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글짓는 사진장이 Dec 16. 2024

첩첩산중 유아독존 배짱장사 어제비 맛집, 진안 부뚜막




전북 진안군 안천면에 위치한 어제비 전문점 부뚜막은 첩첩산중에 유아독존 느낌으로 우뚝 서서 배짱장사 아닌 배짱장사를 일삼고 있는 숨은 맛집이다. 마치 "나 맛집이니까 좀 귀찮더라도 니들이 알아서 잘 찾아와 먹고 가랏!" 하고 배짱을 부리는 느낌을 주는 얼토당토 않은 위치에 자리잡고 있음에도 줄까지 서야 할 만큼 아주 매우 많이 장사가 잘 되기 때문.


이게 뭔 자다가 봉창 두들기는 소리냐 싶은 분들을 위해 잠시 부연설명을 좀 해보자면 음식점 장사라는 건 이른바 '목'이라는 게 중요한 법인데, 진안 부뚜막은 이런 상궤를 완전히 벗어나 있다는 얘기다. 사람들 많이 오가는 길목을 찾는 건 기본이요, 안 되면 다른쪽 물길을 틀어막아서라도 자기네 가게 쪽으로 사람들을 몰려 들게 만드는 게 장사의 상식인데, 진안 부뚜막의 경우 어이 없게시리 정반대 포지션을 취하고 있다는 의미다.


쉽게 얘기하자면 단골쯤 돼서 그 위치를 미리 알고 찾아가면 모를까, 잘 모르는 사람은 입소문을 듣고 찾아가더라도 쉽게 발견하기도 힘든 위치에 떡 하니 자리를 잡고 앉아 있다. 전주 쪽에서 진안읍을 거치지 않고 중간을 가로질러 무주 쪽으로 가는 부귀면 방면 외진 샛길이 하나 있는데, 부뚜막은 그 중간 지점쯤 되는 불로치터널이라는 곳을 지나자마자 나오는 언덕길 아래에 터를 잡고 있다. 그것도 무려 26년째 고집스럽게.


전주에서 무주로 가는 방향에서는 아예 안 보이다시피하고, 무주 쪽에서 전주 쪽으로 오다 보면 언뜻 눈에 띌까말까 한 위치인데, 가장 가까운 마을과의 직선거리만도 1킬로미터가 넘는 거의 허허벌판에, 그것도 도로 쪽에서 보면 언덕길 아래 움푹 들어간 지점에 음식점을 차린다는 건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그랬을까 의문이 다 들 정도다.


내 경우 몇 년 전 무주 쪽으로 여행을 다녀오는 길에 주변에 인가라곤 거의 없는 한갓진 도로변 건너편 언덕길 아래 웬 집 앞에 승용차들이 빼곡하게 주차돼 있는 모습을 발견하곤 호기심이 동해 찾아간 덕분에 이 부뚜막이라는 맛집의 존재를 겨우 알아차릴 수 있었다. 무주 방향으로 갈 땐 아예 그런 곳이 있는 줄도 모른 채 지나갔었고, 전주 쪽으로 돌아오는 길에도 그나마 이상한 위치에 승용차들이 빼곡히 서있는 걸 보지 못했다면 그냥 지나쳐 버렸을 위치였다.



사설이 너무 길었는데 그렇게 찾아 들어간 진안 부뚜막은 천만뜻밖에도 웨이팅이 걸릴락말락 할 정도로 알음알음 찾아온 단골손님들로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었다. 처음 찾아간 터라 그 집이 뭘 잘하는 집인지도 알지 못해 뭐시가 그렇게 맛날까 궁금해 눈치껏 주변 테이블들을 살펴봤는데, 거의 대부분 손님들이 어탕과 수제비를 결합한 이 집 시그니처메뉴 어제비를 먹고 있었다.


다행히 어제비라면 집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단골집이 하나 있어 가족들과 함께 즐겨 먹어오던 음식이라 망설임없이 바로 주문을 했다. 전북 완주에 있는 오래된 내 단골집 동락가든의 경우 어탕수제비라는 이름으로 좀 맵다 싶을 만큼 얼큰칼칼한 국물맛이 일품인데, 그곳과는 어떤 다른 맛을 보여줄까 하는 궁금증도 일었다.


그렇게 주문 후 얼마간의 기다림과 함께 마침내 등장한 부뚜막 시그니처메뉴 어제비는 '이래서 사람들이 이 외진 곳까지 줄을 지어 밀려드는구낫!' 하는 생각이 절로 들게 만들었다. 한 입 떠 베어무는 순간 손반죽 느낌의 찰기 넘치는 식감에 손으로 직접 뜯어낸 듯 아주 매우 많이 얇은 녀석들이 갓 떠낸 싱싱한 횟감처럼 펄떡거리는 느낌으로 입 안에서 춤을 추는 듯했다.


그 배경에서 빠가사리를 주재료로 만들었다는 어탕 국물은 아주 맵지는 않되 해장용으로 좋겠다는 생각이 절로 들게 만드는 은근히 얼큰한 맛으로 입맛을 사로잡았고, 민물고기를 곱게곱게 갈아 만든 국물 특유의 혀끝을 스치는 고기 알갱이들 감촉은 묵지근하게 혀끝을 감아돌며 먹는 혹은 씹는 즐거움을 선사해줬다.


한 가지 재밌었던 건 부뚜막 어제비가 눈에 보이는 것보단 그 양이 제법 많았다는 거다. 처음 주문시 공기밥은 별도라는 얘기를 듣고 내 단골집인 동락가든 어탕수제비 사례를 떠올리며 공기밥을 주문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잠시 고민을 했었더랬는데, "일단 좀 먹어본 뒤 결정합시닷!" 하는 아내 말을 듣고 어제비부터 열심히 떠먹다 보니 아차 싶은 생각이 들었을 정도. 자칫 공기밥을 시켰더라면 밥이 됐건 어제비가 됐건 쓸데없이 음식물쓰레기만 잔뜩 만들었겠다 싶었던 거다.


물론 어탕 류의 음식이란 게 원래 공기밥 같은 탄수화물과 찰떡궁합을 이루고, 거기에 소주 한 잔까지 곁들이면 금상첨화라는 건 사실 국룰이나 다름없긴 하지만, 음식물쓰레기 발생하는 걸 싫어하거나 맛난 음식으로 배만 든든히 채우면 된다는 사람은 무작정 공기밥부터 추가주문할 게 아니라 일단 어제비부터 먹어본 뒤 추가 여부를 결정하는 게 좋을 거라는 얘기되시겠다.



'무진장'이라 하여 전북에서도 가장 외진 지역을 싸잡아 일컫는 무주 진안 장수 세 지역 중 하나인 진안에서도 첩첩산중이란 표현이 무색하지 않을 만큼 외진 동네에 자리잡은 어제비 맛집 부뚜막은 매일 오전 11시부터 저녁 8시까지 문을 여다. 오후 3시부터 5시까지는 브레이크타임이며, 매주 월요일은 정기휴무다. 주차장은 외진 시골동네 특성상 음식점 주변 여기저기 공간이 널널한 편이다.




저만의 공간을 하나 만들고 싶어 티스토리 블로그를 새로 시작했습니다. 방문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https://bakil66.tistory.com/m



#전북진안맛집 #진안부뚜막 #진안어제비맛집 #진안가볼만한곳 #글짓는사진장이 #전라도찍GO팔도맛보GO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