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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짓는 사진장이 Oct 30. 2023

'서진실 친구 송가인' 소릴 들어도 좋을 억스

송가인 친구라는 그늘 딛고 실력만큼 제대로 평가받길


퓨전국악밴드 억스(Aux) 하면 조건반사적으로 트롯가수 송가인부터 떠올리는 사람들이 많다. 메인 보컬인 서진실이 송가인과 중학교 때부터 아주 매우 많이 친한 20년지기 찐친이어서다.


지난 2021년 JTBC 국악경연 프로그램 '풍류대장'을 통해 억스가 대중들에게 널리 알려지기 전부터 서진실은 송가인 친구로서 일찍부터 주목을 받아왔었다. TV 한 예능프로그램에서 송가인 친구로 어느날 짠 하고 등장해선 '부랄친구' 수준의 찐친이 아니면 보여주기 힘든 환상적인 케미를 선보인 덕분이다. 특히 걸걸한 전라도 사투리를 곁들여 털털한 매력을 보여준 덕분에 해당 방송 이후 알아보는 사람들이 부쩍 많아졌다.


그후 JTBC 국악경연 프로그램 '풍류대장'에 출연해 TOP 3 안에 드는 국악 보컬로서의 뛰어난 실력을 선보이면서 더 한층 유명세를 타기 시작했다. 퓨전국악이라는 장르가 우리나라에선 사실상 마이너급으로 별로 주목을 못 받아서 그렇지, 사실 그쪽 바닥에선 진작부터 실력있는 보컬로 인정받고 있는 친구라는 사실도 이 방송을 통해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진실은 여전히 '송가인 친구'라는 타이틀로 더 많은 사람들에게 각인돼 있는 상황이다. 송가인이라는 가수가 우리나라 가요계에서 차지하는 인기라든가 비중이 워낙 크다 보니 그 그늘 또한 큰 탓일 거다. 서진실과 억스 인지도를 올려준다는 측면에선 고마운 일이지만, 그 그늘이 너무 커 그녀가 실력있는 보컬이라는 사실이 적지않이 가려지고 있는 건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전주 국립무형유산원에서 최근 펼쳐진 억스 공연을 본 순간 나는 송가인 친구라는 편견내지 선입견이 반드시 없어져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송가인 친구 서진실이 아니라 서진실 친구 송가인이라고 바꿔불러도 좋을 만큼 어마무지한 가창력을 갖춘 보컬과 밴드라는 생각이 들어서다. 특히 국악 내공을 베이스로 뱃속 깊은 곳으로부터 끌어올려 폭발적으로 쏟아내는 창법은 음악에 대해 무지한 나 같은 50대 아저씨의 심금마저 울릴 지경이었다. 송가인 친구라는 그늘에 가려지기엔 너무 아까운 실력이란 생각이 절로 들었다.


이날 억스는 우리 귀에 익숙한 '새타령'과 '밀양아리랑', '태평가', '사랑가', '품바' 등 열네 곡을 청중들에게 선보였는데, 그 한 곡 한 곡이 다 레전드 무대라 일컬어도 좋을 만큼 폭발적인 반응을 이끌어냈다. 그중에서도 특히 BTS 원곡의 'FIRE'는 저러다 목이 터져 나가지 않을까 싶을 만큼 폭발적인 샤우팅 창법으로 공연장 전체를 불바다처럼 뜨겁게 달구었고, 이날 공연에서 처음 선보이는 거라는 신곡 '성주풀이'는 구음과 샤우팅 중심의 기존 억스 음악들과 백팔십도 달라진 잔잔하면서도 호소력 있는 창법으로 청중들 가슴을 파고 들었다.


공연이 끝난 뒤 급관심이 생겨 억스라는 밴드를 좀 검색해본 결과 음악적 방향성도 마음에 꼭 들었다. 국악밴드지만 일부러 한국적인 음악만 찾는 게 아니라 관객들과 더불어 즐기며 놀 수 있는 음악을 지향한다고 밝히고 있어서다. 국악에 뿌리를 두고 있으되 그 안에 갇혀 고립되기보다는 틀을 깨고서라도 대중들 속으로 녹아들어갈 수 있는 즐거운 음악을 추구한다는 얘기 되시겠다. 밴드를 구성함에 있어 꽹과리 옆에 일렉기타를 배치하고, 태평소 뒤에 드럼을 배치해 국악과 양악의 경계를 넘나들게 만든 것도 그같은 노력의 일환일 거다.


서진실이라는 실력있고 매력 넘치는 보컬이, 그녀를 품은 경쟁력 있는 퓨전국악밴드 억스가 앞으로는 송가인 친구라는 그늘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누구의 친구라는 타이틀보다는 그들 자신의 이름으로 우뚝 서서 실력 만큼 정당히 평가 받고, 팬들의 사랑도 한껏 받았으면 하는 욕심이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음악이면서도 사실상 마이너 취급을 당하고 있는 억스 같은 국악 밴드가 성공을 거둬야 우리 국악에도 서광이 비치고, 국악에 한평생을 건 사람들 역시 제대로 대우받는 세상이 될테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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