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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짓는 사진장이 Sep 22. 2021

어떤 영웅도 세상 모든 전쟁을 이겨낼순 없지만...

자신놈일 땐 미처 알지 못했던 아버지 이야기 #52

살다 보면 '이 정도면 됐어, 넌 할 수 있는만큼 다 한 거야' 하는 목소리가 귓전에 울려퍼지며    

이제 그만 멈춰버리고 싶은 유혹이 밀려드는 순간들이 종종 있다.

자기 혼자만의 문제라면 실제로 그렇게 포기해 버리고 마는 경우도 많이 있다.


산다는 건 매 순간순간이 피가 튀고 살이 튀어오르는 치열한 전쟁이라곤 하지만,  

영웅이건 위인이건 세상 어떤 누구도 모든 전쟁을 다 이길 수는 없는 법이다.

하지만 아버지가 되는 순간 사정은 완전히 달라진다.


'이 정도면 됐어' 같은 어설픈 타협이라든가 포기의 변 따윈 끼어들 여지가 없다.

'포기는 배추를 셀 때나 쓰는 거'라는 아재개그도 더 이상 아재개그로만 와닿진 않는다.

가족들을 지켜내야 하기 때문이다.



아버지가 포기하고 무너지는 순간 그 뒤에 있는 가족들이 다치고 상처 입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버지는 종종 제 몸무게의 열 배를 견뎌내는 개미같은 슈퍼맨이 돼야 한다.

그래서 아버지는 관절이란 관절은 다 마디마디 부숴지도록 무게를 견뎌내야만 하는 거고

세상 모든 전쟁을 다 이겨낼 순 없다 할지라도 쉽게 무릎 꿇을 순 없는 것이다.


일제시대와 6.25전쟁, 4.19와 5.18 같은 격변의 세월을 살아오는 내내 우리 아버지가,

우리 아버지의 아버지, 그 아버지의 아버지들이 늘 그래왔듯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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