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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짓는 사진장이 Jan 24. 2023

<낚시꾼> 아닌 <강태공>이 그립다

황색저널리즘의 제목 장사를 왜 하필 <낚시질>이라 할까

사람마다 다르긴 하겠지만

내 경우 <낚시>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초한지에 등장하는 강태공이다.

"물고기가 아니라 세월을 낚고 있었다!"는

그 유명한 일화 때문이다.

그래서 예전엔 낚시꾼이라 하면

강태공이란 호칭으로 대신 부르는 경우가 많았다.


그런데 요즘 들어서는 강태공이란 호칭이

점점 사라져가는 느낌이다.

세월을 낚는 강태공은 사라지고

어군탐지기며 전동릴 같은 온갖 장비를 총동원해

한 마리라도 더 물고기 낚아 올리는데만

혈안이 된 낚시꾼들이 득시글거리기 때문이다.



심지어 한 TV 프로그램에서는

나름 낚시 좀 했다는 사람들이 우르르 몰려나와

왁자지껄 떠들며 서로 누가 더 많이 잡나를 겨루기도 한다.

이런 식이면 프로야구나 프로배구처럼

치어리더가 등장해 떠들썩한 응원전까지 벌이고도 남을 기세다.


그런저런 영향 때문일 거다.

언젠가부터 <낚시>란 단어가 부정적 의미로 쓰이는 일이 많아졌다.

황색저널리즘들이 클릭수 유도를 위해 흔히 자행하는

자극적인 제목 뽑기를 일컬어 <낚시질>이라 칭하는 게 대표적이다.

<사냥질> 혹은 <사기질> 같은 쓸 수 있는 다른 단어들도 많은데,

왜 하필이면 <낚시질>이라 말하는지는

낚시를 즐기는 사람들 스스로 한번 생각해 볼 일이다.


낚시란 건 원래 인간이 살아남기 위해 고안된 생존술 가운데 하나다.

물고기 한 마리를 잡기 위해 오랜 시간 고민하고

숨소리까지 조심해가며 온힘을 다해 생사투를 펼치는 행위였다.

손맛이나 단순한 식도락을 위한게 아니었던 거다.


그런만큼 낚시에 임하는 우리 선조들의 자세는

지금과는 많이 달랐을 수밖에 없다.

비록 어쩔 수 없이 물고기를 잡아 먹고 살지언정

두려워하고 미안해하는 마음으로 해마다 용왕제를 지내고

어린 물고기가 잡히면 자손들도 먹고 살라고

망설임없이 도로 방생하곤 했던 것도 그래서였다.


물론 그 옛날에도 <낚시꾼>은 있었다.

먹고 살기 위한 수단으로 낚시를 한 사람들도 많았을테니까.

그런만큼 옛날 사람들이라고 해서 모두

강태공의 마음을 갖고 있진 않았을 거다.

하지만 최소한 지금처럼 놀이 삼아, 식도락 삼아

물고기 생명을 희롱하진 않았을 거다.


<낚시>보다는 <낚시질>이,

<강태공>보다는 <낚시꾼>만 들끓는 요즘 세상이

그래서 난 많이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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