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에서 박사를 가장 많이 배출한 마을

아주 특별한 사진 한 장 #37

by 글짓는 사진장이

예로부터 인구수 대비 박사(博士)를 가장 많이 배출했다 하여 '박사골'이라 불리우는 전북 임실군 삼계면.

그 단단한 토양에는 손 많이 가는 전통방식 그대로 엿을 만드느라 겨우내 한여름보다 더 뜨겁게 땀 흘려온 어머니들의 진한 체액이 처처에 스며있다.


박사가 많이 나온 걸 두고 혹자는

어릴 때부터 두뇌 회전에 좋은 달달한 엿을 많이 먹고 자란 덕에 머리가 좋아져 그렇게 됐다는 주장을 펼치기도 한다.

그야말로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 헛똑똑이 소리다.


새벽 일찍 고두밥을 앉히는 것부터 시작해

잡아 늘렸다 포갰다 다시 늘리기를 수없이 반복하는 고된 작업 끝에

정말 힘들게 완성되는 게 삼계엿인데,

식구들 먹일 거 다 먹이면 나면 어느 세월에 돈을 벌어 자식들 뒷바라지를 하겠는가.

과수원집 아들딸들이 평생 제대로 생겨먹은 과일 하나 얻어먹기 힘들 듯

엿 만드는 집에서 엿 한 가락 얻어먹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설 명절을 앞둔 이 맘 때는 잠자는 시간까지 줄여가며 일해야 할만큼 전국 각지에서 주문이 쇄도하곤 한다.


그러니 어려서부터 달달한 엿을 많이 먹어 공부를 잘했단 주장은 옳지 않다.

그보다는 봄부터 가을까지 죽어라 논일 밭일 다하고 난 뒤

겨우 허리 좀 펼까 말까 한 겨울 농한기까지 다시 엿 만들기에 나서

새벽부터 밤 늦게까지 손바닥 껍질이 벗겨지도록 애쓰시는 어머니를 보며
어린 자녀들이 죽을 힘을 다해 공부에만 매달린 게

오늘날 박사골 신화를 만들어낸 원동력 아니었을까 싶다.

한 가지 안타까운 건 박사골 삼계엿 역시 다른 전통적인 것들과 마찬가지로 점차 옛모습 보기가 힘들어지고 있다는 거다.

농촌 고령화로 인해 갈수록 일손 구하기가 힘들다 보니
그 틈을 메우느라 기계를 도입해 모든 걸 계량화하고 기계화하고 자동화해 나가고 있는 추세여서다.
이로 인해 어머니 손 안에서 모든 작업이 이뤄지던 옛 방식은 점점 자취를 감추고

단순반복 작업들부터 차례로 부족한 일손을 기계들이 대신 떠맡기 시작했다.


덕분에 어머니들은 예전보단 좀 더 수월하게 엿을 만들 수 있게 됐지만,

사람 손끝에서 완성되는 수제엿 본연의 맛을 계속 지켜나가야 하는 어려운 과제를 풀기 위해선 다소 시간이 필요하지 않을까 염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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