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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짓는 사진장이 Nov 01. 2021

무서웠지만 롤러코스터를 탈수밖에 없었다

자식놈일 땐 미처 알지 못했던 아버지 이야기 #59

고소공포증을 갖고 있는 나는 놀이기구 타는걸 굉장히 싫어한다. 단순히 높은데 올라가는 것조차 병적으로 싫어하는 사람이 미친듯한 속도로 높은델 오르내리는 놀이기구를 좋아할 까닭이 없다.


하지만 딸들이 어렸을 때 나는 정말 두눈 질끈 감은채 그 싫어하는 놀이기구를 몇 번인가 탄 적이 있다. 들이 롤러코스터 같은 놀이기구들을 너무나 타고 싶어하는데, 나이가 어려 보호자 없이는 수 없었기 때문이다.


결국 아버지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어쩔 수 없이 등 떠밀려 그 싫어하는 롤러코스터에 오를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출발을 위해 열차가 삐그덕거리며 오르막을 오르는 순간부터 영겁처럼 길게만 느껴지는 몇 분의 시간을 지나 종착점에 도착할 때까지 나는 정말 단 한 순간도 눈을 뜰 수가 없었다. 옆에 탄 딸만 아니었으면 솔직히 체면 불구하고 열차를 세워달라고 고래고래 비명을 내질렀을지도 모른다.



그래도 그나마 롤러코스터는 사정이 좀 나은 편이었다. 뒤이어 딸 손에 이끌리다시피 찾아간 공중자전거인가 하는 놀이기구가 있었는데, 그건 운전대를 잡은채 페달을 밟으며 나아가야 하는 거여서 눈을 감을 수조차 없었다. 그때 까마득히 내려다 보이는 땅바닥을 애써 외면해가며 즐거워하는 옆자리 딸을 위안 삼아 나는 또 한번 영겁처럼 긴 몇 분을 보내야만 했다.


아버지라는 이름만 아니었다면 누가 억만금을 준대도 결코 응하지 않았을 일이었다. 자식이 하느님처럼 믿거라 의지하는 아버지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심장이 쪼그라드는 병증까지 이겨내며 아버지 역할에 충실해야만 했던 악몽같은 시간들이었다.


믿거라 의지하는 자식 앞에서 아버지는 슈퍼맨이 될 수 밖에 없는 약한 존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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