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라봉파파 Oct 23. 2019

학생 생활지도와 학교폭력

초등교육의 목표는 기본생활습관 형성과 기초능력배양, 그리고 바른 인성의 함양입니다. 저는 기본생활습관의 올바른 형성과 바른 인성의 함양이 특히나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초등학생은 어립니다. 아이들은 나름의 판단과 행동을 하지만 이를 전적으로 책임지지 않습니다. 물론 아이들이 혼자서 무언가를 잘해낼 수 있는 잠재력은 무궁무진합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아이들이 혼자서 다 하도록 내버려둘 수는 없습니다. 효율성의 문제도 있고 안전사고의 우려도 있기 때문이죠. 그래서 아이들은 부모와 교사의 통제를 받으면서 생활합니다. 학교 현장에서도 학생들의 일거수일투족을 교사가 함께하며 생활 지도를 하게 되어있습니다.


그렇다면 구체적으로 생활지도라는 것은 무엇일까요? 생활지도는 모든 학생이 일상생활에서 당면하는 여러 가지 문제를 자력으로 해결함으로써 건전하게 성장 발달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교육입니다. 학생들의 생활은 다양한 영역을 포함합니다. 학생은 학습을 해야 합니다. 그렇다면 생활지도는 학습지도를 포함합니다. 학생들은 진로에 대해 고민합니다. 생활지도는 진로지도 역시 포함합니다. 그 외에 학교폭력 예방과 대처, 공동체의 가치, 인성, 건강 및 생활습관 등 생활지도의 범주는 매우 넓습니다. 초등학교는 학생들의 생활지도에 많은 노력을 기울입니다. 초등학교 담임교사는 학생들의 등교부터 점심시간, 하교시간까지 같은 교실에서 학생들과 생활합니다. 초등학교 교사의 퇴근시간이 일반 공무원보다 빠른 이유는 점심시간도 근로시간에 포함이 되어 있기 때문인데요. 선생님들은 점심시간에 학생들과 함께 급식을 먹으며 점심식사지도를 하게 되어있습니다. 이렇듯 매 순간 학생들과 함께 하면서 생활지도를 하는 것이 초등학교 교사의 가장 큰 임무입니다.

어른들은 생활지도와 학생통제를 동일선상에서 해석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러한 생각의 밑바탕은 아이들끼리만 생활을 하다보면 학교가 혼란스러워지고 각종 사건사고가 많이 발생한다는 인식이 깔려있습니다. 어떻게 보면 아이들을 잠재적으로 문제행동을 일으킬 수 있는 존재 정도로밖에 생각하지 않는 것이죠. 물론 아이들끼리 생활을 하다보면 각종 문제가 발생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아이들끼리 만들어가는 생활도 건전할 수 있습니다. 어떤 학교에서 학생 자치를 통해 양성평등 기본법을 만들었는데요. 어떤 면에서는 어른들보다 나은 것 같습니다. 저는 이 기본법이 아주 훌륭하다고 생각합니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기본법을 교사가 만든 것이 아니라 학생들이 만들었다는 것입니다. 여러분들의 생각은 어떤가요? 우리 학생들은 어느 정도의 통제가 필요하지만 생활지도라는 미명하에 학생들을 가두어놓는 교육은 사라져야 합니다. 과거에는 새 학년 새 학기를 시작할 때 영문도 모른 채 책상위에 올라가 무릎을 꿇고 앉아있어야 했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학생은 초장부터 잡아 기를 죽여야 한다는 과거 몇몇 선생님들의 험악한 발상이 있었던 때죠. 그러한 행위는 학생들에게 공포감을 조성하고 교사의 권위를 내세우는 데 효과적이었을지는 모릅니다. 하지만 저는 그것이 대단히 잘못됐다고 봅니다. 그것은 학생들을 단순히 통제의 대상으로만 생각하는 것입니다. 또 구체적인 기본생활 방법을 알려주는 것이 아니라 단순히 어른에게 복종하라는 것입니다. 제가 아는 한 지금은 새 학년 새 학기에 이런 식으로 학생들을 대하는 교사는 없습니다.          


