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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약 Mar 22. 2022

신혼집 가구 고르기 1

넓은 선택지, 고르는 재미 


가전 1편

https://brunch.co.kr/@bakyak/115


가전 2편

https://brunch.co.kr/@bakyak/116



가전 3편

https://brunch.co.kr/@bakyak/126







고를게 다양하지 않은 가전과 달리, 가구는 선택지가 너무 넓었다. 일단은 사는 지역과 얼마나 발품을 팔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 나는 광역시도 먼 소도시에 살고, 발품을 팔 의향도 시간도 없었다. 그래서 대부분 인터넷에서 구매하게 되었다. 대도시에 산다면 시간이야 좀 쪼개서 조금 돌아보기도 했을 듯싶다. 웹에서 본 가보고 싶은 매점도 몇 개 있었는데, 둘러보러 올라가기까지 할 시간은 없었다.  




결혼 준비를 막 시작할 때, 친구들과 이케아에 가 이것저것 사진도 찍고, 구상도 했지만 결론적으로 이케아 물건은 단 하나도 없다. 이케아 쇼룸을 보는 일은 재밌었지만, 한국 아파트보다는 외국틱한 디자인이 많고, 벽지 등의 색이 다양해서 마음에 드는 것들은 다 한국형 아파트에서는 느낌을 내기가 어려웠다. 이케아 소품들은 좀 사 왔는데, 가구는 사실 굳이 조립식이 아니더라도 인터넷에 질 좋고 저렴한 게 워낙 많다.




오늘의 집 사이트에서 신혼집을 여러 개 보면서 먼저 느낌을 구상했다. 나는 깔끔하고 심플한 디자인을 선호하는 편이다. 요즘 대세는 약간 내추럴 우드의 코지하고 라운드 한 느낌의 가구, 혹은 화이트로 낮고 도톰하고 깔끔한 가구들에 포인트 매치가 많다. 나는 코지 한 쪽 보다는 클래식하고 스퀘어 한 느낌의 가구를 좋아한다. 사이트를 보면서 마음에 드는 게시글들을 스크랩하다 보면 대충 본인의 취향이 보인다.




우리 집의 방은 드레스룸을 제외하고 4개. 침실이야 사실 정해져 있는 것이고, 햇살이 잘 드는 방 두 개에는 서재와 작업실을 따로 놓고 싶었다. 알파룸에는 셀프 스튜디오를 놓고 싶었는데, 택이가 본인 방으로 주라고 해서 줬다. 솔직히 택이는 처음에는 서재와 작업실을 통일하길 원했는데, 사실 이 두방은 사용용도가 아예 다르다. 채광 좋은 두 방이나 양보해줘서 아주 고맙고, 덕분에 아주 잘 쓰고 있다.   




보통 거실과 방을 통일하는 경우가 많은데, 나는 그러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거실과 주방은 화이트-아이보리-그레이 톤에 내추럴 우드로 심플하게, 침실은 중간 우드 - 화이트 침구로 호텔같이, 작업실은 중간 우드로 빈티지하게, 서재는 다크 브라운 원목류로 깔끔하게 꾸미고 싶었다. 기본 벽지, 장판과 어울리는 톤을 방마다 설정하고 나서는 가구를 골라야겠다 싶었다.




오늘의 집 어플에 노하우라는 책자가 있다. 적당한 가구의 종류와 관리법, 집에 알맞은 사이즈 등을 추천해주는 아주 유용한 책자다. 그 잡지를 읽으면서 처음에 참고하면 아주 좋다. 나는 관리가 쉬운 것을 원해서 주방 식탁도 세라믹으로 고르고, 테이블 매트도 깔지 않았다. 조명부터 식탁 높이까지, 아주 다양한 정보들이 일목요연하게 정리되어 있다. 읽는 재미도 쏠쏠했다. 큰 종류들은 책자를 참고해서 골랐다.




