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운수산식당은 전남 완도 소재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섬이라 일컬어지는 청산도 여행을 계획하던 중 백종원의 3대천왕에 소개된 맛집이라는 소개에 혹해 찾아간 곳이다. 지금이야 각종 스캔들이 터져 나오면서 백종원 주가가 폭락에 폭락을 거듭 중이지만, 백종원 스캔들과는 무관하다 할 수 있는 3대천왕 소개 음식점이라는 타이틀은 여전히 맛집을 가늠하는 중요한 지표 가운데 하나이기 때문.
이 청운수산식당이 백종원 3대천왕 맛집이란 소개를 처음 접했을 때 들었던 솔직한 내 심정은 '우리나라 최남단 땅끝동네인 전남 완도군 하고도 다시 거기서 배를 타고 1시간 가까이 들어가야 하는 외진 섬에 자그마치 3대천왕씩에나 선정된 맛집이 있다굿?' 하는 놀람내지는 신기함 그 자체였다. 전혀 기대치도 않았던 곳에서 보물 같은 맛집을 찾아낸 느낌이라고나 할까.
덕분에 여행 첫날, 청산도 대표여행지라 할 수 있는 유채꽃 만발한 서편제길을 둘러보기 무섭게 곧바로 아내 손을 잡아끌고 이곳 청운수산식당을 찾았는데, 그 과정에서 이곳에 대한 기대감을 더더더더 더해주는 작은 해프닝도 하나 벌어졌다. 주차공간이 마땅치 않아 좀 떨어진 해안가 주차장에 차를 세운 뒤 청운수산식당으로 향하는데, 이제 막 식사를 마치고 현관을 나서던 웬 중년여성 한 분이 "이 집 정말 맛있어욧. 꼭 여기 가서 식사하세욧!" 하고 다짜고짜 권해왔던 것.
그러잖아도 그곳을 목적지 삼아 가고 있던 길이라 우리는 "저희도 소문 듣고 거기로 가던 중입니다" 하고 답을 해줬더니만 예의 중년여성 왈 "작은 섬이라 이 동네에서는 음식맛은 별로 기대 안했는데, 이런 맛집이 여기 숨어있을 줄은 정말 몰랐네욧, 호호홋!" 하며 활짝 웃었다. 그 모습을 보아하니 어지간히도 음식이 맛이 있었던 모양이라는 생각이 들어 더더욱 기대감이 커졌다.
여기서 청운수산식당과는 별 관계없는 여담 하나 보태자면 이곳 케이스와는 정반대로 소문난 맛집 앞에 길게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던 중 그 동네 주민인 듯싶은 지나가던 사람 하나가 "이 집 맛 별로던데 왜 이렇게 줄들은 서나 몰랏!" 하고 혀를 끌끌 찼던 적도 있다. 그 말에 나는 일순 '공연히 소문만 요란한 빈깡통 같은 가짜맛집 아냣?' 하는 불안감에 사로잡혔었는데, 막상 음식을 시켜 먹어보니 찐맛집이라는 표현조차 부족할 정도로 찐찐맛집이었더랬다. 사람 입맛이란 건 백인백색 천인천색이라 내 입맛에 맛있다고 다 맛집이 아니고 내 입맛에 아니라고 해서 맛집이 아닌 것도 아니라는 걸 새삼 느낄 수 있었던 에피소드.
각설하고, 그 다소 호들갑스런 중년여성의 추천을 뒤로 한 채 그 길로 음식점에 들어가 자리를 잡고앉아 우리가 주문한 음식은 이 집 시그니처메뉴로 알려진 해초전복비빔밥과 전복톳된장뚝배기. 완도 대표 특산물이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이 지역엔 전복을 재료로 하는 음식들이 유난히 많은데, 청운수산식당 역시 달랑 3개 있는 메뉴 가운데 무려 2개가 전복을 주재료로 한 음식이었을 정도. 뜬금없는 비유긴 하지만 만일 국회였다면 개헌도 가능한 수준의 압도적인 무게요 비중이다.
그 중 백종원 3대천왕 입맛을 저격한 건 바로 해초전복비빔밥. 주변에 산과 들이 많은 내가 사는 전주에선 갖가지 나물류에 소고기 볶은 것 등을 넣어 비빔밥을 만드는데 반해 해산물이 풍부한 이 동네에선 해초류와 전복을 넣어 비빔밥을 만드는 게 특이하다면 좀 특이했는데, 덕분에 그 비주얼도 육지놈들인 우리 눈에 색다르고 낯설게 느껴졌다.
자연 그 맛도 우리가 흔히 먹어온 육지식 비빔밥과는 많이 달랐는데, 좀 과장되고 뭔가 있는 척 하길 좋아하는 먹방 방송국놈들 같았으면 "바다가 한 입 크게 목구멍 속으로 밀려드는 느낌"이라거나 "이 한 그릇 안에 바다가 담겨있는 것같다" 따위 오버스런 표현을 썼을지도 모르겠지만 내 느낌은 그저 '오독오독 씹히는 맛이 재밌는데 더해 해초와 전복에 묻은 바닷맛이 살포시 더해지는' 정도.
솔직히 말해 맛이 있어서 둘이 먹다가 셋이 죽어도 모를 정도로 죽여주게 맛있다 정도까지는 아니지만, 청산도, 혹은 최소 전남 완도쯤은 가줘야 비로소 맛볼 수 있는 별미라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재료만 갖춰진다면야 전국 어디에선들 해초전복비빔밥 정도 음식을 못 하겠는가마는 음식맛이라는 건 재료의 신선도는 물론이요 산지에서만 느낄 수 있는 분위기도 나름 톡톡히 한몫을 하는 법이었다.
우리나라 최남단 땅끝동네인 전남 완도하고도 배로 1시간 여를 더 들어가야만 비로소 만날 수 있는 아름다운 섬 청산도 맛집 청운수산식당은 매일 오전 10시부터 저녁 9시까지 문을 연단다. 대략 청산도로 들어오는 배 시간과 연동되는 거 아닌가 판단되는데, 유채꽃이 한창인 4~5월 외엔 여행객이 그리 많지 않은 섬임을 감안하면 계절별, 요일별로 영업시간이 달라질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방문하고자 하는 분들은 사전에 문의전화를 통해 정확한 영업시간을 확인하는 걸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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