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편] 균열의 문장ㅣ11장. SNS 거짓

완벽한 필터

by 한서

아이가 세 돌이 됐다.


생일 파티를 했다.


우리 집에서. 작게.


친구들 몇 명, 엄마, 언니 가족.


준서는 늦게 왔다.


“미팅 늦어져서.”


변명 같은 게 아니었다. 그냥 사실을 말하는 것처럼.


나는 아라다.


번역가. 아이 엄마. 건축가의 아내.


겉으로 보면 다 있다.


하지만 속은 텅 비었다.


생일 파티.


케이크를 준비했다.


촛불 세 개.


아이가 불었다.


사람들이 박수쳤다.


“사진 찍어요!”


엄마가 말했다.


나는 아이를 안았다.


준서가 옆에 섰다.


“준서야, 좀 더 가까이.”


엄마가 말했다.


준서는 내 어깨에 손을 올렸다.


찰칵.


사진이 찍혔다.


“예쁘다! 다들 행복해 보여.”


엄마가 웃었다.


나도 웃었다.


준서도 웃었다.


사진 속에서만.


파티가 끝났다.


사람들이 돌아갔다.


준서는 서재로 들어갔다.


“작업해야 돼.”


문 닫는 소리.


나는 아이를 재웠다.


설거지를 했다.


거실을 정리했다.


혼자.


밤 열한 시.


아이는 잤다.


준서는 여전히 서재에 있었다.


나는 소파에 앉았다.


핸드폰을 꺼냈다.


오늘 찍은 사진들을 봤다.


케이크 앞의 아이.


웃고 있는 나.


어깨에 손을 올린 준서.


행복한 가족.


나는 사진을 골랐다.


제일 잘 나온 것.


인스타그램을 열었다.


사진을 올렸다.


캡션을 썼다.


“우리 아기 세 돌� 건강하게 자라줘서 고마워. 사랑해�”


올렸다.


댓글이 달리기 시작했다.


“축하해요!”


“아기 너무 예쁘네요.”


“행복한 가족이에요.”


“남편분이랑 잘 어울리세요.”


“건축가 남편 부러워요.”


나는 댓글을 읽었다.


하나하나.


그리고 답했다.


“감사해요�”


“복받은 거죠❤️”


“행복해요�”


거짓말이었다.


하지만 쓰고 나니 조금 진짜 같았다.


다음 날.


아이를 어린이집에 데려다줬다.


혼자 집에 돌아왔다.


준서는 이미 나갔다.


“미팅 있어.”


아침에 그렇게 말하고 나갔다.


나는 노트북 앞에 앉았다.


번역 원고.


마감은 일주일 후.


하지만 집중이 안 됐다.


핸드폰을 봤다.


어젯밤 올린 사진.


좋아요 237개.


댓글 45개.


나는 댓글을 다시 읽었다.


“행복해 보여요.”


행복해 보여요.


나는 웃었다.


쓴웃음.


점심.


은서에게서 전화가 왔다.


“아라야, 시간 돼?”


“응.”


“점심 같이 먹을래?”


“좋아.”


“그럼 우리 동네에서. 한 시?”


“응.”


레스토랑.


은서는 먼저 와 있었다.


“언니.”


나는 그녀를 안았다.


“잘 지냈어?”


“응. 너는?”


“그냥 그래.”


우리는 앉았다.


주문했다.


파스타, 샐러드.


“어제 생일이었지? 인스타 봤어.”


은서가 말했다.


“응. 생일 파티 했어.”


“사진 예쁘더라. 준서랑 같이 찍은 거.”


“응.”


나는 짧게 대답했다.


은서는 나를 봤다.


“아라야.”


“응.”


“너 요즘 어때?”


“뭐가?”


“그냥. 너.”


나는 포크로 파스타를 돌렸다.


“괜찮아.”


“진짜?”


은서가 물었다.


나는 그녀를 봤다.


“왜 그래?”


“그냥. 인스타 보면 너무 행복해 보여서.”


은서가 말했다.


“근데 너 얼굴 보니까 아닌 것 같아서.”


나는 멈췄다.


“뭐가 아닌데?”


“행복하지 않은 것 같아서.”


침묵이 흘렀다.


나는 와인을 마셨다.


“준서랑 어때?”


은서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냥 그래.”


“그냥 그렇다는 게 뭐야?”


“그냥…”


나는 말했다.


“끝났어. 오래전에.”


은서는 놀라지 않았다.


“알았어.”


그녀가 말했다.


“인스타 보면서.”


“뭘 알았는데?”


“너무 행복해 보이잖아. 너무.”


은서가 말했다.


“진짜 행복한 사람은 저렇게까지 안 올려.”


나는 웃었다.


“그래?”


“응. 진짜 행복하면 굳이 증명할 필요 없잖아.”


은서가 말했다.


“근데 너는 증명하고 싶어 하는 것 같아. 스스로한테.”


나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왜냐하면 맞는 말이었으니까.


“왜 계속 있어?”


은서가 물었다.


“뭐?”


“준서랑. 끝났으면 왜 계속 있어?”


나는 와인 잔을 내려놓았다.


“아이 때문.”


“그것만?”


“그리고…”


나는 말했다.


“무서워.”


“뭐가?”


“혼자가.”


나는 솔직하게 말했다.


“지금도 혼자지만, 그래도 겉으로는 아니잖아. 사람들이 보기에는.”


“그게 중요해?”


“응.”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중요해. 나한테는.”


은서는 나를 봤다.


판단하지 않는 눈빛.


“아라야.”


“응.”


“너 행복하고 싶어?”


“당연하지.”


“그럼 이건 아니야.”