우리는 가전은 비싼 걸 쓰고, 가구는 상대적으로 저렴한 것을 고르자고 합의했다. 사실 가구에 관해서는 거의 내가 고르고 택이는 최종으로 보고 의견만 냈다. 가전은 기능이 중요하니 최대한 큰 용량들로 구매했지만, 가구는 아이를 낳으면 한 번쯤 바꿀 가능성이 높아서 사이즈만 크고 저렴한 걸로 사도 되겠다 싶었다. 아직 낳지 않은 아이고 뭐고 모르겠고, 신혼의 특권으로 딱 우리 둘 만 생각해서 큼직큼직, 높다랗게도 샀다.




역시 제일 중요한 가구는 침대다. 침대는 직접 가서 꽤나 돈을 주고 좋은 것으로 골랐다. 우리는 평균 키가 180일 정도로 키가 커서 일반 사이즈 침대는 작게 느껴진다. 사람이 자다 보면 그냥 누워서 자는 게 아니라 움직이거나 뒤척일 때도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호텔에서도 서브 침대가 있는 방을 고르곤 했다. 불편하지 않게 침대는 킹보다 더 크게 사이즈를 아예 맞췄다. 높이도 거의 엉덩이까지 오게 높은 프레임을 골랐다.




프레임은 아래가 뚫려 로봇청소기가 지나다니기 편하게 하고, 간접 조명이 있으며 기대 책을 읽기 편하도록 수납과 기대는 부분의 가죽이 있는 내추럴 우드로 골랐다. 프레임만 해도 가격이 꽤 있었다. 우리 집에 오는 사람들마다 이렇게 크고 높은 침대는 처음 본다며 놀라지만, 쓰고 있는 우리는 아주 만족하는 선택이었다. 또 키가 크면 침대가 낮을 때 앉고 일어서면서 허리가 불편하기도 한데, 지금은 아주 편하다.




소파는 택이가 ㄱ자를 원해서 ㄱ자 6인용 소파로 하되, ㄱ자에서 스툴을 붙인 형태가 아닌 이어진 형태로 구매했다. 요즘은 모듈러 소파가 유행인데, 낮고 도톰한 형태는 키가 큰 우리에게 불편하다. 리클라이너 형태도 많이 사기는 한다. 우리는 6인용이라 소파가 커서 크게 필요한지 모르겠는데, 본가 가서 누워보니까 꽤 편하긴 했다. 다음에는 리클라이너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소파는 TV 보는 걸 좋아하는 택이가 되게 중요하게 여기는 가구라서, 패브릭을 하고 싶다는 그의 의견을 적극 반영했다. 요즘은 방수되는 패브릭 소파가 많은데, 코팅형이라 오랜 기간의 방수를 기대하진 않는다. 사실 성인 2명이 살면 방수 기능을 쓸 일도 거의 없긴 하다. 패브릭은 되게 폭신폭신해서 앉은 기분이 좋다. 우리는 오늘의 집에서 저렴하게 구매했는데, 운 좋게 사이즈도 딱 맞아서 되게 잘 샀다고 생각하고 있다.




의외로 고민이 많이 되었던 가구는 식탁이다. 세라믹이 시끄럽다는 후기를 많이 봤는데, 내 눈에는 테이블 매트가 너무 이상해서 절대 놓고 싶지 않았다. 우리는 그냥 세라믹에 자기 그릇 바로 쓰는데 나는 시끄러운지 잘 모르겠다. 그런데 우리 집에 온 사람들은 시끄럽다고 불편해한다. 사실 둘이 먹을 때는 티브이 보면서 접이식 상에 밥 먹는 경우가 많고, 나 혼자 먹을 때는 아주 간단히 차려먹어서 시끄러울 틈이 없다.




