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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약 Jan 17. 2022

0원으로 리셋

자 이제 시작이야

결혼을 하고, 지금까지 번 돈을 모두 공동자금으로 내놓았다. 보통 일정 금액을 남겨놓고 공동자금을 만드는 게 좋다지만, 나는 다 주고 나서 개인자산을 0원으로 만들었다. 대신 평생 먹여 살려야 한다는 무지막지한 미션을 줬다. 이 금액으로 평생..? 꽤나 불합리하긴 하지만 그는 흔쾌히 수락했다. 사실은 마침 30살 1월에 직장도 가지지 않은, 그리고 않을 내가 무자본으로 내가 어디까지 일어설 수 있을까, 궁금했기 때문이다.   


20대 내내 애써서 동동거리며 만든 귀여운 자산이 사라지고 다시 태초의 내가 되었다. 불안하거나 무섭다기보다는 올해 끝자락의 내가 어떻게 변해있을지 기대되고 궁금하다. 어느 정도 스스로를 믿기 때문에 나는 감정이겠지만. 올해 사업을 창업하던지, 운영하는 것도 욕심이 난다. 또 많~이 벌어서 내 차와 그의 차를 전기차 혹은 suv로 바꾸고 싶다. 과정은 아마도 라이브로 모두 글로 남을 것이다.  


암만 프리랜서라 한들, 공공사업에 많이 껴있던 내게 3월까지는 혹독한 비수기다. 작년 봄까지만 해도 퇴근을 하고 강의를 가곤 했는데, 오늘 올해 첫 강의를 다녀오고 나서는, 오랜만에 밥값 했다는 뿌듯함이 올라왔다. 사람은 상황이 만든다고 이제는 재밌게 노닐 수 있는 정도로 뭔가를 진행할 수 없다. 난 특이체질이라 노는 것도 이제 못하겠고, 마침 생산적인 일에 몸에 근질거리던 찰나였다.


올해부터 가계부를 쓰기 시작했다. 이제는 월에 나가는 고정비만 해도 꽤 될 것 같은데, 명확히 얼마쯤인지 파악이 되지 않는다. 30대 10년을 꾸준히 쓰다 보면, 아마도 대충 그냥 나가는 돈은 없을 듯하다. 주말마다 가계부를 정리하는데, 정말 내가 생각보다 돈을 많이 써서 매주 놀란다. 현대사회에서 현대인이 아무리 아끼고 산대도, 기본적으로 생활에 필요한 금액이 이렇게 많을 줄이야.


도대체, 무엇으로 어떻게 앞으로 벌어야 할까? 일단 절대로 하기 싫은 몇 가지가 있다. 첫째는 출퇴근하는 것이다. 9-6 근무를 하면서 매일 시간이 아까웠다. 실무는 9-6 x 주 5일로 주어지지 않는다. 남는 시간을 흘려보내는 것이 스스로 용납되지 않았다. 둘째는 누구 밑에서 맞춰주며 일하는 것이다. 난 리더로 태어났고, 누구 밑에서 일 못한다. 대신 함께라는 단어는 아주 좋아한다. 동등한 함께라면 언제든 환영이다.


일단은 이 두 가지를 제하고 생각해보기로 했다. 문화기획자는 모두 그렇겠지만 평소 문제 해결 자체를 좋아하는 편이라, 그저 이런 고민을 하는 것도 즐겁다. 호기심이 많고 그에 따른 공부를 좋아해서, 이런 시도를 하는 것 자체만으로 다양한 세상의 면모를 만날 수 있을 것 같기도 하다. 일단은 이런저런 시도를 하고, 투명한 후기를 글로 꾸준히 남겨보려 한다. 수없이 길이 바뀌겠지만, 그 과정도 꽤나 재밌을 듯하다.


먼저 예상해보자면, 올해는 수업이 많이 늘어날 것 같다. 첫째로 하던 미술수업은 그대로 늘 듯하고, 전공인 한국어 교육도 할 수 있게 되지 않을까 한다. 그리고 영상이나 그 외의 강의들이 조금 생길 것 같다. 시간을 잘 맞춰 하루에 3-4개의 강의를 하게 된다면, 꽤나 재밌고 흡족한 페이가 될 듯하다. 하지만 강의를 준비하는데 시간이 꽤 걸리기 때문에, 이왕이면 고생하더라도, 몰아서 일주일에 하루나 이틀 정도만 하고 싶다. 