은서가 말했다.


“인스타에 행복한 척하는 거. 댓글 읽으면서 믿으려고 하는 거. 이건 행복이 아니야.”


“알아.”


나는 말했다.


“나도 알아. 근데…”


“근데?”


“이게 내가 할 수 있는 전부야.”


나는 눈물이 났다.


“진짜 행복은 못 해. 그러니까 가짜라도 하는 거야. 사진 속에서라도.”


은서가 내 손을 잡았다.


“아라야.”


“응.”


“너 지금 너무 외로운 거 아니야?”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응. 외로워.”


“준서는?”


“관심 없어. 나한테.”


“아이는?”


“아이는 아직 어려. 나한테 의지하는 존재지, 같이 있어주는 존재는 아니야.”


나는 눈물을 닦았다.


“그래서 인스타 하는 거야. 댓글 읽으면 조금 덜 외로워.”


우리는 오래 앉아 있었다.


이야기를 나눴다.


준서 이야기.


아이 이야기.


외로움 이야기.


“준서는 요즘 뭐 해?”


은서가 물었다.


“작업. 프로젝트.”


“잘 돼?”


“아니. 예전만큼은.”


나는 말했다.


“상 받았을 때만큼 주목받지 못하니까 힘들어해.”


“너한테 짜증 내?”


“가끔. 아이 울면. 내가 뭐 부탁하면.”


“그래도 계속 있을 거야?”


은서가 물었다.


나는 잠시 생각했다.


“응.”


“왜?”


“왜냐하면…”


나는 말했다.


“끝내면 진짜 끝이잖아. 근데 이렇게 있으면, 아직 끝난 게 아니잖아. 애매하게.”


“애매한 게 좋아?”


“확실한 것보다는.”


나는 솔직하게 말했다.


“확실하게 끝나면 나는 그냥 싱글맘이 되는 거잖아. 근데 이렇게 있으면 나는 ‘건축가의 아내’야. ‘젊은 건축가상 받은 남편’이 있는.”


은서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해해.”


“정말?”


“응. 나도 비슷해.”


은서가 말했다.


“나도 뭔가에 기대고 싶어. 타이틀이든, 관계든.”


“언니는 뭐에 기대?”


“도현.”


은서가 말했다.


“예순 살 넘은 유부남. 근데 나 그거 없으면 못 살 것 같아.”


나는 은서를 봤다.


“그게 사랑이야?”


“잘 모르겠어. 사랑인지, 중독인지, 아니면 그냥 외로움을 못 견디는 건지.”


은서가 말했다.


“근데 멈출 수가 없어.”


“나도.”


내가 말했다.


“나도 멈출 수가 없어. 이 관계. 끝났지만 끝내지 못하는 거.”


우리는 헤어졌다.


레스토랑 앞에서.


“조심히 들어가.”


“언니도.”


“또 만나자.”


“응.”


나는 집으로 걸어갔다.


아이를 데리러 가기 전에.


핸드폰을 봤다.


어젯밤 올린 사진.


좋아요 289개.


댓글 58개.


새로 달린 댓글을 읽었다.


“정말 행복해 보여요. 부러워요.”


나는 그 댓글을 봤다.


부러워요.


나는 웃었다.


뭐가 부러운 거지.


끝난 관계?


관심 없는 남편?


혼자 키우는 아이?


하지만 나는 답글을 달았다.


“감사해요. 행복해요�”


집에 도착했다.


준서는 아직 안 왔다.


나는 소파에 앉았다.


핸드폰을 봤다.


인스타그램을 열었다.


피드를 봤다.


다른 사람들의 행복한 사진들.


커플 사진.


가족 사진.


예쁜 음식.


여행.


다들 행복해 보였다.


나처럼.


거짓말일까.


진짜일까.


나는 알 수 없었다.


아이를 데리러 갔다.


어린이집.


“엄마!”


아이가 뛰어왔다.


나는 아이를 안았다.


“잘 놀았어?”


“응!”


“뭐 했어?”


“그림 그렸어!”


아이는 그림을 보여줬다.


엄마, 아빠, 아기.


손을 잡고 있는.


“예쁘다.”


내가 말했다.


“우리 가족이야!”


아이가 웃었다.


나는 그 그림을 봤다.


우리 가족.


손을 잡고 있는.


아이의 상상 속에서만


집에 와서.


저녁을 준비했다.


아이랑 먹었다.


준서는 여덟 시에 들어왔다.


“왔어.”


“응.”


“저녁은?”


“먹었어.”


준서는 서재로 갔다.


문 닫는 소리.


나는 아이를 씻겼다.


재웠다.


혼자 TV를 봤다.


밤 열한 시.


나는 핸드폰을 봤다.


인스타그램을 열었다.


새 사진을 올릴까 생각했다.


아이가 그린 그림.


“우리 가족”


하지만 올리지 않았다.


왜냐하면 그건 너무 슬퍼 보일 것 같아서.


아이의 상상.


현실이 아닌.


대신 다른 사진을 올렸다.


오늘 점심에 먹은 파스타.


“오늘의 점심�”


좋아요가 눌리기 시작했다.


댓글이 달렸다.


“맛있어 보여요!”


“어디예요?”


나는 답글을 달았다.


“○○ 레스토랑이요. 추천해요�”


나는 핸드폰을 내려놓았다.


천장을 봤다.


이게 내 삶이다.


끝난 관계.


관심 없는 남편.


혼자 키우는 아이.


그리고 인스타그램에 올리는 거짓말.


“행복해요.”


나는 눈을 감았다.


거짓말은 아니었다.


나는 정말로, 이것이 행복이라고 믿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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