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문화학과는, 다양한 학과간의 융합을 표방하는 '연합전공' 으로 영문학과,경영학과,산업디자인과,컴퓨터공학과 등등 다양한 학과의 학생들이 모여 문화콘텐츠, IT기술 관련 이론을 익히고 실제 프로젝트를 진행해보는 커리큘럼으로 구성되어 있다. 대학생 시절 나에게 큰 영향을 미친 곳이었고, 학과이면서 또한 동아리 같았던 곳이었으며 본전공에서 흥미가 없는 학생들을 모아놓은 '대안학교' 같은 곳이었다. '와, 나보다 (좋은 의미로..)이상한 애들이 짱 많네, 나보다 더 대책없이 사는 애들이 많구나! 나는 이들에 비해 평범하고 무난하군!' 하고 약간의 위로,안심,용기를 줬던 곳.
졸업 이후 몇 번의 기회가 있어 학교에서 특강을 하거나 발표 심사를 맡았었다. 그 때마다 학생들의 질문이나 발표내용을 들으면서 '더 잘 할 수 있을 거 같은데' 하는 아쉬움이 있었고 욕심이 생겼었는데 이번에 기회가 생겨 '인터랙티브스토리텔링' 이라는 3학점짜리 강의를 맡게 되었다. 두근두근 '스타트업 주변부에서 8년 간 어슬렁거려본 경험과 인맥' 을 열심히 갈아 넣었다 ㅎㅎ 매주 반나절은 자리를 비워야 하는 일이었는데 지지해주신 알토스팀에 감사를.
강의의 목표는,
1) 다양한 산업들이 어떻게 성장해왔고 지금은 또 어떤 변화들을 맞이하고 있는지 이해하고(강의)
2) 변화하는 각 분야에서 스타트업들은 어떤 기회를 포착하고 있는지 살펴보고(스타트업특강)
3) 아이디어를 내는 데에 그치지 않고 실제 구체화해보는 과정을 통해 스타트업의 초기단계를 간접적으로 경험해보고 (과제)
4) 실제 스타트업 현장에서 일하는 기회를 가짐으로써 스타트업에서 발생하는 Dynamic을 경험해보는 (인턴기회 제공) 것 이었다.
특히 대표님들께서 바쁘신 와중에 시간 내서 비즈니스 이야기들을 들려주셔서 강의가 더 현장감 넘치고 풍성해졌다. 아래는 주요 커리큘럼들.
- 한국 인터넷의 역사, 그리고 Vonvon 김종화대표님 특강
- 콘텐츠 소비, 유통 양상의 변화 그리고 Spoon 최혁재대표님 특강
- 1인가구의 증가 및 '주거'의 변화, 그리고 집닥 박성민대표님 특강
- 개인화,모바일주도로 변해가는 커머스 환경, 그리고 지그재그 서정훈 대표님 특강
- 뷰티산업의 주요 player들 그리고 트릴리어네어의 송호원대표님 특강
- 푸드테크, 그리고 배달의민족 김봉진 대표님 특강
- 맥주산업과 크래프트비어시장, 그리고 어메이징브루잉컴퍼니 김태경대표님 특강
또한 트레바리 윤수영대표님, 더널리 김수연이사님께서 와주셔서 학생들이 베타테스트를 진행하고 프로토타입을 설계하는데 도움을 주셨다.
중간,기말고사는 '아이디어를 내고, 팀을 구성하여 이를 구체화한 후에 실제 베타테스트를 진행하고 그 결과가 반영된 프로토타입을 만들어보는' 과제로 대체하였다. 베타테스트를 진행해야 하기에 아이디어가 실현 가능한 것이어야 했고, 그러다보니 처음의 아이디어가 완전히 바뀐 팀들이 여럿이었고 실제 돈을 받고 베타테스트 고객을 응대하는 과정에서 재미있는 일들도 많이 생겼었다. 과제결과물 상세소개는 이 글에 기록해두었다.
최종발표 때엔 직방 안성우대표님, 쿠팡 정상엽실장님, 그리고 알토스의 오문석님이 심사위원으로 참여해주셨다. 나의 부족함을 메꾸기 위해 그야말로 인맥을 총동원해서 갈아넣은 강의.. 라고 할 수 있겠다. 학생들의 결과물이 예상한 수준보다 훨씬 좋았고 한 것도 없으면서 괜히 내가 다 뿌듯했다.
개인적으로 스타트업에서 인턴해보는 경험은 모든 대학생들이 꼭 한 번은 해봤으면 하는 것이었기에, 강의 내내 그 부분을 강조했고 총 45명의 학생들 중 25%가 특강오신 회사들에 인턴으로 채용되어 이번 겨울방학 때 일을 하게 되었다. 다음 학기에는 50% 의 학생들이 여름방학 인턴을 할 수 있었으면!
요즘 20대 친구들은 어떻게 생활하는지 궁금했고, 또한 항상 감사함을 가지고 있던 정보문화학과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면 좋겠다고 생각해서 시작했었다. 더 솔직하게는 똑똑한 학생들이 알토스가 투자한 회사들에 인턴을 하고, 이후 사회생활을 해나가면서 다시금 스타트업에서 일하거나 직접 창업할 수도 있으니 미리미리 똑똑한 친구들과 친하게 지내면 우리에게 다 도움이 되겠군 하는 기대도 컸다 ㅎ
그런데 실제로 이런 목적들을 뛰어넘어서 내가 참 많이 배웠다. 강의를 준비하고 학생들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배우는 것이 많았다. 가르칠 때에 가장 많이 배운다는 말은 사실이었던 거다!
매주 반나절씩 자리를 비우고 주말에 강의준비를 해야할 정도의 보람&가치가 있을까 하는 망설임이 있었는데, 기대했던 것보다 좋은 결과들을 얻은 것 같아서 다행이다.
그래서 2018년 1학기엔 '인터넷과 지식기술' 강의를 맡습니다. 유사한 포맷, 그러나 또 다른 커리큘럼으로 진행할 예정이니 특히 스타트업에서 인턴/정직원으로 일해보거나 직접 창업해보고 싶은 생각이 있다, 하는 학생들에게는 매우 유익한 강의가 될 것입니다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