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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슐랭 선정 두부전문 맛집, 예술의전당 백년옥

by 글짓는 사진장이 Feb 11.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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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초동 소재 두부전문점 백년옥은 '예술의전당 맛집'이라는 검색어로 인터넷 검색을 하면 가장 상위권에 랭크되는 이 지역에서 손꼽는 대표맛집 가운데 하나다. 2019년 미슐랭가이드 빕구르망에 선정됐다고 간판에 자랑스럽게 떡 하니 적어놨을 정도로 나름 음식맛에 대한 자부심도 강한 데다가 국제적으로 그 맛을 인증받은 맛집이기도 하다.


내 경우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열리고 있는 퓰리처상 사진전을 보러 가던 중 근처 맛집을 검색하다가 운좋게도 미슐랭가이드씩이나 선정됐다는 이곳을 발견했더랬는데, 좋은 맛집을 발견했다는 기쁨도 잠시 그 앞까지 간 순간 '이런 된장!!!' 하는 외침이 목젖까지 치밀어 올라오는 걸 간신히 참아야만 했다. 함께 간 식구들도 그렇고 한창 배가 고프던 중이라 뱃 속에서 손이 튀어나올 지경이었건만 그 앞에 대기줄이 어마무지하게 늘어서 있었기 때문.


맛집도 좋지만 일단은 배부터 채워주는 게 좋을 거 같단 생각에 황급히 주변에 다른 갈만한 음식점이 없을까 둘러봤는데, 그 유동인구 많은 서울 예술의전당 바로 앞임에도 불구하고 선뜻 눈에 띄는 곳이 없었다. 좀 떨어진 곳에 중국집 등 몇몇 음식점이 보이긴 했지만, 뭔가 모를 느낌이가 '그거 먹을 바엔 그냥 참고 기다렷!' 하고 멱살을 잡아끄는 느낌이라 그냥 웨이팅 행렬에 몸을 맡기기로 했다.


그 와중에 음식점 정면에 보란 듯이 걸어놓은 '백년옥은 純 우리콩만을 고집합니다'라는 현판은 더더욱 우리 가족 발걸음을 그곳에 붙들어 맸다. '예전에 제주 돈가스 맛집 연돈에 갔을 땐 4시간 웨이팅도 참고 기다렸는데 이깟 것쯤이얏!' 하는 오기가 생기면서 한 번 참고 기다려보기로 마음먹게 만든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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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그런데 그렇게 한 20분 남짓 기다렸을까. 백년옥 사장님인지 직원인지 모를 누군가가 문득 나타나더니만 "지금 웨이팅이 너무 길어지고 있으니까 뒷분들은 바로 옆 별관으로 가주세욧!" 하고 외쳤다. 우리 가족은 도대체 이게 뭔 소린가 싶어 멈칫거리고 있었는데, 웨이팅 행렬 뒷쪽에 서있던 눈치 빠른 사람 몇몇이 후다닥 뛰는 걸 보는 순간 그 근처 어딘가 별관이 있는 모양이다 싶어 뒤늦게 뒤를 따라 뛰었다.


사설이 너무 길었는데, 어쨌든 덕분에 백년옥 본관보다는 조금 줄어든 웨이팅 끝에 마침내 별관이라는 곳에 입장할 수가 있었고, 드디어, 마침내 미슐랭가이드에 선정됐다는 이 집 음식을 영접할 수가 있었다. 우리 가족이 주문한 음식은 이 집 시그니처메뉴라는 뚝배기순두부 매운맛과 콩비지찌개, 생흑부두 세 가지. 골고루 맛을 보기 위해 네 식구가 각각 다른 메뉴를 시킬까 잠시 고민했지만, 밀려드는 손님들로 인한 웨이팅을 고려할 때 자칫 잘못하면 어느 한 메뉴가 마냥 늦게 나올 수도 있겠다 싶어 단순화했다. 그만큼 배가 고프기도 했고.


이 중 아내와 두 딸들 몫으로 주문한 뚝배기순두부 매운맛은 한 숟가락 떠먹어본 순간 솔직히 '낫 배드(Not bad)' 정도 느낌이었다. 순두부의 식감이라든가 전체적인 맛은 비교적 괜찮았지만, 아내와 두 딸 세 명이서 같은 메뉴를 시켰음에도 불구하고 그 맛이 각기 다를 정도로 들쭉날쭉이어서 '이거이거 좀 더 웨이팅을 하더라도 본관으로 갔어야 하낫?' 하는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뿐만 아니라 매운맛이라고 주문했건만 세 그릇 모두 매운 맛이라곤 거의 들지 않았다.


