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근데요, 회식 딱 갔더니 다들 대빵 가까운 자리 피해서 멀찌감치 앉더라구요. 그 주변만 횅하니깐 나중엔 관리과장님이 나서서 누구씨 누구씨는 이쪽으로 앉으세요 하고 자리를 조정했어요. 회식자리가 원래 그런 건가요?"
어떤 그림인지 바로 감이 와서 난 웃으며 답했다.
"사기업이든 공무원 조직이든 회식이란 건 원래 그래. 높은 놈 옆자리 앉으면 불편하거든. 고기 굽는 거부터 잔심부름까지 신경써야 할 것들도 많구. 그래서 회식 땐 다들 앞다퉈 달려가 높은 놈과 멀찌감치 떨어진 좋은 자리 선점 경쟁을 벌이는 경우가 많지"
그러자 큰딸은 안타깝다는 듯 말했다.
"그럼 높은 사람 옆엔 아무도 앉기 싫어한단 얘기에요? 강제로 지명 당하든 늦게 온 죄로든 결국 누군가 앉긴 앉겠지만 높은 자리 앉음 외롭겠네요 ㅋ"
이 같은 큰딸 말에 고개를 저으며 난 답했다.
"꼭 그렇지만도 않아. 어느 조직에나 야망이 있는 베이비들은 있게 마련이거든. 아부도 실력이라며 높은 놈들에게 잘 보여 남보다 인사고과 잘 받고 빨리 승진하려는... 그런 베이비들은 오히려 회식 같은 자리를 자길 어필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 여겨 높은 놈들 옆에 찰싹 붙어 존재감을 드러내기도 해"
내 설명에 큰딸은 깔깔거리며 말했다.
"아빠, 뼝아리 공무원인 저는 야망이 없는 거 같아요. 회식 때 높은 사람들 옆에 가는 것도, 주거니 받거니 같이 어울려 술 마시는 것도 불편하고 싫거든요 ㅋ"
나도 같이 깔깔거리며 답했다.
"어쩌겠니, 네가 아빠 딸인걸. 아빠도 그런 거 딱 질색이거든. 심지어 아빠는 술 마시는 거 좋아하는 데도 불구하고 말이지. 술이란 건 마음 통하는 사람들하고 즐겁게 마셔야지, 일로 마시면 맛도 없구 몸만 상하기 쉽거든!"
그러면서 나는 덧붙여 말했다.
"며칠 후면 우리 딸들 생일인데 마음 통하는 가족끼리 어디 근사한데 가서 소주나 한 잔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