이자 교육의 주체인 교사가 교육 내용과 방법을 결정하고 그것을 어떻게 실천하고 평가하느냐 하는 것은 대단히 주요한 과제가 되었다. 각 학교에서 일련의 교육 실천 계획을 수립하고 중점 교육 내용과 방법을 선택하고자 할 때 근거가 되는 것은 국가 교육과정 기준과 시․도 교육청 지침이기 때문에 교사들은 이 기준과 지침을 자세히 분석하는 동시에 학교의 학생․교원 실태, 교육 실태, 교육 시설․설비, 교육 자료 등의 교육 여건 등을 잘 파악하여야 한다. 학교의 여건과 실태에 대한 구체적인 인식에 기초하여 학생들에게 실천 가능한 교육 설계도를 마련하고, 그러한 설계도에 담긴 특색을 구현할 수 있는 운영 계획 및 세부 실천 계획을 수립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와 같이 학교 수준 교육과정을 도모하는 과정에서 교사는 교육과정 실행자로서뿐만 아니라 개발자로서의 역할을 수행하게 되는 것이며 이에 필요한 전문성 신장이 지속적으로 요구될 것이다.
그렇다면 현재 실행하고 있는 2015 개정 교육과정은 어떤 것을 중점으로 개정의 방향을 설정했을까요? 첫째, 인문·사회·과학기술에 대한 기초 소양 교육을 강화하는 것입니다. 교과 교육을 비롯한 학교 교육 전반을 통해 균형 있는 기초 소양 함양 교육을 강조하는 방향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특히 초등학교는 교과 교육과정 및 창의적 체험활동을 통해 독서교육, 연극교육 강화 등 기초 소양을 함양하기 위한 방안들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둘째, 학생의 ‘꿈과 끼’를 키울 수 있는 학생 중심의 교육과정을 개발하는 것입니다. 2015 개정 교육과정은 모든 학생들에게 획일적인 교육과정을 경험하게 하는 것은 경계되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셋째, 미래 사회가 요구하는 핵심역량 함양이 가능한 교육과정을 마련하는 것입니다. 2015 개정 교육과정은 미래 사회가 요구하는 창의융합형 인재가 갖추어야 할 핵심역량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핵심역량으로는 자기관리 역량, 지식정보처리 역량, 창의적 사고 역량, 심미적 감성 역량, 의사소통 역량, 공동체 역량이 있습니다. 즉, 단순한 지식 습득에서 벗어나 실제적인 역량의 함양이 가능하도록 교과 교육과정을 핵심 개념 중심으로 구조화하고 협력 학습, 토의·토론 학습 등의 학생 참여 중심 수업과 과정 중심 평가를 확대하는 등의 구체적인 수업과 평가 개선 방향을 제시합니다. 넷째, 학습량을 적정화하는 것입니다. 그동안 교육 내용 적정화는 교육과정 개정의 시기마다 빠지지 않는 주요 사항으로 등장했습니다. 하지만 암기식 교육, 문제풀이식 교육은 크게 개선되지 못했고 학생들의 학습 부담 또한 여전하다고 진단하고 있습니다. 이에 소수의 핵심 개념을 중심으로 교과 교육과정을 재구조화해서 학습량의 질적 적정화를 도모하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다섯째, 교육 내용, 교수·학습, 평가가 일관성 있게 이루어지도록 하는 것입니다. 2015 개정 교육과정은 핵심 개념을 중심으로 일반화된 지식과 기능으로 교육 내용을 구조화 하였으며 이를 통해 핵심역량의 함양이 가능한 교수·학습과 평가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강조하고 있습니다. 여섯째, 학교 현장의 요구를 반영하고 현행 교육과정의 문제점을 개선하는 것입니다. 2015 개정 교육과정은 학교의 교육과정 편성·운영의 부담을 해소하고, 자율권을 확대하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또, 체계적인 안전 교육을 실시하여 안전 의식이 내면화 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초등학교 1~2학년에 창의적 체험활동 영역으로 ‘안전한 생활’ 교육과정이 추가가 됐습니다.
지금까지 교육과정이 무엇인지, 2015 개정 교육과정이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는 것은 무엇인지 살펴봤습니다. 그렇다면 2015 개정 교육과정에는 어떤 내용들이 있으며 초등학교에는 어떤 지침을 내리고 있을까요?
