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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끄로 Feb 13. 2024

여름궁전으로의 모험

상트페테르부르크

솜에게


 오늘은 날씨가 좋다! 하늘이 우리가 여름궁전에 가는 걸 아나봐. 상트페테르부르크에 도착한 후 비가 오지 않은 날이 없었는데, 간만에 파란하늘을 보니 너무 신기하다. 여름궁전은 우리가 있는 시내에서 많이 떨어져 있어서 버스를 타고 한참을 가야했어. 서울에서 경기도 가는 느낌이랄까. 우리 둘다 핸드폰이 잘안돼서 맞는 버스를 탔는지 의심스러웠지만, 확신에 찬 너를 믿고 졸았어. 간만에 날이 따뜻해서 그런지 노곤하더라. 그러다 사람들이 많이 내리길래 따라 내렸어. 좀 걸어가니 여름궁전스러운 넓은 정원이 보이더라. 도착했군!

 정원은 아름다웠어. 화려한 꽃들은 없었지만, 잔디밭이 인상적이었지. 원, 원뿔, 직육면체 등 기하학 모습의 풀들이 여름궁전을 중심으로 대칭을 이루고 있어. 궁전의 외벽 색이 파스텔 옐로우라서 초록색과 대비되고 있어. 잘 어울리는 것 같아. 오히려 화려한 꽃이 뒤덮었다면 궁전의 존재감이 미미해졌을 듯 해. 그래서 인지 분수도 화려하지 않았어. 반면에 여름궁전 안에 있는 분수는 강렬했지. 이 곳의 정원은 기승전결의 ‘기’인 듯 해. 예고편 느낌이야.


 확실히 상트의 다른 곳과는 분위기가 달라. 날씨가 좋아서 일까? 평화롭고 아름다워. 우리는 서로의 사진을 잔뜩 찍다가, 안으로 들어갔어. 입장권이 생각보다 비싸서 궁전의 내부는 패스하고, 정원만 보는걸로 했지. ‘승’을 패스한건 조금 아쉽긴 했지만, 예르미타주 박물관이랑 별 차이 없을거라 생각해.

 궁전 내부의 분수는 정말 화려했어. 기승전결의 ‘전’ 같아. 동상들은 금색이야. (도금이겠지?)  분수에서 나오는 물은 강으로 흘러들어가. 그 물길을 따라서 만들어진 두개의 숲이 대칭을 이뤄. 이 조경들은 중앙으로 시선을 모아서 여름궁전의 힘을 극대화 시키지. 몇백년전 이 건물을 사용한 사람들의 모습이 보이는 것 같기도 해. 너도 느꼈다 싶이 여름궁전의 외부는 조경의 역할이 8할이라, 분수와 나무가 없으면 정말 초라할 것같아. 와보니 왜 여름궁전인지 알겠다. 한편으로는 겨울 모습도 궁금해. 알몸 상태의 여름궁전의 모습은 어떨라나.

 여름궁전의 기승전결 중 전을 지나 ‘결’로 향했어. 결말에서 보는 여름궁전의 모습은 더 아름다웠어. 디즈니영화가 끝날 때 성의 전체 모습을 비추는 느낌이야. 교수님들이 건축물의 전이공간, 건축물의 스토리 어쩌구 저쩌구 라고 한말이 뭔지 오늘은 좀 알것 같아. 여름궁전을 걸었을 뿐인데 영화를 본 것같은 느낌 이랄까. 궁전가는거 정말 재밌다. 앞으로 궁전들을 더 많이 가봐야겠어! 당대 최고의 기술자들이 지은 건축물이라서 그런가봐.


 숙소에 갈때는 페리를 탔어. 불분명한 버스를 타고 여름궁전으로 향하는 시작부터, 궁전을 탐험한 후 페리를 타고 원래 있던 숙소로 돌아가는 결말까지. 모험이야기 속 주인공이 된 기분이야. 페리가 도착한 곳은 숙소 근처 강이었어. 찾아갈땐 막막하고 불안했는데 돌아오는건 정말 쉬웠어.


 누가 그러더라, 여행은 원래의 나로 돌아가는 과정이라고. 「오디세우스」나 「반지의 제왕」 처럼. 오늘의 짧은 여정도 그랬어. 우리의 1달간의 유럽여행도 그럴까? 벌써 여행의 절반이 지났네. 3일뒤부터 우린 각자의 여행지로 흩어져. 3주뒤 한국에서 너와 다시 만나 지금을 추억할 날이 기다려져. 원래의 우리가 있던 곳으로 돌아갔겠지만, 과연 이전의 우리와 같을까? 시간날 때 「오디세우스」와 「반지의 제왕」 을 읽어봐야겠어.    

ps. 우리가 상트 시내에 도착하니까 또 구름이 꼈네. 내일이면 프라하로 떠나는데, 끝까지 이러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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