많은 교사들이 학생 생활지도를 매우 힘들어하고 있습니다. 교사들은 다양한 연수에 참여하며 교사로서의 역량을 개발하고 신장시키는데요. 그 중에서도 생활지도, 학급경영, 마음회복에 관한 연수는 늘 인기가 많습니다. 그만큼 학생 생활지도가 너무 어렵고, 그 스트레스로 본인의 마음과 건강이 상한 교사도 많이 있습니다. 교사는 학생의 문제행동을 지적하고 이를 바로잡아줄 의무가 있습니다. 많은 교사들이 이러한 책무성을 높게 인식하고 실제로 학생들의 그릇된 행동을 바로잡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학생들의 문제행동이 교정되지 않거나, 문제행동으로 인해 또 다른 피해자를 양산하거나, 더 이상 문제행동을 교정할 수 있는 여력이 없어졌을 경우 상당한 스트레스를 받습니다.

제가 6학년 담임을 여러 번 했는데요. 별의 별 사례를 겪을 수 있었습니다. 저희 반 어떤 학생은 말보다는 주먹이 먼저 나가곤 했습니다. 주변의 친구가 조금만 성질을 돋우면 바로 주먹이 날라 갔죠. 제가 여러 번 그러면 안 된다고 혼을 내보기도 하고, 달래보기도 하고, 진심으로 걱정을 했지만 그 다음 날 다른 여학생을 때렸더군요. 흡연을 하던 학생이 있었습니다. 학교 CCTV에도 찍히고 목격자도 여럿 있었지만 본인은 끝까지 아니라고 잡아 때더군요. 심지어 수업 시간에 선생님께서 칠판에 판서를 하는 순간에도 전자담배를 빨기도 했습니다. 보건 선생님께서 따로 금연교육도 하시고 여러 번 흡연은 절대 안 된다고 얘기했습니다. 부모님께도 이 사실을 알리고 가정에서의 지도도 부탁을 드렸습니다. 하지만 결국 금연은 실패했습니다. 저희 반은 한 학생은 저를 참 허탈하게도 만들었는데요. 강사를 초청한 특별 수업시간에 장애 인식 개선을 다짐해놓고 쉬는 시간이 되자마자 장애인을 비하하는 온갖 욕설을 아무렇지도 않게 내뱉었습니다. 당장 제 앞에서 그런 욕을 하는데 너무 어이가 없어 말문이 막혀버렸습니다. 아이들은 순수하지만 영악한 면도 가지고 있습니다. 그것은 아이들뿐만 아니라 어른들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저는 영악한 면을 가지고 있는 아이가 타고난 나쁜 녀석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그러한 면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교사의 일은 그러한 나쁜 모습을 최대한 교정해주는 것입니다. 그것이 곧 이 사회를 살아갈 학생에게도 매우 중요한 일이기 때문이죠. 하지만 위의 사례처럼 끝까지 말을 듣지 않거나 문제행동을 교정하기는커녕 인식조차 하지 못하는 아이들은 정말 답답합니다. 

이러한 생활지도의 어려움으로 체벌이 부활해야한다고 생각하는 교사가 간혹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체벌에 대해서는 절대 반대입니다. 체벌이 가지고 있는 효과는 이런 겁니다. ‘백 마디 말보다 한 번 때리는 게 낫다’하지만 이것은 어디까지나 때리는 사람의 논리입니다. 어렸을 때 선생님의 체벌이 나를 올바른 사람으로 이끌어줬다고 얘기하는 사람들은 사실 선생님의 체벌에도 불구하고 올바른 사람으로 성장했다고 이야기하는 게 맞습니다. 체벌은 폭력입니다. 교사의 체벌은 교육이라는 이름으로 폭력을 정당화하는 것입니다. 직장 상사가 부하 직원을 때리거나 남성이 여성을 때리는 것은 사회적으로 굉장히 심각한 범죄입니다. 그런데 왜 우리는 아이들에 대한 폭력에 관대할까요? 제가 어렸을 때 감정을 실어 몽둥이를 휘두르던 선생님들에 대한 기억은 십년이 훌쩍 지난 지금도 좋지 않습니다. 

생활지도를 효과적으로 하기 위한 논의는 많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한 번은 졸업한 제자들이 찾아와서 중학교에서의 생활지도에 대한 푸념을 잔뜩 하더군요. 중학교는 상벌점제가 정착이 된 분위기인 것 같습니다. 교칙을 지키지 않거나 문제행동을 일으키면 벌점을 받습니다. 벌점이 누적되면 교내 봉사활동을 해야 하고, 더 누적이 되면 그에 상응하는 조치가 매뉴얼로 정리되어 있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것이 생활지도의 본질을 제대로 실현시키는 방법인지는 모르겠습니다. 벌점에 연연하지 않는 학생, 혹은 자신의 벌점이 몇 점인지를 계산해서 이 정도의 잘못은 저질러도 된다는 학생의 논리는 어떤 식으로 바꿀 수 있을까요? 생활지도는 교사들의 오랜 숙제로 현재 진행형입니다.


