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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짓는 사진장이 Apr 15. 2023

아버지들이 국밥집에서 혼술하다가 우는 이유

자식놈일 땐 미처 알지 못했던 아버지 이야기


국밥집에서 일하던 알바생이 올린 한 인터넷 게시판 글을 보다가 나는 순간 울컥했다. 글 주인공이 <아버지>라는 동종업계 사람이다 보니 나도 모르게 감정이입이 됐던 모양이다.​

게시판 글 내용은 비교적 단순했다. 국밥집 알바를 하다 보면 돼지국밥에 소주 한 병 시켜서 혼술하는 아저씨들을 가끔 보게 되는데, 그 중엔 우는 사람도 있더라는 얘기였다. 혼자 뭔가 깊은 생각에 잠긴 표정으로 말없이 술을 마시다가는 어느 순간 갑자기 울음을 터뜨리곤 한다는 거다.


"그런 분들 보면 뭔가 가슴이 찡하더라"는 예의 알바생 게시판 글엔 수많은 댓글들이 달렸다. 공감한다는 내용이 대부분이었는데, 그 중 베스트 댓글 하나가 또 한 번 내 가슴을 울컥하게 만들었다. 아저씨들이 혼술하다가 그렇게 우는 건 "집에 가서 안 울려고 국밥집에서 울고 들어가는 거"라는 내용이었다. ​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사실 한 번씩 '내가 이런 꼴 당해가면서까지 이 일을 해야 하나?' 하는 자괴감이 들 때가 간혹 있다. 말도 안 되는 이유로 직장상사나 누구한테 모욕적인 꼴을 당하거나, 힘이 없어서 누군가에게 터무니없는 갑질을 당하거나 할 때다. 그럴 때면 가슴과 머리는 터질 듯 부풀어 오르는데, 들이받긴커녕 그걸 얼굴 표정으로조차 제대로 드러낼 수 없을 땐 자괴감을 넘어 절망감마저 들곤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꾹꾹 눌러 참아야만 그나마 계속 사회생활이 가능하다는 거지 같은 현실과 맞닥뜨리면 그 자괴감이나 절망감은 더더욱 커진다.


그 금방이라도 폭발할 것만 같은 마음을 간신히 눌러 참은 채 돼지국밥 한 그릇을 안주 삼아 소주 한 잔으로 울분을 달래노라면 자신이 너무 초라해 보이게 마련이다. <왕궁 대신에, 왕궁의 음탕 대신에 오십원짜리 갈비탕에 기름덩어리만 나왔다고 옹졸하게 분개>했던 어느 시인처럼 돼지국밥 한 그릇을 분풀이하듯 째려보고 있는 나를 마주하는 건 슬픈 일이어서다. '이런 날, 한우갈비까진 아니더라도 고작 돼지국밥이라니...' 하는 서글픈 심정쯤 될 거다.​


하지만 딱 거기까지다. 안주랍시고 돼지국밥 한 그릇 따위 앞에 놓고 혼술로 소주나 마시는 처량함은 딱 거기서 끝내야만 한다. 아버지들에겐 돌아가야 할 집이 있고, 그 하나만 믿고 의지하는 가족들이 있기 때문이다. 그들을 위해 아버지는 어떤 거센 풍파에도 끄덕하지 않는 굳건한 바람벽이어야만 하니까...


아버지가 집이 아닌 국밥집에서 외롭게 혼술을 하다가 혼자서만 눈물을 흘리는 까닭이고, 베를린장벽급 높은 방파제라도 만난 것처럼 아버지의 눈물 파도가 국밥집 낮은 문턱을 결코 넘지 못 하는, 절대 넘어서는 안 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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