모든 교육과정은 교육의 이념을 가장 먼저 제시하고 있습니다. 교육이라는 것을 통해 어떤 인간을 만들어 내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는지를 아주 큰 범위에서 설명을 하고 있는데요. ‘홍익인간’이 바로 그것입니다.
우리나라의 교육은 홍익인간의 이념 아래 모든 국민으로 하여금 인격을 도야하고, 자주적 생활 능력과 민주 시민으로서 필요한 자질을 갖추게 함으로써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게 하고, 민주 국가의 발전과 인류 공영의 이상을 실현하는 데에 이바지하게 함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이러한 교육 이념과 교육 목적을 바탕으로, 이 교육과정이 추구하는 인간상은 다음과 같다.
가. 전인적 성장을 바탕으로 자아정체성을 확립하고 자신의 진로와 삶을 개척하는 자주적인 사람
나. 기초 능력의 바탕 위에 다양한 발상과 도전으로 새로운 것을 창출하는 창의적인 사람
다.문화적 소양과 다원적 가치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인류 문화를 향유하고 발전시키는 교양 있는 사람
라.공동체 의식을 가지고 세계와 소통하는 민주 시민으로서 배려와 나눔을 실천하는 더불어 사는 사람
초등학교는 홍익인간의 이념 아래 자주적인 사람, 창의적인 사람, 교양있는 사람, 더불어 사는 사람을 기르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교육과정은 교육이 추구하는 인간상을 구현하기 위해 기르고자 하는 핵심역량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도 덧붙이고 있습니다.
이 교육과정이 추구하는 인간상을 구현하기 위해 교과 교육을 포함한 학교 교육 전 과정을 통해 중점적으로 기르고자 하는 핵심역량은 다음과 같다.
가. 자아정체성과 자신감을 가지고 자신의 삶과 진로에 필요한 기초 능력과 자질을 갖추어 자기주도적으로 살아갈 수 있는 자기관리 역량
나. 문제를 합리적으로 해결하기 위하여 다양한 영역의 지식과 정보를 처리하고 활용할 수 있는 지식정보처리 역량
다. 폭넓은 기초 지식을 바탕으로 다양한 전문 분야의 지식, 기술, 경험을 융합적으로 활용하여 새로운 것을 창출하는 창의적 사고 역량
라. 인간에 대한 공감적 이해와 문화적 감수성을 바탕으로 삶의 의미와 가치를 발견하고 향유하는 심미적 감성 역량
마. 다양한 상황에서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효과적으로 표현하고 다른 사람의 의견을 경청하며 존중하는 의사소통 역량
바. 지역․국가․세계 공동체의 구성원에게 요구되는 가치와 태도를 가지고 공동체 발전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공동체 역량
우리나라의 공교육을 받았다고 하면 널리 인간을 이롭게 하는 사람으로 성장해야 한다는 사실을 모두 아시겠죠? 그리고 널리 인간을 이롭게 하는 사람으로 성장하면서 여섯 가지의 핵심 역량도 모두 출중하게 갖춰야 한다는 사실도 알 수 있습니다. 역시, 교육은 어려운 것입니다.
다음은 초등학교의 교육 목표입니다. 초등학교의 교육 목표의 핵심은 두 가지입니다. ‘기본 습관 및 기초 능력’, ‘바른 인성’이 바로 그것입니다.
가. 초등학교 교육 목표
초등학교 교육은 학생의 일상생활과 학습에 필요한 기본 습관 및 기초 능력을 기르고 바른 인성을 함양하는 데에 중점을 둔다.
1) 자신의 소중함을 알고 건강한 생활 습관을 기르며, 풍부한 학습 경험을 통해 자신의 꿈을 키운다.
2) 학습과 생활에서 문제를 발견하고 해결하는 기초 능력을 기르고, 이를 새롭게 경험할 수 있는
상상력을 키운다.
3) 다양한 문화 활동을 즐기고 자연과 생활 속에서 아름다움과 행복을 느낄 수 있는 심성을 기른다.
4) 규칙과 질서를 지키고 협동정신을 바탕으로 서로 돕고 배려하는 태도를 기른다.