학생 생활지도 중에서 학교폭력에 대한 사항은 매우 중요합니다. 다른 생활지도 요소와는 다르게 학교폭력은 법령으로 다루고 있습니다. 학교폭력의 정의를 먼저 살펴보겠습니다. <‘학교폭력’이라 함은 학교내외에서 학생간에 발생한 폭행·협박·따돌림 등에 의하여 신체·정신 또는 재산상의 피해를 수반하는 행위로서 대통령령이 정하는 행위를 말한다(학교폭력예방및대책에관한법률 제2조).>, <‘대통령이 정하는 행위’라 함은 상해·폭행, 감금, 협박, 약취·유인, 추행, 명예훼손·모욕, 공갈, 재물손괴 및 집단따돌림 그 밖에 피해자의 의사에 반하는 행위를 가하거나 하게 한 행위를 말한다(동법 시행령 제2조).> 학교폭력은 물리적으로는 학교 안과 밖 모두를 포함하며 피해자의 의사를 기준으로 다양한 행위를 담고 있습니다.

학교폭력이 이렇게 법령으로 다루어지는 이유는 그간 학교폭력의 상태가 매우 심각한 수준이 이르렀기 때문입니다. 법령으로 다루어지기 때문에 학교폭력의 처리 과정도 매우 복잡합니다. 학교폭력이 발생하면 학교장이나 관계기간에 즉시 사건·사고를 보고해야하고,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 조사를 하며, 조사결과보고서를 작성하고 자치위원회 중재 및 심의 과정을 거쳐 해당 조치가 가해집니다.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 조사 과정이 특히 복잡합니다. 가해자와 피해자를 각각 다른 장소에서 조사하며 학부모 소환 과정이 있어야 합니다. 정확한 사건·사고 경위를 파악해야하며 양쪽의 주장이 다를 경우 상당한 혼선이 있습니다. 또한 이러한 과정에서 감정이 많이 상하기 때문에 담당교사는 매우 큰 스트레스를 받습니다. 

학교폭력은 엄정한 사안입니다. 때문에 정해진 원칙에 따라 매뉴얼에 맞게 엄정히 처리하는 것이 맞습니다. 하지만 이 모든 과정은 교사에게 엄청난 압박을 주는 것이 사실입니다. 이러한 학교폭력사안이 발생하면 이 일을 맡고 있는 교사는 거의 수업을 못합니다. 계속 사건의 경위를 파악하고 보고서를 작성하며 양쪽의 주장을 전달하고 조정해야합니다. 어떤 학교는 한 해에 다수의 학교폭력사안이 발생하는데요. 그런 학교에서는 아무도 이 일을 하지 않으려고 합니다. 어떤 학급의 담임을 맡고 있으면서 학교폭력사안을 처리한다고 가정해보면 그 학급 아이들의 수업 결손이 상당할 수밖에 없습니다. 또한 원칙에 맞는 학교폭력사안 처리가 소모적으로 진행이 될 여지가 있습니다. 학교폭력사안은 기본적으로 가해학생의 문제행동을 교육적으로 교정하는 데 그 목적을 둡니다. 절대로 가해학생을 벌주기 위한 목적으로 시행되지 않습니다. 하지만 학교폭력사안이 법적 테두리의 절차를 거치기 시작하는 순간, 방어적으로 태세를 전환해 최소한의 벌 및 징계를 받는 선에서 마무리를 지으려고 하는 학부모도 있습니다. 이것은 학교폭력사안 처리의 근본적인 목적에 부합하지 않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물론 자녀의 잘못을 마냥 두둔하거나 감싸는 학부모에게 문제가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절차가 교사들의 생활지도를 돕는 것인지, 또 교육적으로 학교폭력을 예방하거나 가해학생의 행동을 교정시킬 수 있는지는 더욱 논의를 해봐야 할 것입니다.


지금까지 학교에서 일어나는 생활지도와 학교폭력을 알아봤습니다. 교사는 생활지도가 숙명입니다. 하지만 어려움을 느끼는 것이 사실입니다. 학교폭력의 심각성이 대두되어 이를 엄중하게 처리하기 위한 노력도 학교에서 이루어집니다. 하지만 이러한 시스템이 가지고 있는 문제들도 한 번 생각을 해봐야 할 것입니다.

이전 06화 교과별 교육과정과 창의적 체험활동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