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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짓는 사진장이 Jan 30. 2023

고속도로 추돌사고 90% 줄이는 방법

꽁무니에 바짝 붙이는 위험한 운전습관일랑 버리자

"아빠 아빠, 저기 저 차는 왜 저렇게 앞차 꽁무니에 바짝 붙어서 가는 거에요?"

할머니 댁에 가기 위해 고속도로 위를 달리던 중 문득 큰딸이 던져온 질문이다. 앞차 꽁무니에 껌딱지처럼 바짝 붙어 위태위태하게 달리는 모습이 유난히 눈길을 끌었던가 보다. 운전면허 취득 후 한동안 장롱면허로만 지내다가 얼마 전부터 도로 연수를 받기 시작하더니 운전에 부쩍 관심이 많아진 큰딸이었다.



"빨리 가고 싶은데 앞차가 길을 막으니까 비키라고 압박을 가하는 거야. 시속 100km로 고속주행하고 있는 상황에서 뒷꽁무니에 바짝 붙어버리면 앞차는 사고날까 봐 무섭거든"

천에 하나 만에 하나 앞쪽에 돌발상황이라도 발생해서 급브레이크를 밟아야 하는 경우 십중팔구 사고를 면키 어려워서다. 규정속도를 지켜 안전운행 중이던 앞차 입장에선 아무리 자기가 제때 브레이크를 잘 밟더라도 거의 꽁무니에 붙다시피 뒤따라오는 차 때문에 뒷통수를 강타 당하는 큰 사고를 당할 수 있단 얘기다.


운전경험이 별로 없다보니 동시에 같이 브레이크를 밟으면 되지 않느냐 싶었던 듯 고개를 갸웃거리는 큰딸에게 나는 알아듣기 쉽도록 예를 들어 부연설명을 했다.

"고속도로 제한속도인 시속 100킬로미터로 달리고 있다 치자. 이 경우 차는 1분당 1,667미터, 1초당 28미터를 순식간에 주파해. 그런데 앞차와 10미터도 채 되지 않을 정도로 꽁무니에 바짝 붙어 달리면 급브레이크를 밟아야 할 상황이 발생할 경우 0.35초 내에 반응해야만 한단 얘기지"


야구에서 투수가 공을 던진 후 홈플레이트 통과까지 걸리는 시간이 약 0.4초 내외, 타자가 칠 건지 말 건지 결정하는데 쓸 수 있는 시간은 대략 0.1초 내외쯤 된다는 걸 감안하면 인간의 능력으론 거의 불가능한 반응속도란 결론이 나오는 거다. 앞차가 급브레이크를 밟는 걸 보는 순간 뒷차 운전자가 거의 동시에 브레이크를 밟는다 쳐도 눈에서 뇌, 뇌에서 발, 다시 브레이크페달을 밟기까지 0.35초 내에 그 모든 미션을 완료하는 건 불가능하다. F1 그랑프리를 누벼온 전설의 카레이서 슈마허쯤 되는 반사신경을 가졌다면 모를까.


"그렇다면 왜 사고위험을 무릅쓰고 저 따위로 운전들을 할까요?" 하고 큰딸은 다시 물었다. 나는 "큰 사고를 안 당해봤기 때문일 거야. 다른 사람은 몰라도 나는 앞차에 어떤 상황이 발생해도 100% 완벽히 대응할 수 있다고 믿는 거지. 마치 도박에 미친 사람들이 집에 갈 마지막 차비까지 탈탈 털어 올인하는 것과 같은 심리라고나 할까" 하며 혀를 끌끌 찼다. 경우의 수를 조금만 따져볼 줄 안다면 결코 이길 수 없는 도박임을 쉽게 알 수 있는데, 그냥 자기가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믿고 싶은 것만 믿는 거다.


머지 않은 미래에 운전대를 잡고 도로로 나서게 될 큰딸에게 아빠이자 선배 운전자로서 나는 말했다.

"지난 이십 몇 년 간 운전하면서 아빠가 지켜온 단 하나의 원칙은 안전거리 확보야. 상황에 따라 얼마간(?) 과속하는 경우는 있었지만, 안전거리만큼은 어떤 상황에서건 꼭 지켜왔다는 거지. 그거 한 가지만 잘 지켜도 사고발생 확률은 90% 이상 줄어든다고 아빠는 확신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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