식탁을 우드로 놓을지, 세라믹으로 놓을지 꽤나 고민했다. 그런데 아무래도 관리나 흠집에 세라믹이 강해서 선택했다. 우드 위에는 유리를 깔던지 관리를 잘해야 하는데, 둘 다 할 자신이 없었다. 6인용 사이즈에 모양은 완전 사각으로 했다. 그런데 배송이 와서 조립하고 나니 식탁 다리 위에 세라믹 상판을 얹은 모양새였다. 붙어있지 않았다. 성인 2명이서 살기에는 상관없는데, 아이가 있으면 위험할 수도 있다. 상판은 꽤나 무겁다.




우리는 와이드 6인용 식탁에 의자 4개를 놓고 쓴다. 손님이 올때 꽤 많은 수여도 캠핑 의자만 좀 더 붙이면 식탁에서 충분히 수용가능해서 되게 편하다. 라운드가 아니라 스퀘어라서 실제로 면적도 훨씬 높고, 글을 쓰거나 짐을 얹기에도 넓어서 좋다. 와이드 식탁 6인용을 꽉 찬 스퀘어로.. 성인 둘이 쓰기에는 조금 오바가 아닌가 생각했지만 정말 만족스러운 선택이였다. 대신 놓지 않는 것보다는 자리 차지를 꽤나 많이 한다. 의외로 제일 자주 쓰는 가구. 밥먹을때보다는 앉아서 책을 읽거나 필기할때가 많다.




그리고 의자도 은근히 고민이 많이 된다. 보통 식탁을 팔면서 의자를 세트로 많이 파는데, 나는 다 따로 구매했다. 곡목 의자가 가지고 싶기도 했고, 뒤가 막히지 않은 디자인이 집을 훨씬 넓어 보이게 하기 때문이다. 식탁 같은 경우는 T자로 많이 놓는데, 우리는 평행하게 놔서 거실에서 바로 식탁이 보인다. 그래서 돈은 조금 더 들지만 암체어 2개, 곡목 의자 2개를 내추럴 톤으로 맞췄다. 식탁도 다리가 내추럴 우드라서 잘 어울린다.




하지만 본인이 미감이 없거나 안목에 자신이 없다면 세트로 파는 것은 세트로 구매하기를 추천한다. 되게 미묘한 차이가 중요하기도 하고, 잘못하면 상판에 비해 의자가 너무 높거나 낮을 수도 있다. 오히려 세트가 훨씬 깔끔할 수도 있다. 내 눈에는 식탁의자 세트로 나온 것 중에 마음에 드는 게 없었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따로 구매하게 되었는데, 요즘은 워낙 의자 선택지가 많은 세트도 있으니까, 후기를 꼼꼼히 보기를 바란다.




가구는 아니지만, 소파 밑에 러그를 놓고 싶다면 사실 러그는 되게 디자인이 중요하다. 요즘은 집들이 올 화이트가 아니라 약간 아이보리나 누리끼리한 색으로 나온다. 실제로 보고 사도 그렇지만,  인터넷으로 사서 조합을 해야 하는 경우에, 올 화이트는 톤을 맞추기 쉬운데 누리끼리한 색은 사실 조금 어렵다. 올 아이보리는 화이트랑 다르게 또 답답해 보인다. 되게 미묘한 차인데 엄청 중요하다. 




우리는 소파는 그레이, 러그는 사이 잘룩으로 살짝 톤 다운한 브라운 그레이가 들어갔다. 호텔 카펫으로 많이 있는 색이다. 장판이 약간 연베이지 계열이라 잘 어울린다. 러그가 밝으면 또 동동 떠 보이기가 쉽다. 계절도 타고, 반려동물이 있으면 또 고려해야 하고, 어쨌든 되게 민감한 잡화다. 호텔 갈 때마다 잘 관찰하면 좋다. 심플한데 아늑하고, 편안하기는 엄청나게 어렵다. 글이 길어지니, 오늘은 여기까지만 쓰겠다.




가구 2편

https://brunch.co.kr/@bakyak/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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