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ames Gray(2008) / 지금 사랑하고 있나요
사랑에 대해 이야기하는 영화는 많지만,
내가 경험한 사랑을 떠올릴 수 있어야
비로소 그 영화가 더 크게 다가오는 법이다.
사랑에 아파하고 인생이 송두리째 흔들렸었다면
이 영화를 추천하고 싶다.
영화는 두 명의 인물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진행된다.
약혼자에게 파혼당하고 자해를 일삼는 레너드.
사랑이란 이름으로 가정이 있는 남자를 만나는 미셸.
그런 미셸을 다시 사랑하게 된 레너드.
두 사람 모두 어느 것 하나 온전하지 못하다.
한 쪽은 사랑을 쏟아붓고 싶고,
한 쪽은 안전하게 사랑을 받고 싶다.
문제는 두 사람 모두,
돌려 받을 수 없는 존재에게 사랑을 갈망을 한다.
유부남 로널드에 대해 푸념하는 미셸에게
마음을 표현했지만 거절을 당한다.
내가 사랑받지 못한다는 것을 깨달은 순간
나를 사랑해줄 사람을 찾는다.
그는 이미 돌려받지 못할 사랑에 다쳤다.
다시 누군가를 겁 없이 사랑한다는 것에
방어기제를 찾고 싶었을 것이다.
상처를 통해 성장을 한다고 하지만
내가 감당치 못할 상처의 고통은
때때로 사람을 점점 더 옹졸하게 만든다.
더 이상 미셸을 만나지 않겠다고
다짐하며 내린 블라인드는
너무도 가벼운 가리개라
사소한 바람에도 쉽게 걷혀버렸다.
진심으로 나를 아껴주는 산드라도
내가 사랑하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
마음이라는 것이 그래서 참 답답하고 서글프다.
기회가 왔다고 생각되었을 때
마음을 고백하는 레너드가 절절하다.
그와 상반된 미셸의 표정은 참 솔직하다.
혼란스러운 마음과 자기 사랑에 대한 고통을
레너드에게 쏟아낼 수는 있지만
레너드의 진심이나 마음을
이해할 여력도 믿음도 없어 보인다.
그 사람을 이해해서 사랑한다기보다는
너무도 사랑해서 모든 것이 이해가 되는 것이다.
'나는 너를 이해해'라는 그 말이
누군가에게는 '나는 너를 진심으로 사랑하고 있어'
보다 더 깊은 의미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 사람을 생각하고 또 생각하고
그러다 보면 그의 행동의 이유마저 이해하고 싶고
모든 것이 다 이해가 되는 것처럼 느껴진다.
그것은 아마 사랑이라고 감히 생각한다.
'나는 너를 이해해'
이 말만큼 신뢰가 가지 못하면서
감동적인 말이 또 존재할까
이후의 미셸은 정말 로널드와 행복할 수 있을까
죽을 것만 같던 사랑의 아픔에서
두 번이나 살아돌아온 레너드는
앞으로는 산드라를 사랑할 수 있을까
모든 것이 미지수다.
우리는 누군가에게 레너드고 미셸이다
무엇도 사랑을 앞에 마주하면 단언할 수 없다.
이 지겨운 미련들 속에서
돌고 도는 것이 삶이고 사랑이라면
아마 우리는 쉽게 변하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