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소공포증을 갖고 있는 나는 놀이기구 타는걸 굉장히 싫어한다. 단순히 높은데 올라가는 것조차 병적으로 싫어하는 사람이 미친듯한 속도로 높은델 오르내리는 놀이기구를 좋아할 까닭이 없다.
하지만 딸들이 어렸을 때 나는 정말 두눈 질끈 감은채그 싫어하는 놀이기구를 몇 번인가 탄 적이 있다. 딸들이 롤러코스터 같은 놀이기구들을 너무나 타고 싶어하는데,나이가 어려 보호자 없이는탈 수 없었기 때문이다.
결국 아버지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어쩔 수 없이 등 떠밀려그 싫어하는 롤러코스터에 오를 수밖에 없었다.하지만 출발을 위해 열차가 삐그덕거리며 오르막을 오르는 순간부터 영겁처럼 길게만 느껴지는 몇 분의 시간을 지나 종착점에 도착할 때까지 나는 정말 단 한 순간도 눈을 뜰 수가 없었다.옆에 탄 딸만 아니었으면 솔직히 체면 불구하고 열차를 세워달라고고래고래 비명을 내질렀을지도 모른다.
그래도 그나마 롤러코스터는 사정이 좀 나은 편이었다.뒤이어 딸 손에 이끌리다시피 찾아간 공중자전거인가 하는 놀이기구가 있었는데, 그건 운전대를 잡은채 페달을 밟으며 나아가야 하는 거여서 눈을 감을 수조차 없었다.그때 까마득히 내려다 보이는 땅바닥을 애써 외면해가며즐거워하는 옆자리 딸을 위안 삼아 나는 또 한번 영겁처럼 긴 몇 분을 보내야만 했다.
아버지라는 이름만 아니었다면 누가 억만금을 준대도 결코 응하지 않았을 일이었다.자식이 하느님처럼 믿거라 의지하는 아버지라는 이유 하나만으로심장이 쪼그라드는 병증까지 이겨내며 아버지 역할에 충실해야만 했던 악몽같은 시간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