차라리 내 몫으로 시킨 콩비지찌개가 훨씬 맛이가 있었다. 처음 봤을 땐 국물만 잔뜩 있는 걸로 착각을 했었는데, 속을 한 번 뒤집어보자 질감이 팍팍 살아있는 콩비지들이 그 영롱한 자태를 뽐내면서 식욕을 자극했다. 그리고 한 입 떠먹는 순간 콩비지 특유의 식감과 질감, 고소한 맛이 입안을 가득 채우면서 '이 집 이거 국산콩만 고집한다더니 비지 맛이 남다르넷!' 하는 만족감이 느껴졌다.


버뜨(but), 본관 음식을 못 먹어봐서 함부로 평가하긴 좀 그렇지만, 별관에서 맛본 백년옥 음식에 대한 전체적인 내 느낌은 '미슐랭은 도대체 뭘 어떻게 본 거야?' 하는 의문이었다. 일반 음식점을 기준으로 삼는다면야 충분히 맛있다고 해도 좋을 정도는 되겠지만, 맛집 오브 맛집을 뽑는 거라면 별관에서 맛본 이 집 음식맛 정도로는 충분치 않다는 판단이 들었기 때문이다. 


비유하자면 소문난 맛집을 찾아갔는데 어설프게 레시피만 전수받은 체인점에서 밥을 먹은 느낌이라고나 할까. 그러하니 만일 서울 예술의전당 쪽에 갈 일이 있고, 가는 김에 미슐랭가이드 맛집이자 이 지역 대표맛집 가운데 하나로 소문난 백년옥에서 밥을 먹을 계획이 있는 분들이라면 꼭, 반드시, 결사적으로 별관이 아닌 본관에서 식사를 하실 걸 강력히 추천드린다. 미슐랭 맛집은 아무래도 그쪽인듯 싶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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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슐랭가이드 선정 맛집으로 유명한 서울 예술의전당 앞 두부전문점 백년옥은 매일 오전 11시부터 밤 9시까지 연중무휴로 영업을 한다. 전용 주차장이 있긴 하나 서울하고도 강남 서초동 특성상 주차공간이 여유로운 편은 아니기 때문에 가급적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게 좋다.




백년옥 앞에 서면 딱 눈에 들어오는 '미슐랭가이드 빕그루망 선정' 맛집이라는 간판이 있다. 이와 관련해 백년옥 소개 시 혹자는 미슐랭가이드 선정 맛집으로, 혹자는 미쉐린가이드 선정 맛집으로 소개하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알고 보면 '미슐랭=미쉐린'으로 같은 곳이다. 미쉐린 타이어로 유명한 이 세계적인 자동차 타이어 전문기업 창업자인 미슐랭 형제가 만들다 보니 두 단어가 뒤섞여 쓰이게 된 것.


1900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만국박람회 당시, 미쉐린 타이어에서는 홍보용으로 고객들에게 도로안내책자를 무료로 나눠줬는데, 프랑스 도로정보와 주유소, 숙박시설 등 정보를 담은 이 책자가 미쉐린가이드 혹은 미슐랭가이드의 시발점이란다. 1922년부터 이 책자에 식당 관련 정보를 싣기 시작했는데, 이것이 인기를 끌자 1926년부터는 별도의 식당 심사팀을 운영해 등급을 매기면서 오랜 세월에 걸쳐 전 세계 맛집 지침서로 명성을 떨치게 된거다. '미쉐린가이드=미슐랭가이드'가 된 이유다. 


'빕그루망 선정'이란 말이 무엇을 의미하는가 고개를 갸웃거리는 사람들도 많을 거다.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는 바와 같이 미슐랭 가이드는 별 1~3개로 식당 등급을 구분하는데, 그 중 별 하나는 그 지역을 방문했을 때 들러볼 가치가 있는 훌륭한 음식점, 별 두 개는 목적지와는 좀 떨어져 있지만 길을 우회해서서라도 방문해 볼만한 훌륭한 음식점, 별 세 개는 오직 이 음식점 방문만을 목적으로 여행을 떠나볼 가치가 있는 훌륭한 음식점을 의미한다. 여기서 빕그루망 선정이란 별 1~3개 범주 안에는 못 들어가지만 유럽 기준 35유로, 서울 기준 45,000원 이하 합리적인 가격으로 충분히 맛볼 수 있는 훌륭한 음식점을 가리킨단다. 참고하시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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