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 나는
나는 적당히 공부해 그에 맞는 적당한 성적을 받아, 적당한 대학에 들어갔다. 적당한 취미생활을 가지고 있고 적당한 행복을 느끼며 그렇게, 늘 적당하게 살아왔다.
특별히 잘난 점 없고 특별히 못난 점도 없다. 그래서 중간에 서있음을 스스로 너무도 잘 알기에 삶에 욕심을 부려보았다. 조금 더 잘나고 싶었기에, 조금 더 높은 곳을 바라보고 싶었기에. 지금의 나로는 만족이 되지 않기에.
'너는 왜 이리 맨날 바빠?'라는 말을 친구들에게 종종 듣곤 한다. 그 말에 나는 그냥 옅은 미소를 보인다. '어디로 가는지 어디로 갈지도 모르겠지만 아직 갈 길은 머니까'라고 속으로 뇌까려본다.
그렇게 삶에 욕심을 내다보니,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도 지치는 순간이 자주 찾아온다. 그 때마다 '좋아서 하는 건데 이정도는 각오했어야지'라는 말 한마디에 변명거리 하나 만들어놓지 못했음에, 기댈만한 공간 하나 마련해놓지 못했음에 깊은 우울의 늪에 빠지곤 한다. 그리고 지나치게 예민해져 주변 사람들에게 쓸데없이 까칠함을 부리는 등 이래저래 에너지 소모가 참 많아 삶에 대한 열망까지 고갈되곤 한다.
그래서 이제는 지금의 애매한 나를 견뎌볼 생각이다. 처음부터 내것이 아니었던 것을 구태여 내 것으로 만들려고 하지 않을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