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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팔도 거리에서 제일 아름다운 것

아주 특별한 사진 한 장 #40

by 글짓는 사진장이

<연탄 한 장>이라는 안도현 시인 작품을 보면

'방구석 선득선득해지는 날부터 이듬해 봄까지

조선팔도 거리에서 제일 아름다운 것은

연탄차가 부릉부릉

힘쓰며 언덕길 오르는 거라네'라는 귀절이 나온다.


아마도 시인은 연탄 배달차조차 오르기 힘든,

그래서 겨울이면 연탄광 채우기 힘들어 발을 동동 굴러야 하는 삶을

다른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있기에 이런 시를 쓸 수 있지 않았을까 싶다.

연탄을 간절히 필요로 하는 누군가에게 연탄차가 내는 엔진음이

얼마나 아름답게 들리는가를 너무나도 잘 알기에 그랬지 싶다.


겨울이면 연탄나눔에 나선 직장 동료들 꽁무니를 따라

가끔 연탄차조차 못 들어가는 산동네를 기웃거려 곤 하는 터라

나도 그 연탄차 엔진음이 내는 아름다움에 귀를 빼앗기곤 한다.

연탄차 엔진음보다 더 아름다운 사람들 모습에 눈이 부시곤 한다.



안타깝게도 코로나 때문에 최근 연탄나눔 참여자들이 많이 줄었다곤 하지만,

지금도 여전히 어느 산동네 골목길에선 누군가 열심히 연탄을 나누고 있을 거고

덕분에 다른 누군가는 또 하나의 겨울을 무사히 잘 건너고 있을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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