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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짓는 사진장이 Mar 17. 2023

죽기 전에 꼭 가봐야 할 매화여행지 <화엄사 홍매화>


이 맘 때쯤 매화를 즐기며 봄나들이를 가고파 인터넷을 검색하다 보면 눈을 확 잡아끄는 문구가 있다. <죽기 전에 가봐야 할 3대 매화 여행지>라는 광고 카피 같은 문구다. 전남 구례 화엄사 홍매화, 전남 순천 선암사 선암매, 전남 장성 백양사 고불매 등 3대 매화 여행지를 가보지 못하면 당신은 죽을 자격도 없단 얘기처럼 들린다. 천상병 시인은 <저승 가는 데도 여비가 든다면 난 가지도 못하나>라며 당신의 가난을 슬퍼했는데, 3대 매화 여행지 좀 못 봤다고 죽지도 못하게 하는 건 좀 너무하지 않나 하는 엉뚱한 생각을 잠시 해본다.


여하튼 도대체 누가, 어떤 근거로 그런 단정을 내렸는진 모르겠다. 하지만 세 곳 모두 가본 적이 있는 유경험자로서 나는 확실히 이들 세 곳 매화가 다른 곳들과는 차별화된 뭔가가 있다고 인정한다. 여행전문가도 아닌 내가 인정을 하든 말든 그게 뭐 중요하냐고 반문할 수도 있겠지만, 사진을 찍는답시고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제법 안목이 트인 편이라 그리 크게 틀리진 않을 거라 장담한다. 그리고 기왕이면 한 놈이라도 더 인정하고 추천하는 곳이 그렇지 않은 곳보다 더 나은 선택일 거란 건 덧셈 뺄셈 정도만 할 줄 알아도 나오는 아주 쉬운 계산이니 믿어서 손해날 건 없다.


문제는 지금 우리가 아주 바빠 죽겠는 세상을 살고 있다는 거다. 더군다나 이름난 여행지엔 불청객처럼 뒤따르는 구름인파가 꼬이게 마련이고,  바쁜 와중에 그들을 비집고 가야 한다는 거다. 가뜩이나 짧디 짧은 봄날, 매화가 잠시 피고 지는 그 찰나를 뚫고 그 세 곳을 다 오간다는 건 사실상 거의 불가능한 일에 가깝다 느껴지는 까닭이다. 그래서 이른바 선택과 집중이란 전략이 필요한 건데, 내 생각은 일단 화엄사 홍매화부터 가보는게 좋겠다는 거다. 천년고찰 화엄사 특유의 수묵화를 연상케 하는 묵직한 경내 풍경을 배경 삼아 붉은색으로 화사하게 피어나는 홍매화 자태가 정말 더할 나위 없이 매혹적이기 때문이다.



송도삼절로 이름 높던 황진이가 생불 소리마저 듣던 지족선사를 유혹하기 위해 절 한복판에서 붉은 치마를 입은 채 한껏 고혹적인 춤사위를 펼쳐 보인다면 이런 느낌 아닐까 싶다고나 할까. 선암사와 백양사 역시 세월의 흔적이 깊이 녹아있는 연륜 있는 고찰이고, 선암매와 고불매 역시 둘째 가라면 서러운 매력을 발산하지만, 누군가 내게 셋 중 하나만 콕 찝어 골라달라 부탁한다면 나는 단연코 화엄사 홍매화를 선택할 거다.


한 가지 단점은 그 매혹적인 자태가 절정에 달하는 이 맘 때면 홍매화를 구경갔다가 자칫 사진작가 무리들에게 포위 당할 수도 있다는 거다. 특히 빛이 좋아 사진작가들이 선호하는 이른 아침시간대엔... 이 맘 때면 전국 각지에서 동도 채 트지 않은 이른 새벽부터 수많은 사진작가들이 앞을 다퉈 몰려드는 까닭이다. 화엄사 홍매화를 한번도 안 본 사진작가는 있어도 한 번만 본 사진작가는 없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그만큼 아름답고, 보고 또 봐도 이듬해 다시 또 보고 싶단 생각이 들게 만드는 치명적인 매력이 있다고나 할까.


화엄사 홍매화는 일반 매화보다 다소 늦게 피는 편이라 예년의 경우 3월25일 전후해서 만개하곤 했는데, 올해의 경우 이상기온 때문인지 좀 일찍 피고 있다는 소식이 들린다. <죽기 전에 가봐야 할 3대 매화 여행지>, 그중에서도 원픽이라 할만한 화엄사 홍매화를 안 보고 그냥 지나기엔 이 봄이 너무 짧고 아쉽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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