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80쯤 되는 고령의 어머니들 중엔 키 큰 분을 찾아보기가 힘들다. 어린 소녀 시절부터 살아온 환경 영향이 클 거다.
먹고 사는 일과 뗄래야 뗄 수 없는 물 문제만 해도 그랬다. 지금이야 도서벽지까지 집집마다 다 수도가 보급돼 있지만, 예전엔 서울에서조차 우물물을 길어다 먹는 집들이 많았다. 항아리 혹은 양동이를 하나씩 들고 우물에 가서 물을 가득 채운 뒤 머리에 이고 집까지 가는 일이 다반사였다.
농촌에서는 장정 십여 명 이상을 배불리 먹일 새참 바구니를 머리에 인 채 실어나르는 일이 일상다반사로 펼쳐지곤 했다. 5일마다 한번씩 드문드문 열려 한 번 장보러 갈 때면 뭉텅이로 물건을 사 날라야 했던 장보기 때도 그 무거운 짐보따리는 열에 여덟아홉 어머니들 머리 몫이었다.
하도 이것저것 머리에 이고 다니다 보니 나중엔 손 놓고도 짐 보퉁이를 이고 다닐 수 있는 묘기 경지에 이르곤 했다. 온갖 무게에 짓눌리느라 미처 키 클 틈이 없었던 우리 어머니들의 아픈 자화상이 그 작은 키에 담겨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