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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짓는 사진장이 Feb 03. 2023

천년 느티나무

2천 살쯤 되면 그는 <이씨>가 될까?


그가 언제 태어났는진 누구도 알지 못했다.

생일이 언제인지, 나이가 몇 살인지 아는 사람 역시 아무도 없었다.


그가 태어나던 무렵 그는 그저 흔해빠진 어린 느티나무 한 그루에 불과했다.

누구도 그에게 주목하지 않았었다.

그리고 그가 제법 사람들 주목을 받을 만큼 큰 나무가 됐을 땐

어린 날의 그를 기억할 법한 이들 중 남아있는 이는 없었다.



화려한 봄꽃도, 지루한 여름 장마도,

쓸쓸한 가을 낙엽도, 사나운 겨울 눈보라도

천년의 세월 동안 그저 그를 잠시 스치고 지나갔을 뿐이다.

하루살이의 짧디 짧은 생을 코웃음치며 희롱하던 사람들 역시

천년의 긴 세월 앞에선 그의 곁에 잠시 머물다 갔을 뿐이다.


그렇게 나무는 오래오래 묵묵히 거기 서있었다.

세다가 세다가 지쳐 언제부턴간 나이조차 잊어버린채.

그렇게 50년 전에도, 100년 후에도 천년 느티나무라 불리면서.


한 몇 백년 더 살아 2천 살쯤 살아내면

그땐 그의 성이 <천씨>에서 <이씨>로 바뀔 수도 있지 않을 하는 엉뚱한 생각을 잠시 해본다.

물론 그땐 잠시 머물다 갈뿐인 미미한 존재인 이미  어디에도 없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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