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요즘 차만 타면 8살 모닝빵군은
"엄마! 초록불 좀 틀어줘!"
NCT Dream의 ISTJ를 틀어달라는 말입니다.
Let's get down! Let's get down!
따라 흥얼거리며 절정을 치닫습니다.
수줍게 고백하건대, 저는 아이돌을 좋아합니다.
마흔이 넘었지만
여전히 그들의 음악에 신이 납니다.
내가 좋아 듣기 시작했던 노래들을
이제 빵남매들도 함께 즐길 수 있게 되었습니다.
나의 취향을 함께 즐길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건
참으로 큰 축복입니다.
가족이라서 행복합니다.
"그런데 왜 초록불이야?
불이 아닐 수도 있고, 다른 색일 수도 있는데?"
모닝빵 군이 말합니다.
"음 내가 좋아하는 자연이 생각나.
자연은 초록색이잖아.
초록색은 상쾌해"
불에 대한 대답은 없지만,
아마 신호등의 초록불이 떠올랐던 걸까요?
GO! 를 외치는 시원한 불빛
미쳐 물어보지는 못했습니다.
글을 쓰며 왜 안 물었지라고 혼잣말을 합니다.
나름 일리 있는 말입니다?
젊음, 꾸미지 않은 순수함, 역동적인 바이브, 밝음,
주변에 생기를 불어넣는
그들만의 희소한 에너지가 있습니다.
유튜브에는 아이돌들의 화려한 공연 무대 외에도
다양한 비하인드 영상들이 올라옵니다.
무대에서의 한 치의 오차도 없는 프로페셔널함은 간데없고
연습실에서 뚝딱거리며 춤을 배우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피식 웃음이 새어 나옵니다.
그들도 사람이다.
이미 완성형인 그들도
배움과 연습을 게을리하지 않습니다.
헬스장 트레드밀에서 기합소리와 시작하는 댄스 연습영상을 힐끔거리며 함께 땀방울을 흘립니다.
#2
아이들은 우연히 NCT의 방송 무대를 한 번 보고는
매료당했습니다.
또 보여달랍니다.
보고 또 보고,
세 번째 요청에
옳다구나! 좋은 건수입니다.
그냥은 흘려들었을 잔소리를 녹여내 보기로 합니다.
연습 영상을 틀어줍니다.
뚝딱거리며 춤을 배우고 연습을 반복합니다.
한 곡에 대한 모든 습득이 끝난 최종 연습 영상을 보고,
마지막으로 화려한 본 무대 영상을 보여줍니다.
빨간 불이 들어온 뒤에야 초록 불이 들어온다며,
바삐 머리를 굴려가며 추임새를 곁들입니다.
발개지도록 제자리에서 연습하고 또 연습해야
상쾌한 초록불이 켜지며 걸림 없이 전진할 수 있다고요.
많은 소셜 미디어들이 인생의 하이라이트만을 보여주기에 아쉬움이 큽니다.
무엇이던
앞선 과정이 있고
후에 결과가 있습니다.
과정이 먼저입니다.
다시 새겨봅니다.
#3
6살 찐빵양이 가만히 있을 리 없습니다.
"엄마! 내거는?"
뉴진스의 'ETA'를 서둘러 재생합니다.
뉴진스의 멤버 중 막내는 2008년생 15살입니다.
일찍 결혼했으면 낳았을 딸 뻘입니다.
잘 먹고 잘 자야 할 나이에
잠은 충분히 자는지,
고봉밥을 먹고도 더 먹어야 할 나이에
밥 한 술 더 얹어줄 누군가가 곁에 있을지,
노래와 춤이 좋아 발을 들인 곳이지만
실력으로 평가되는 엄연한 프로페셔널들의 영역이고
돈으로 움직이는 냉정한 비즈니스의 세계입니다.
어린 나이에 시작한 사회생활이 녹록지 않을 텐데
엄마의 마음으로 응원하게 됩니다.
아마도 그들과 함께 나이 들며,
할미가 되어도 손주들과 함께 여전히 두둠칫 두둠칫 하고 있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