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박약 Feb 22. 2022

4층에서 계단으로 셀프 이사하기

이사하고 나니 보이는 꿀 팁 

가구를 다 구매하고 나서 얼추 배송일을 받았다. 제일 급한 냉장고, 워시 타워는 이사일에 맞춰 들어온다고 했다. 우리는 지인이 오픈점에서 근무해서 개장 시기에 얼추 맞춰 이사 일보다 일주일 정도 일찍 가서 구매했는데, 당연히 모든 선택은 미리 할수록 좋다. 3개월 만에 결혼과 신혼집을 바짝 준비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따지면 결혼식 예약만 걸어두고, 한 달 정도는 신혼집에만 집중했다.



새 아파트로 들어가서 입주청소가 필요했다. 인건비가 들어가는 가능한 부분은 웬만하면 직접 하려고 했지만, 새 아파트의 입주청소는 미세한 가루들이 많고 해서 업체를 썼다. 최근 이사한 지인이 괜찮게 했다는 곳을 소개받아서 했고 아마 가격은 다들 비슷한 듯했다. 우리는 기본 입주청소만 했지만, 비염이나 아이가 있는 집은 돈을 더 주고 새집증후군 청소까지 같이 한다고 했다. 이는 안 했지만 현재 사는데 냄새나 불편함은 전혀 없다.




입주청소를 마치고, 3일에 거쳐서 내 집에서 셀프 이사를 했다. 내 집이긴 했지만 택이 회사와 걸어서 10분 거리라 택이 짐도 꽤나 많았다. 엘리베이터가 없는 빌라 4층에서 현재 아파트까지 짐을 싸고, 자차를 이용해서 이사를 했다. 자취에서 신혼집을 가는 거라서, 웬만한 가구나 가전들은 기부하거나, 전부 두고 왔다. 이삿짐센터를 알아보니 80만 원 정도가 들어서 한 일이었는데, 정말 힘들었다. 차로 약 15분 거리에 내 차는 벤이기에 짐을 옮기기엔 최적이기도 했다.




몇 가지 셀프 이사 팁을 주자면, 첫째로는 당근 마켓의 활용성이다. 근처에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면서 입주 철이라 이사 박스가 잘 나왔다. 우리도 한 번 사용한 이사 박스 11개를 2만 원에 구매할 수 있었다. 계단이 있는 곳에서 셀프 이사를 하면, 정말 들기가 어려우니 이왕이면 작은 박스로 여러 번 움직이는 것을 권한다. 짐을 정리하다 보면 버릴게 꽤나 많이 나오는 데 사용하기 멀끔한 것들은 전부 기부하는 것도 좋다.




이왕이면 비슷한 계열을 여러 개 묶어서 한 번에 기부하면 좋다. 판매를 하면 또 사러 온 사람을 만나야 하고 어쩌고 하느라 시간이 많이 드는데, 기부를 하면 어차피 안 쓸 물건이 새로운 쓰임을 얻는 것이니 굉장히 뿌듯한 기분이 든다. 책 / 옷 / 뷰티 물품 / 액세서리 / 자취용품이 가장 많이 기부된 물건이었다. 당연히 버리는 게 더 손쉽지만, 멀끔한 물건들은 한두 장 찍어 당근에 올리고, 쇼핑백에 넣어 그저 복도에 두면 잘 가져가신다.




두 번째는 꼭 접이식 카트를 사라는 것이다. 박스가 없고, 이왕이면 가볍고 무거운 무게를 지탱하는 것이 좋다. 지하주차장과 엘리베이터가 있는 곳에서는 사실 이사가 아주 쉽다. 그저 차에서 네모 짐들을 실컷 쌓아 그대로 가지고 올라오면 된다. 이때 접이식 카트가 아주 유용하다. 우리는 한 개만 구입했는데, 두 개를 구입할 것을 두고두고 후회했다. 당연하지만 짐들을 최대한 네모나게 쌓아서 키만큼 크게 쌓는 것이 핵심이지만, 이사를 셀프로 하다 보면 너무 힘들어서 알아서 쌓기의 달인이 된다.




세 번째로는 이사 인력에 맞게 짐을 배분하라는 것이다. 우리는 모든 짐을 손으로 4층에서 1층까지 내려야만 했다. 나와 택이 둘이서 이사를 했는데, 당연히 나는 택이만큼 무거운 짐을 들지 못한다. 그러니 박스를 쌀 때, 무거운 책 같은 물건들은 가벼운 옷과 함께 분배해서 넣고 그릇류는 옷으로 싸서 넣고 하는 식으로 박스들의 무게를 어느 정도 배분하고, 겉 테이프에 네임펜으로 짐의 종류를 쓴다. 그래서 나눠 들고 내려가면 된다.




네 번째로는 짐을 들어서 옮길 때 팔로만 들면 안 된다. 골반이나 몸에 걸쳐서 지탱하면서 짐을 옮겨야지 팔로만 짐을 옮기면 팔 금방 나간다. 이거는 말로 설명하기는 조금 어려운데 엄청 중요하다. 쌩 팔로만 물건을 들면 절대 안 되고 무거울수록 몸에 기대서 무게를 분산시켜서 물건을 옮겨야 한다. 무게중심과 분산은 생각보다 아주 중요한 개념이다. 상체를 뒤로 젖혀보면서 최대한 몸에 무게를 분산시키는 게 옮기기도, 안정감에도 좋다.




마지막으로는 자투리 시간을 잘 활용하라는 것이다. 짐을 옮기는데 풀로 시간을 쓰면 아주 힘들다. 그래서 나는 이사 기간에도 갈 운동도 가고 수업도 갔다. 오전 일정 전에 새벽에 한 타임 옮겨놓고, 점심시간에 한 타임 옮기고, 저녁에 두 타임 정도 옮기면서 중간중간 시간을 주는 게 좋다. 오전이나 오후가 엘리베이터를 쓰기에는 아주 편한 시간대라는 것을 고려하면서 타임테이블을 잘 짜면, 이사하며 늘어지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다.




이렇게 이삿짐을 다 옮겨서 방마다 박스를 놓았다. 수납공간이나 엔트리에 정리할 수 있는 것들은 최대한 정리하니 이제 가구가 필요했다. 시간이 좀 여유롭다면 식탁과 의자, 침대는 미리 사두는 게 좋다. 우리는 가구 중에서는 침대만 미리 사두었는데 맞춤으로 제작해서 오기까지 시간이 좀 걸렸다. 그래서 손님용으로 사용하던 접이식 매트릭스를 가져와서 잤다. 식탁은 없으니 불편하고, 의자는 은근 이것저것 많이 필요해서 당장 구매했다.



이렇게 힘들 줄 알았다면 그냥 80을 낼 걸, 이라는 소리가 절로 나왔다. 젊으니까, 가구가 없으니까 추억 삼아해 본거지 앞으로는 무조건 업체를 부를 것이다. 하지만 막상 셀프로 이사를 하고 보니 우리가 대단하다는 느낌도 들고, 앞으로 뭘 못하겠냐는 자신감도 들었다. 우리가 이렇게 고생해서 이 집을 꾸려나가고 있구나, 싶어 더 소중한 공간이 기대됐다. 가구에 대한 글은 다음 편에 소개하려 한다.























매거진의 이전글 우리에게 딱 맞는 가전 준비 3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