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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니버 Aug 26. 2017

8주간의 인턴일기

#여덟째 주, 그 마지막 여정

 아무래도 여운이 채 가시기 전에 글을 쓰고 자야겠다.


 8주동안 쉼 없이 달려온 인턴여정이 드디어 막을 내렸다. 길고도 짧은 한여름밤의 꿈만 같았던 두 달이었다.

 마냥 좋지도 마냥 슬프지도 않다고 하는 게 가장 적확한 표현인 것 같다. 그래도 '시원하다','서운하다','시원하다','서운하다' 를 되뇌어가며 뜯어낸 잎의 가장 마지막에 남는 이파리는, 아마도 '서운하다'일 것이다.


 나는 마지막을 준비하는 과정까지도 참 서툴렀다. 잠깐 들렸다가 가는 손님이라고 스스로 생각했던 탓인지 다른 직원분들도 그럴 것이라고 감히 짐작했다. 하지만 그들은 최선을 다해 수고했다고 격려해주셨고, 진심을 다해 남은 시간들 부디 좋은 꿈꾸며 살아가라고 응원해주셨다.

좋은 꿈을 꾸며 살아가라며, 잠옷을 선물해주셨다.

 나는 평소에 눈물이 많지만, 오늘은 어쩐지 북받쳐오르는 감정에 어찌해야할 지 몰라 그저 웃을 수밖에 없었다. 그냥 늘 그랬듯 마지막까지 웃을 수밖에 없었다. 무더운 여름날 과분한 사랑을 받았고, 평생 살아가면서 잊지 못할 인연들을 새겨두었다. 받기만 하며 살아온 삶에 주는 법을 알려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린다. 내 업무는 '주는 법을 배우는 일'이었을지도 모르겠다.


 서울역, 출퇴근길마다 따듯한 삶의 향기를 선사해준 'DINING BOX' 의 모카번, 환승통로에서 교통관리 해주시던 아저씨, 눅눅하게 비가 올 때면 남산 턱 밑까지 짙게, 그리고 차분하게 깔리던 운무까지. 많은 것들이 그리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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