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 조회수가 25만회를 돌파했다

소소잡썰(小笑雜說)

by 글짓는 사진장이


'아랫층 깡패 윗층 웬수(https://brunch.co.kr/@bakilhong66uhji/88)' 글을 처음 올릴 때까지만 해도 이 정도 반향은 생각지도 못했다. 잘 하면 다음 사이트 대문에 '잎새에 이는 바람'처럼 잠시 스치고 지나가는 영광(?) 정도는 누릴 수도 있지 않을까 기대한 정도였다. 글 주제가 나름 사회적으로 핫한 아파트 실내 흡연과 층간소음이었고, 글 내용도 아파트에 사는 사람이라면 많이들 겪어봤을 법한 것들이라 충분히 공감대를 이끌어낼 수 있을 거라 판단됐기 때문이다.


그런데 글을 올린지 불과 2~30분이나 지났나 싶었을 때 갑자기 '조회수가 1000을 돌파했습니다' 하는 브런치 알림이 떴다. 내가 기대했던 대로 글이 대문 근방 어디쯤에서 서성이고 있는 모양이라 생각했다. 그러더니 잠시 후 10~20분 간격으로 조회수 2000, 3000, 4000, 5000을 돌파했다는 알림이 연속해서 떴다. 대문 근방에서 서성이는 수준이 아니라 어딘가 단단히 또아리를 틀고 앉은 모양이었다.



하지만 좀 그러다가 말겠지 생각했다. 앞서 몇 번의 경험을 통해 봤을 때 수많은 글들이 계속해서 올라오는 사이트 특성상 대문에 머무는 시간은 결코 길지 않음을 알고 있어서다. 화무십일홍이라는 말처럼 비록 꽃 피기가 어렵긴 해도 그 꽃이 열흘을 넘기는 일은 그보다 더 어려운 게 현실이었다.


그런데 아니었다. 이쯤이면 꽃이 시들고 질 거라 생각될 정도의 시간이 지났지만, 조회수는 계속해서 올라가고 있었다. 앞서 최고 기록을 찍었던게 1만을 코앞에 둔 9700대에서 멈췄었기에 맥시멈 그 정도를 예상하고 있었는데, 그런 내 생각을 비웃기라도 하듯 '아랫층 깡패 윗층 웬수' 글 조회수는 순식간에 1만을 돌파해 버렸다. 그야말로 무협지에서 흔히 등장하는 '파죽지세'라는 표현이 어울리는 기세였다.


이쯤 되자 나는 '지난 몇 달 간 브런치에 올린 글 70여 편 조회수 총합계가 45000인데, 오늘 하루 조회수가 잘 하면 그 정도까지 올라가는 대형사고가 벌어질 수도 있겠네'라는 생각을 했다. 몇몇 글이 대문 근처를 어슬렁거린 덕분에 조회수 몇 천을 기록한 게 몇 차례 있지만, 전체 조회수는 그닥 괄목할만한 수준은 아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런데 이 역시 아니었다. '아랫층 깡패 윗층 웬수' 글은 순식간에 20000회, 30000회를 넘어 50000회를 돌파해 버렸다. 이쯤 되자 슬쩍 걱정(?)이 생기기 시작했다. 50000회면 대한민국 5000만 인구 중 1000명에 한 명 꼴은 봤다는 얘기니 회사 직원 중 누가 알아보는 건 아닐까 싶어서다. 알아본들 별 상관이야 없었지만, 내가 글 한 편을 올릴 때마다 옆자리의 누군가가 바로바로 아는 척을 해주는 건 그닥 반가운 일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내 걱정은 결국 기우가 아닌 것으로 판명됐다. 조회수가 10만을 돌파할 무렵 같이 일하는 후배 하나가 "어, 이거 선배님이 쓰신 글이네요" 하며 반갑게 아는 척을 해왔기 때문이다. "요즘 층간소음 때문에 스트레스 받는 중이라 제목 보고 열었다가 글이 재밌어서 끝까지 읽었는데, 알고 보니 선배님이 쓴 글이네요" 하는 칭찬까진 좋았지만, 나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그는 막바로 같은 부서 동료들에게 단체카톡을 쏴버리고 말았다. 평소 낯 간지러운 소리를 싫어하는 내 성격을 아는 부서 동료들 배려 덕분에 누구도 그 글에 대해 더 이상 가타부타 말하지 않은 건 그나마 다행이었다. 휴~~~


하루 종일 내 휴대폰 알림을 바쁘게 만들었던 '아랫층 깡패 윗층 웬수' 글은 조회수 15만회를 목전에 두고 이날 하룻동안의 긴 레이스를 종료했다. 한편으론 기쁘고 설레이는 시간들이었지만, 다른 한편으론 들켰다 싶어 가슴을 살짝 졸이게 만드는 쫄깃한 시간들이기도 했다. 그래서 레이스 종료를 확인하는 순간 내 입에선 절로 한숨이 베어져 나왔다.


그러나 웬걸, 이게 끝이 아니었다. 다음날 아침 일어나 휴대폰을 열어보니 밤새 다시 몇 만회나 되는 조회수가 올라가고 있었다. 다음 대문 화면이나 서브 화면을 다 뒤져봐도 어디 있는지 찾기조차 힘들었지만, 조회수는 꾸준히 또 올라가더니만 둘째 날도 9만회가 넘는 천문학적인 조회수를 기록하고야 말았다. 그리고 셋째날인 오늘 역시 예의 '아랫층 깡패 윗층 웬수' 글은 어딘가에 숨어 꾸준히 조회수를 올리더니 25만회를 돌파했다는 알림을 내게 전해왔다. 과거 '네이땡' 포토갤러리에서 내가 올렸던 사진이 오늘의 사진으로 선정돼 대문을 장식하면서 25만회를 찍은 이래 두 번째 역대급 기록이다.


역대급 조회수를 기록한 건 기쁜 일이었지만, '아랫층 깡패 윗층 웬수' 글은 내게 두 가지 큰 과제도 남겼다. 그 어마무지한 조회수 대비 그리 많지 않은 라이킷 수와 다수의 비판적인 댓글들은 독자들과 좀 더 공감할 수 있는 글을 쓸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과제를 내게 안겨줬고, 앞으로 내가 쓸 글들 대다수가 조회수 몇 십내지 몇 백을 넘기는 것조차 쉽지 않을 것이기에 자칫 시류와 인기에 영합하는 방향으로 유혹 당하지 않도록 내 스스로 경계하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는 과제도 안겨줬다.


글을 쓴다는 건 누군가에게 읽히는 걸 전제로 하는 것이기 때문에 조회수와 라이킷 수는 글쓰는 이에게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그에 연연해서 나다움을 잃거나 내가 쓰고 싶은 글이 아닌 시류와 인기에 영합하는 글을 쓰는 건 모든 글쓰는 이들이 경계해야 할 부분이다. 나는 나다울 때, 내 글은 내 글 다울 때 가장 힘을 얻을 수 있고, 지속 가능한 글쓰기도 가능하다고 나는 생각한다. 독자들과 서로 공감할 수 있는 글을 추구하되 꾸준히 내 글을 써나가는 것, 그게 지금 내게 주어진 가장 큰 과제이자 목표라고 나는 생각한다.


답답하리만치 천천히 더디 가더라도 지치지 않고 꾸준히 멀리 가는 것, 그것이 지금 내가 걸어가야 할 나의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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