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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봉파파 Oct 21. 2019

초등학교 2019

지금 우리 자녀는 어떤 초등학교를 다닐까요? 초등학교는 어떤 모습이고 어떤 사람들이 있으며 어떤 철학과 제도로 학생들을 마주하고 있을까요? 지금부터는 현재 초등학교의 모습을 교사의 시선에서 포괄적으로 살펴보려고 합니다. 앞선 글에서 과거의 초등학교를 살펴봤습니다. 과거의 초등학교에 대해 우리는 이렇다 저렇다 어느 정도의 가치 판단을 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의 초등학교는 현재 진행형이기 때문에 정확한 가치 판단을 하기 보다는 어떠한 문제점이 있는지를 검토하고 이를 개선해 나아가는 방향의 모색이 필요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지금의 초등학교 운영을 제대로 아는 게 좋겠죠?


우선 초등학교는 공립과 국립, 사립으로 구분됩니다. 우리가 흔히 ‘학교’하면 떠오르는 종류는 대게 공립학교입니다. 학교를 설립하는 법적 근거는 교육기본법에 제시되어 있습니다. ‘교육기본법 제11조(학교 등의 설립) ①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학교와 사회교육시설을 설립·경영한다.’이와 같은 기본법에 따라 초·중등교육법이 명시가 되어있는데요. ‘초·중등교육법 제3조(국립·공립·사립학교의 구분) 제2조 각 호의 학교는 설립주체에 따라 다음 각 호와 같이 구분한다.’가 바로 그것입니다. 아래의 2호를 보면 공립학교에 대한 설명이 나와 있습니다. 공립학교는 ‘지방자치단체가 설립·경영하는 학교’로 명시되어 있습니다. 즉, 설립과 경영의 주체는 지방자치단체입니다. 국립초등학교는 아래의 1호에 명시가 되어 있습니다. ‘국가가 설립·경영하는 학교 또는 국립대학법인이 부설하여 경영하는 학교’를 일컫습니다. 사립초등학교는 ‘교육기본법 제11조(학교 등의 설립) ② 법인이나 사인(私人)은 법률로 정하는 바에 따라 학교와 사회교육시설을 설립·경영할 수 있다.’라는 기본법에 근거합니다. 초·중등교육법 제3조의 3호, ‘법인이나 개인이 설립·경영하는 학교(국립대학법인이 부설하여 경영하는 학교는 제외한다)’로 사립학교가 정의되어 있습니다. 때문에 공립학교와 달리 사립학교법의 적용을 받고 있고 교직원의 연금이 사립학교교직원연금공단에서 관리가 된다는 차이점이 있습니다. 사립학교는 원칙적으로 학교법인과 이사회를 구성하여 지방자치단체장의 승인을 받아 설치할 수 있습니다.

공립초등학교는 초등학교에 들어갈 자녀가 거주하는 지역의 학군에 따라 무조건 배정을 받게 됩니다. 반면 국립초등학교와 사립초등학교는 별도의 신청 절차가 있습니다. 입학신청을 받으면 추첨을 통해 신입생을 선발합니다. 공립초등학교보다 교육의 질이 높다는 인식이 있어 학부모들 사이에서 입학 경쟁이 붙고는 합니다. 공립초등학교는 학생들이 사복을 입고 다니는데, 국립초등학교나 사립초등학교는 교복을 입고 다니는 경우가 많습니다. 

우리나라의 초등학교는 대부분 공립학교인 경우가 많습니다. 사립초등학교는 대부분 서울이나 광역시 등 대도시에 몰려있는 실정입니다. 국·공립 초등학교는 학비가 없지만 사립초등학교는 학비가 있습니다. 교복이나 스쿨버스, 특별활동 등의 명목으로 지출이 필요한데 이 때문에 부자들만 다니는 학교라는 인식도 생겼습니다. 우리나라는 국교가 없습니다. 따라서 국·공립 초등학교는 특정 종교 교육을 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사립초등학교는 가톨릭이나 개신교, 불교 등 종교 재단에서 세운 미션스쿨이 많고, 종교 관련 수업과 활동도 있습니다.