초등학교를 졸업한 사람은 기본 습관 및 기초 능력이 몸에 배어 있어야 하고, 무엇보다도 바른 인성을 가지고 있어야 합니다. 이렇게 보니 우리 주변에 초등학교로 다시 돌아가야 할 사람들이 참 많다는 생각도 가지게 됩니다.
초등학교 편제에 대해서는 1학년부터 6학년까지 있다고 알고 계시는데요. 사실 2009 개정 교육과정부터 학년군을 설정해 운영하게 되어 있습니다. 초등학교 1~2학년, 3~4학년, 5~6학년이 각각 동일한 학년군이 되어서 교육과정의 내용을 넘나들 수 있도록 했습니다. 예를 들면 6학년 때 배우는 교과의 내용을 5학년 때 미리 배울 수도 있는 것이죠. 사실 학년군 설정의 가장 큰 이유는 담임 연임제의 실시였습니다. 개별 학생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학생의 학습 및 제반 영역의 성장 발달을 효과적으로 지원하는 데 그 목적이 있었죠. 하지만 현실에서는 거의 이루어지고 있지 않습니다. 다양한 교사를 만나는 게 더 중요하다는 판단과 교원 수급 등 현실적인 여건 때문이죠.
나. 학년 간 상호 연계와 협력을 통해 학교 교육과정을 유연하게 편성․운영할 수 있도록 학년군을 설정한다.
2009 개정 교육과정부터는 교육과정의 10개 교과를 교육 목적상의 근접성, 학문 탐구 대상 또는 방법상의 인접성, 실제 생활양식에서의 상호 연관성 등을 고려해서 교과군을 설정했습니다.
다. 공통 교육과정의 교과는 교육 목적상의 근접성, 학문 탐구 대상 또는 방법상의 인접성, 생활양식에서의 연관성 등을 고려하여 교과군으로 재분류한다.
교과군 접근은 교육과정의 수평적 연계성을 통하여 교과 간 소통과 교육 내용의 통합 가능성을 증진시키고, 교과 간 및 활동 간 불필요한 내용의 중복 해소와 재구성을 촉진함으로써 학습 경험의 통합성, 학습 효과 및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 교과군 내 혹은 교과군 간 비슷한 주제의 교과목을 통합․연계 운영하여, 학교가 자체적으로 교과별 수업 시수를 조정하거나 수업 시수 운영에 융통성을 발휘할 수 있다.
교과군 접근은 기존 교과의 운용 방안을 벗어나 학기당 이수 교과 수를 줄이는 방안이 될 수도 있으며, 블록타임제를 통해 집중 학습을 가능하게 하고 토론과 발표, 실험과 같은 탐구 중심 수업을 내실화하는 것을 돕는다.
초등학교에서는 교과 외에 비교과 영역으로 창의적 체험활동이 운영됩니다. 창의적 체험활동은 교과와 상호 보완적 관계 속에서 앎을 적극적으로 실천하고 심신을 조화롭게 발달시키기 위하여 실시하는 교과 이외의 활동입니다. 교과와 창의적 체험활동의 교육과정은 다음 장에서 자세히 다루어보도록 하겠습니다. 1시간은 40분 수업을 원칙으로 합니다. 연간 최소 190일 이상의 수업일수를 충족시켜야 합니다. 학교에서 설정하는 재량휴업일과 방학은 이를 근거로 조정됩니다.
이 정도가 2015 개정 교육과정의 주요 골자입니다. 모든 학교는 명문화된 교육과정을 근거로 운영되며 교사도 이 교육과정의 지침을 벗어날 수 없습니다. 학교 교육은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도덕적 가치만으로 판단 운영되는 것이 아닙니다. 법적 근거를 기준으로 움직입니다. 종종 이러한 교육과정의 프레임 때문에 더욱 진보적인 교육이 불가하다는 하소연이 나오기도 하지만 명문화된 교육과정은 어떤 학교를 다녀도 동일한 양질의 교육을 보장한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시간이 되시면 자녀의 학교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학교 교육과정을 훑어보세요. 학교의 철학과 가치를 이해하면 자녀가 받고 있는 교육을 이해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