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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짓는 사진장이 Nov 29. 2021

작전명 <아빠가 살아있음을 아이들에게 알려라!>

자식놈일 땐 미처 알지 못했던 아버지 이야기 #63


동네 산책   가게 유리문 앞에 ' 아이에게 아빠가 살아 있음을 알리기 위해 금일 휴업합니다'라는 이색적인 안내문을 발견했다. 그걸 보는 순간 나는 가슴  편이 뜨끔했다. 같은 상황에 처했다면 아마 대한민국의 다른 많은 아버지들도 비슷한 심정이었을 거다.


회사원이라면 십중팔구 과도한 업무량에 상사들 눈치까지 살피느라 퇴근시간을 훌쩍 넘겨 퇴근하는 것은 기본이요, 야근에 주말근무까지 밥먹듯 하는게 대한민국 아버지들 현실이고 보니 그럴 수밖에 없다. 자영업자들 역시 새벽 일찍 나가  늦게야 일을 마치는 경우가 대부분이니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알만한 사람들 사이에선 '딸바보' 불리울만큼 나름 아이들을 살뜰히 챙기며 살아왔음에도 불구하고 회사원이라는 이름으로 먹고 살려다 보니  역시 좋은 아빠라기엔 부족한 면이 많았다.  예로 우리 딸들이 초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나는  한번도 어린이날을 아이들과 함께 온전히 보낸 적이 없다.


변명이라면 변명이겠지만, 회사  때문에 불가피. 내가 몸담고 있는 회사에서는 직장일로 바쁜 아버지들이 어린이날 하루라도 가장으로서의 체면을 살릴  있도록 회사 자체적으로 매년 어린이날 행사를 개최해 오곤 했다. 지원부서에서 일하는 나는 예의 어린이날 행사가  진행될  있도록 지원해야 해서 매년 어린이날마다 출근해 행사가 모두 끝나고 뒷정리가 마무리 될 때까지 열심히 열심히 일을 해야만 했다. 덕분에 우리 딸들은 어린 시절 엄마와 함께 매년 아버지 없는 어린이날을 보내야만 했다.


아마 나뿐만이 아니라 대한민국의 많은 아버지들이, 어쩌면 대다수의 아버지들이 먹고 사는게 바빠 자녀들 가슴에 '아버지는 부재 '이라는 이미지로 각인돼 있지 않을까 싶다. 마음은 그렇지 않지만 결과적으로 자녀들이  필요로   부재 중인 사람이 어느날부턴가는 아예 없는 사람 취급을 당하고,  이상 찾지 않는 사람이 되지 않았나 싶다.


그러다가 나이를 먹고 사회적으로 어느 정도 안정을 찾아 비로소 시간적, 정신적 여유를 갖게 됐을 때, 그래서 뒤늦게 가족들 곁으로  걸음 다가서려 했을  아버지들은 이미 가족들로부터 너무 멀어져 있고 많이 낯설어져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가족들을, 자녀들을 위해 딴엔 열심히 산다고 살아온게 결과적으론 가족을 잃게 만들었던 거다.


그러나 후회는 아무리 빨라도 늦는 법이고,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는 말이 있다. 그런 의미에서 '카르페 디엠(Carpe diem)', 즉 '지금 살고 있는 현재  순간에 충실하라'는 마디를 금과옥조로 삼아야 한다. 야근에 주말 특근을 밥먹듯이 하며 살아가는 아버지들에게도 나름 피치 못할 이유와 사정은 있겠지만, ' 아이에게 아빠가 살아 있음을 알리기 위해 금일 휴업합니다' 외치는  가게 주인처럼 사랑하는 자식들을 위해 때론 눈앞의 불이익 감수하는 용기를 발휘해야 한다. 너무 늦기 전에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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