지금까지 학교 설립 근거와 국·공립, 사립 초등학교의 특성을 알아봤습니다. 이제 실제 학교 현장에 있는 교사로서 학교에서 일어나는 1년 주기의 행사나 사업을 살펴보겠습니다. 물론 학교마다 운영방식이 차이가 있기 때문에 보통의 공립초등학교인 제가 근무하는 학교를 기준으로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먼저 3.1절 이후 처음 맞는 평일에는 입학식과 시업식이 있습니다. 보통은 3월 2일이 되겠죠. 새롭게 1학년에 입학하는 학생들과 긴 방학을 끝내고 다음 학년으로 진급한 학생들이 다시 학교를 가득 채웁니다. 학기가 시작되면 반장과 부반장을 뽑고, 전교 어린이 회장단을 선출합니다. 각 학교마다 차이가 있지만 보통 반장과 부반장은 한 학기를, 전교 어린이 회장단은 1년을 임기로 설정하고 있습니다. 3월 말에서 4월 초에는 학교설명회와 학부모상담이 있습니다. 학교설명회에서는 학부모를 학교로 초청해 학교 연혁 및 사업 소개, 교직원 소개, 각 부서별 업무 소개 등을 합니다. 학부모상담은 수시로 이루어질 수 있지만 1주일 정도의 집중기간을 잡아서 운영합니다. 4월 중순 쯤에는 학부모공개수업을 운영합니다. 보통 이 때 학교에 오시지 않으면 교실에서 자녀가 수업을 하는 모습을 보실 수 없습니다. 4월부터 수시로 생존수영교육을 운영합니다. 2014년에 있었던 가슴 아픈 세월호 사건 이후 모든 학생들이 생존수영 기술을 익히도록 하겠다는 교육부의 방침에 따라 학생들은 생존수영교육을 꼭 받도록 되어있습니다. 4월과 5월에는 학생들이 현장체험학습을 갑니다. 옛날에는 소풍이라는 말을 많이 썼었죠.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는 박물관이나 테마파크를 많이 찾아서 가지만 여전히 놀이공원에 대한 선호도가 가장 높습니다. 5월에는 우리가 흔히 ‘운동회’라고 부르는 행사를 진행합니다. 대게 이 행사는 5월이나 10월에 진행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요즘은 운동회라는 이름보다는 ‘한마당’, ‘어울림축제’, ‘큰잔치’ 등의 이름을 많이 쓰는 것 같습니다. 요즘은 미세먼지 때문에 운동장에서 지역 주민들이 모두 모여 추억을 만드는 일이 사라지고 있습니다. 강당에 모여 학년별로 체육 대회를 진행하고 예전과는 다르게 학부모도 초대하지 않는 경향이 있습니다. 교사 입장에서는 편하지만 학부모의 입장에서는 아쉬운 부분도 있을 것 같습니다. 4월과 5월, 6월은 각 부서에서 다양한 행사들을 진행합니다. 독서축제라든가 진로체험, 예절체험 등이 있습니다. 수학여행이나 수련회도 운영이 됩니다. 7월이 되면 한 학기를 마무리하고 여름방학에 들어갑니다. 요즘은 옛날에 비해 방학이 많이 짧아졌습니다. 주5일 수업을 하기 때문에 정해진 수업 일수를 법적으로 충족해야하기 때문이죠. 옛날이나 지금이나 아이들은 방학을 제일 좋아합니다. 이렇게 1학기가 마무리됩니다.

2학기는 보통 8월 말에 시작합니다. 1학기의 시작보다는 행사가 적고 조금 더 정돈된 분위기입니다. 학기가 시작되면 먼저 새로운 반장과 부반장을 뽑습니다. 9월 초나 중순에는 1학기 때처럼 학교설명회와 학부모상담을 운영합니다. 9월 말에서 10월까지 2학기 현장체험학습이 운영됩니다. 이 시기에 고속도로에는 줄줄이 지나가는 버스를 많이 볼 수 있습니다. 옛날에는 성탄절 전후로 겨울방학을 시작해서 2월을 개학을 한 후 종업식과 졸업식을 진행했습니다. 하지만 요즘은 봄방학을 따로 두지 않고 1월까지 교육과정을 운영하는 추세입니다. 1월에 종업식과 졸업식을 하고 3월이 될 때까지 계속 방학을 합니다. 이제는 새해 첫 날부터 아이들을 만날 수 있습니다.


초등학교에서 배우는 교과는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초중등 교육과정 총론을 보면 초등학교에서 배우는 교과와 수업시수가 설명되어 있습니다. 초등학교 1~2학년 학생은 국어, 수학, 바른 생활, 슬기로운 생활, 즐거운 생활, 안전 생활을 교과로 배웁니다. 초등학교 3~4학년 학생은 국어, 사회, 도덕, 수학, 과학, 체육, 음악, 미술, 영어를 교과로 배웁니다. 초등학교 5~6학년 학생은 여기에 실과를 더해서 배웁니다. 비교과 영역에는 전 학년에 창의적 체험활동이 있습니다. 창의적 체험활동은 자율활동, 동아리활동, 봉사활동, 진로활동 4개의 영역으로 구성이 되어 있습니다. 교육과정에 대한 설명은 나중에 더 자세하게 소개를 해보겠습니다. 


