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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아버지 할머니, 보고 싶어요!"

아주 특별한 사진 한 장 #39

by 글짓는 사진장이


처음엔 그저 흔해빠진 하얀색 돈봉투인 줄만 알았다.

명절을 맞아 우리 가족이 돌아가신 장인 장모께 인사를 올리고 성금함에 막 봉투를 넣으려 할 때까진.


그런데 성금함 그 좁은 주둥이 사이로 뭔가 이상한 게 어른거렸다.

눈높이를 낮춰 들여다보니 환하게 웃는 할머니 얼굴이 훅 들어왔다.


우리 앞에 성묘를 다녀간 다른 가족 중 누군가가 남기고 간 듯했다.

삐뚤빼뚤한 그림체로 봐 아마 어린 손자나 손녀의 솜씨이지 싶었다.


그 그림을 보는 순간 '그리움'이라는 단어 하나가 머릿 속을 맴돌았다.

그 그림을 그리며 어린 손자나 손녀는 할아버지 할머니의 살아 생전 모습을 떠올렸을 거고,

보고 싶은 마음을 꾹꾹 눌러담아 열심히 그림을 그렸을 터였다.



삐뚤빼뚤 그려진 그 그림 한 장이 백 마디 말보다 더 큰 가슴울림으로 다가왔다.

매년 무슨 때면 의무감에 사로잡혀 의례적으로, 형식적으로 행해지는 행사가 아니라

돌아가신 할아버지 할머니를 보고 싶다는 순도 100짜리 그리움만 오롯이 잘 담아냈다 느껴져서다.


돌아가신 분께 상다리가 휘어질 정도 제사상이 왜 필요하고,

근엄한 표정으로 두번 반 절하고 지방을 불사르는 게 뭐 중요하겠는가.

그분들을 그리워하는 순수한 마음과 마디만한 정성이면 차고도 넘치는 것을...


이웃 작가님 가족이 급성 림프구성 백혈병과 힘겨운 싸움을 벌이고 있다는 안타까운 소식에 아래와 같이 도움을 청하는 글 링크를 첨부합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https://brunch.co.kr/@blueattic/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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