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글짓는 사진장이 Feb 01. 2023

<단골> 혹은 <당골>

노포 속으로 녹아드는 자연산 모델을 제공해주는

<단골>이라는 단어가 있다. 사전적 의미로는 '늘 정하여 놓고 거래를 하는 곳 또는 사람'을 의미한다. 경우에 따라서는 '굿할 때마다 늘 정하여 놓고 불러 쓰는 무당'을 의미하기도 한다.

<단골>이 전라도 사투리로 무당을 의미하는 <당골>에서 유래했다는 설도 있다. <당골>이란 존재는 신내림을 받은 일종의 반신(半神)이라 한 번 거래를 트면 감히 갈아탈 수 없었던 거 아닌가 싶다. 설령 인근에 좀 더 용한 다른 무당이 새로 개업을 했다 하더라도 말이다.


자칫 잘못하면 <당골>이 던지는 살을 맞을 수도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사람 잘 되게 만들긴 힘들어도 망하게 만들긴 쉽다는 말이 괜히 있겠는가. 좀 더 가성비 좋은 경쟁 상점이 문을 열았다 하면 냉큼 갈아타 버리는 일반 가게와는 거리가 달랐다.


사진을 찍으러 다니다 보면 이 <단골>이라는 존재를 자주 마주치곤 한다. 내 사진의 모델이 돼주는 게 대부분 이런 <단골>들인 까닭이다. 음식점, 이발소, 시장 노점상 등 나름 유구한 역사를 가진 곳들 치고 단골 장사 아닌 곳이 거의 없다.


한 가지 특기할만한 건 이들 단골들이 나 같은 사진가를 맞는 마음의 자세다. 일반 손님들은 열이면 반 너머 사진 찍히기를 마다하지만 이들 단골은 좀 다르다. 자신들 역시 해당 가게의 일부분이라 생각하는 것 같기도 하고, 혹은 단골집이 사진을 통해서건 방송을 통해서건 널리 알려져 잘 되기를 바라는 느낌이라고나 할까.



그런 고마운 단골들 덕분에 나 같은 사진가들은 큰 도움을 받곤 한다. 가성비 좀 좋다고 냉큼 경쟁 상점으로 갈아타버리는 셈 빠른 사람들한테선 건지기 힘든,  오래된 가게 풍경 속으로 자연스레 녹아드는 자연산 느낌 모델을 아낌없이 선물해 주기에...


#전북순창 #장터짜장 #노포 #시장맛집 #단골손님 #당골 #갈아타기 #자연산모델 #포토글래퍼 #오일장 #사람이있는풍경


​​

매거진의 이전글 <악천후>라서 좋았던 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