지금의 학생들은 과거에 비해 체격이 정말 좋아졌습니다. 제 키가 178cm입니다. 초등학교 6학년 학생들을 보면 저와 대등한 높이와 체격을 자랑하는 친구들을 여럿 만날 수 있습니다. 과거에 비해 학생들의 영양상태가 좋아졌고, 학교 급식이 잘 나오는(학교마다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것이 월등한 체격을 만드는 데 영향을 준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하지만 학생들의 체력은 과거에 비해 약해졌다는 지적을 받습니다. 학교에서는 PAPS(학생건강체력평가제, Physical Activity Promotion System)를 시행해 1년 동안 학생들의 체력을 평가하고 관리합니다. 저도 학생들의 PAPS 결과를 살펴보면 아쉬운 점이 많습니다. 아이들의 체력 점수가 평균적으로 그리 높지 않습니다. 또, PAPS 항목을 보면 자존감에 대한 항목이 있는데요. 아이들의 자존감이 그리 높지 않습니다. 이 또한 아이들을 이해할 때 짚어봐야 할 부분입니다. 

요즘 아이들은 TV를 잘 보지 않는다고 합니다. 방 안에서 YOUTUBE를 시청하는 게 그들의 오락거리죠. 유튜브에는 다양한 컨텐츠가 있습니다. 우리 아이들은 과거에 비해 엄청난 양의 영상매체에 노출이 되어 있습니다. 유튜브를 이용해 공부를 하거나 지식을 쌓거나 자신이 알고 싶은 분야를 간접 경험하는 긍정적인 영향도 있습니다. 하지만 많은 어른들은 아이들의 유튜브 시청을 우려하고 있습니다. 청소년들에게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개인방송이나 선정적인 영상이 무분별하게 유입될 수 있는 구조니까요.

주로 초등학교 고학년 학생들에게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이용은 흔한 놀이가 되었습니다. 초등학생들이 SNS를 사용하기 시작하면서 학교폭력이 발생하는 또 하나의 공간이 개설됐습니다. 사이버 폭력이라고도 불리는데요. 단체 카톡방이나 페이스북 메신저를 이용해 학교를 벗어나서도 집단으로 피해 학생을 압박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일상적으로 학생들은 오프라인 공간에서 몇 명의 친구들과 소통하거나 어울립니다. 그 학생의 개인적 성향이나 교우관계를 차치하고서 물리적 제한만 생각해봐도 더 많은 학생들과 어울리는 것은 쉽지가 않습니다. 하지만 온라인 공간은 다릅니다. 만나보지도, 직접 대화를 나누어보지도 못했지만 온라인 공간은 일대일 친구관계를 성립시킵니다. 심지어 한 번도 만난 적이 없는 이성친구와 온라인에서 SNS를 통해 교제를 하기도 합니다. 저로서는 쉽게 이해가 되지는 않지만 바로 이것이 요즘 아이들의 놀이이자 소통 방식입니다.


초등학교에는 다양한 교사가 있습니다. 지금의 교사들과 과거의 교사들을 비교해보면 권위적인 모습이 많이 사라졌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과거에는 교실에서 교사가 주로 서 있는 칠판 앞 공간이 높게 만들어졌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학생과 교사가 늘 같은 높이에 있습니다. 과거에는 교실의 앞문은 절대로 학생들이 드나들 수 없는 문이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많은 학생들이 교실의 앞문을 드나들고 있습니다. 학생들에게 존대하는 교사가 많아졌고, 체벌의 금지여부와는 상관없이 아이들을 인간적으로 대하는 교사가 많이 늘어났다고 저는 확신합니다. 물론 모든 교사가 그렇다고 말할 수는 없겠죠. 초등학교는 여전히 남교사에 비해 여교사가 많습니다. 교사의 성비 문제는 나중에 구체적으로 다루어보도록 하겠습니다.


현재의 초등학교는 정말 많은 다양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지금의 초등학교는 모두 이렇다고 감히 주장할 수 없습니다. 교육과정이 바뀌면서 지역별, 학교별, 더 나아가 학년과 학급에도 자율성이 많이 주어졌기 때문입니다. 똑같은 학교, 똑같은 학년인데도 옆 반과 그 옆 반의 모습은 차이가 날 수 있습니다. 여전히 국가수준의 교육과정이 편찬되지만, 그 안에서 교사에게 교육과정 운영의 자율성을 보장했기 때문입니다. 너무 다양해진 학교를 이해하기 힘들다고 생각하실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시대의 교육이 강조하는 철학과 가치를 꿰뚫어보고 그것이 잘 발현이 되고 있는지를 살펴보는 것입니다. 이 학교는 어떠한 교육목표를 운영하는지, 그러한 교육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어떠한 교육 사업을 하는지, 그 사업을 위해 교사는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를 큰 틀에서 볼 수 있는 혜안을 가지셔야 합니다.

지금까지 학교의 설립 형식과 학교에서 진행하는 행사, 학생들과 교사들의 모습, 다원화된 학교를 둘러봤습니다. 주제가 큼직하고 많은 것들을 포괄하고 있지만 지금의 초등학교를 큰 틀에서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다음 장에서는 지금의 초등학교가 기준을 삼고 있는 ‘교육과정’에 대해 분석을 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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