두 번째로는 웹으로 하는 부업들이 생길 것이다. 웹으로 할 수 있는 외주는 내가 언제나 관심이 많기도 하고, 파이프라인을 늘리려고 호시탐탐 간을 보고 있다. 지금까지는 디자인이나 영상, 드로잉 정도만 했는데 올해는 고민상담이나 타로류도 더하면 재밌을 듯하다. 그리고 사실은 글로 돈을 벌기를 매우 원하고 있다. 돈을 받는다는 것은 사람을 긴장하게 하고 실력을 꽤나 늘게 하기 때문에, 글로 기회가 오면 참 좋겠다.


세 번째로는 자체 콘텐츠들이 생겨날 것이다. 현재 이모티콘과 캐릭터 스터디도 하고 있고, 올해 쭉 쓰다 보면 블로그나 브런치의 글들도 꽤나 늘게 될 것이다. 영상도 짧게나마 해볼까 하고 오프라인에서 작품도 꾸준히 그리고 있다. 지금이야 뭐 별로 보는 사람이 없지만, 콘텐츠가 쌓이고 누적되다 보면 나만의 콘셉트도 만들어지고 그 내에서 다양한 시도들도 해보지 않을까 싶다. 작가는 오랜 꿈이었기에, 사실은 가장 능력이 욕심나는 분야다.


네 번째로는 사업을 하게 될 것이다. 사업하고 싶다는 생각이 늘 마음 한편에 있기도 했고, 늘 하면 정말 잘하겠다는 소리를 듣기도 했다. 무엇보다 나는 끔찍한 이상주의 잔데, 꼭 한 번쯤은 사업을 해야 시장을 보는 눈이 생기게 된다. 내가 잘 모르는 돈의 유속을 경험해보려면 사업이라는 요트를 타야만 한다. 일단은 3월 이후, 굵직한 이벤트들이 끝나고 나서 시작할 예정이지만, 내가 브랜딩 한 일을 목표로 미친 듯이 달려보는 경험을 너무나 원한다. 그러니까 나는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온전히 내가 세팅한 무언가를 원한다. 


다섯 번째로는 그 외 기회가 많을 것이다. 인복도 좋고 나를 탐내는 사람들도 많아서, 그 외 기회가 분명 많을 것이다. 종류로는 농어촌 쪽일 수도 있고, 문화기획일 수도 있고, 시민운동일 수도 있다. 사실 바람만 탄다면, 그 외에도 수많은 기회가 쏟아져 내려올 듯싶다. 일은 늘 하지 않으면 너무 무료하고, 막상 시작하면 너무 많아서 날 피곤하게 한다. 하면 하기 싫고, 하지 않으면 또 하고 싶은 모순의 굴레. 대체 왜 그러는 걸까?


일단 지금 같은 월초에는 웹 부업을 홍보하면서, 자체 콘텐츠를 만들기 위한 능력을 키우는 것이 우선이다. 그러면서 그 외의 기회를 위해 실속 있는 미팅을 하면서 올해 하고 싶은 것을 명확히 알리는 것이 중요하지 않을까. 내가 프리랜서를 알아야 사람들이 필요할 때 연락을 하든지 말든지 하겠지. 그러니까 기쁜 마음으로 몇 안 되는 일들을 열심히 아카이빙하고 기록하는 것이 필요하다. 누군가 추후에 또 볼 수 있도록.


일단 앞으로의 10년은 절대 남말대로 살지 않고, 내가 하고 싶은 가치들을 향해서 이것도 저것도 해보기로 결심했다. 이거 저거 해보다 보면 또 다른 길로 발을 내딛을 수도 있고, 사업을 하더라도 여러 직종을 거칠 수도 있다. 그럼에도 나는 내게 주어진 삶을 주체적으로, 최대한 생생하게 살아보고 싶다. 그리고 스스로 충분히 미래를 준비할 수 있다는 자신감도 있다. 자산이 리셋된 백수는 이렇게 한 걸음을 앞으로 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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