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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짓는 사진장이 Jun 18. 2023

화사의 "옛다 눈물" 한 마디에 야릇한 쾌감


회식을 하느라 본방을 놓쳤던 <댄스가수 유랑단> 전라남도 광양편, 시대를 초월한 무대 화사 <마리아> & 김완선 <삐에로는 우릴 보고 웃지> 영상을 유튜브로 보던 중이었다. 화사의 <마리아> 노래가 거의 끝나갈 무렵 나는 잠시 플레이를 중단시켰다.

한쪽 귀에만 꽂고 있던 블로투스 이어폰을 양쪽 모두 끼운 뒤 처음부터 다시 듣기 위해서였다. 화사 팬인 아내 덕분에 나 역시 그녀를 좋아하게 돼서 <마리아>는 진즉부터 즐겨 들어온 노래였지만, 가사는 대충 귓등으로 넘겨 들어오던 터였다. 그런데 이날 갑자기 가사 중 한 대목이 확 꽂히면서 이 노래를 새롭게 발견한 느낌이 들었다.


<굳이 우는 꼴이 보고 싶다면, 옛다 눈물> 하는 부분이 갑자기 내가 꽂힌 포인트였다. 사실 언제부턴가 의미 모를 가사들이 유행처럼 쏟아져 나오면서 어쩌다 라디오를 통해 요즘 가요를 듣게 되더라도 내 경우 그 멜로디만 취할 뿐 가사는 귓등으로 흘려듣는 게 습관처럼 돼버린 까닭이었다.​


<욕을 하도 먹어서 체했어 하도/ 서러워도 어쩌겠어 I do/ 모두들 미워하느라 애썼네/ 날 무너뜨리면 밥이 되나> 하는 노래 도입부 가사도 제대로 들은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후렴구처럼 이어지는 <외로워서 어떡해 미움마저 삼켰어/ 화낼 힘도 없어 여유도 없고> 부분은 반복해서 귀에 꽂아넣는 느낌이라 반강제적으로 익숙해졌지만, 다른 부분은 그렇지 않았다.


그러던 중 예의 유튜브 댄스가수유랑단 공연에서 가사가 자막으로 송출돼 나오는 걸 무심코 보다 보니 도입부 가사들이 <옛다 눈물>이란 시크한 한 마디와 겹쳐지면서 일찌기 느껴본 적 없는 야릇한 쾌감을 선물해줬다. 이유없이 나를 욕하고 미워하는 세상 모든 베이비들에게 시원하게 <옛다 눈물> 하며 조롱 한 바가지를 퍼 흩뿌리는 느낌이라고나 할까.​


덕분에 이미 귀에 익어 있던 후렴구 <마리아 마리아 널 위한 말이야/ 빛나는 밤이야/ 뭐하러 아등바등해/ 이미 아름다운데> 부분은 한층 임팩트 있게 가슴에 꽂혔다. 나 같은 50대 아저씨 가슴에도 느낌이 와닿는데, 화사와 동 시대를 살아가는 20~30대에겐 더더욱 임팩트 있게 꽂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으로부터 약 40여 년 전쯤에 발표된 조용필의 <킬리만자로의 표범>을 듣다가 이 비슷한 느낌을 받았던 기억이 있다. <먹이를 찾아 산기슭을 어슬러거리는 하이에나를 본 일이 있는가>라는 가사로 시작되는 이 노래 뒷부분에 나오는 그 시대 젊은이들의 고독과 사랑을 읊조린 대목이 그것이었다.


텍스트로만 접하기엔 느낌이 많이 부족하긴 하지만, 옮겨 적어보면 이런 내용의 가사다. <허전하고 등이시릴 때/ 그것을 위안해줄 아무것도 없는 보잘것없는 세상을/ 그런 세상을 새삼스레 아름답게 보이게 하는 건 사랑때문이라구/ 사랑이 사람을 얼마나 고독하게 만드는지 모르고 하는 소리지/ 사랑만큼 고독해진다는걸 모르고 하는 소리지>. 이 노래를 들으면서 나는 누군가 내 마음을 알아주는 느낌이라 얼마간 마음의 위안을 얻곤 했었다.


좋은 노래는 듣는 이의 귀를 즐겁게 한다. 느낌이 있는 노래는 온몸을 젖어들게 만들고, 감동이 있는 노래는 격렬한 소용돌이 속으로 듣는 이를 몰아넣어 가슴 깊은 곳을 진탕시킨다. 뭔 도그 껌 씹는 소리냐면 댄스가수유랑단이라는 방송프로그램 덕분에 그동안 많이 익숙하다고 착각해 온 화사의 노래 <마리아>를 새롭게 재발견했단 얘기 되시겠다. 기회되면 가사에 주목하면서 한 번씩들 들어보란 얘기이기도 하고...​


■아래는 문제의 화사 <마리아> 유튜브 동영상이다.

https://youtu.be/uDwxP6BcZl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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